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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 깊은 영화를 대형 스크린에서 즐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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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 깊은 영화를 대형 스크린에서 즐길 권리
  • 송길룡
  • 승인 2016.05.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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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극장 2층 라운지에 마련된 추억의 영화 공간
요즘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에게도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매우 주목할 만한 작품활동을 해온 프랑스 영화예술가 알랭 레네의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그의 초기 활동시기는 젊은 감각의 젊은 세대들이 프랑스의 새로운 영화세계를 펼쳐내던 ‘누벨바그’ 시대와 겹친다. 누벨바그로 묶여지는 작가들이 1960년대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다가 1970년대 이후 각자의 길로 접어든 반면에 알랭 레네는 그 테두리에서 멀지 않은 저 건너편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하며 오롯이 영화에 대한 인식론적 모색을 심화시켜 왔다.

▲ 800여석 규모의 객석 중 2·3층 좌석배치도.
알랭 레네의 출생연도가 1922년이니 2013년 현재 아흔을 넘긴 나이다. 그가 아흔에 접어들며 제작한 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2012)는 그래서 이 노회한 영화예술가가 평생에 걸쳐 도달한, 결코 짧은 기간으로 축소될 수 없는 장구한 예술적 추구의 극점에 자리한 작품으로 간주할 만하다. 물론 그의 생존기간이 연장돼 또다른 작품이 완성된다면 그의 극점은 좀 더 앞으로 전진하게 될 것이다.

모르고 있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지만 영화애호가의 입장에서는 그의 최근 작품 소식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제쳐둘 수가 없는 법.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경이로운 영화예술가의 영화예술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영화관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국내 대부분의 영화관이 보여주는 신년초의 모습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남발하는 코미디와 말도 안되는 스펙터클로 정신을 쏙빼놓는 재난영화가 점령한 상태다.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전국을 통틀어 예술영화전용관 한두 곳에서 하루 한 차례 정도의 상영일정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불평불만이야 그렇더라도, 이 영화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열혈관객은 입장료보다 더 비싼 교통비를 써서라도 달려갈 것이다.

▲ 프랑스 영화예술가 알랭 레네의<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 위치한 광주극장(http://cafe.naver.com/cinemagwangju)은 1934년에 설립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 중 하나다. 상영관이 하나뿐인 단관극장이지만 3층 규모에 총862석을 갖춘 우람한 상영공간이 자랑이다. 전체공간은 크더라도 많은 상영관을 만들기 위해 각각의 상영관 규모를 작게 한 멀티플렉스영화관에서는 도저히 접할 수 없는 초대형 실내상영관이다.

그러니 시야를 온통 뒤덮으며 펼쳐지는 스크린을 앞에 두고 쩌렁쩌렁 울리는 배우들의 음성을 즐기며 심오한 메시지의 예술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를 관람하는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행운 중의 행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예술성 깊은 영화를 넉넉하게 관객 앞에 내놓고 함께 향유하는 초대형 상영관의 존재가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한 해 일억명의 관객들이 동원되는 한국 영화계에 왜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작품들을 만끽할 가장 좋은 영화문화의 공간은 설계되지 않는 것일까? 영화관객들에게 그런 공간을 꾸미고 즐길 권리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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