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실시간 댓글
'통일 대박이다'는 말, 여전히 유효하다
상태바
'통일 대박이다'는 말, 여전히 유효하다
  • 이계홍
  • 승인 2021.08.15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필의 시선] 박근혜의 ‘통일 대박’은 여전히 유효, 우리는 독일·베트남 통일에서 배워야 한다
2021년 8월 15일 제 76회 광복절을 맞아 축사를 진행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라며 새로운 '한반도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분단은 성장과 번영, 항구적 평화를 가로막은 강고한 장벽으로, 우리도 이 장벽을 걷어낼 수 있다"며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통일에 이르기 전이라도 △남북 공존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이를 통한 △동북아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사실상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연결될 때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며 "화해와 협력의 노력을 계속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새로운 희망과 번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남북 협력은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개혁 세력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현재 제1야당 국민의 힘과 일부 극우 보수세력이 반대해서 그렇지, 지난 보수정권 모두 남북 화해와 협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다만 국내외 네오콘 등 극우 냉전 세력의 방해로 어느 순간 좌절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부터 살펴보자.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1월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 통일을 위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설맞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데 이어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선언해 국내외 여론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2015년)이면 분단된 지 70년이 된다”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 위협, 핵 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 중에는 ‘통일비용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힘입어 반공 보수적 신문인 조선일보가 통일기금을 3000억원 이상 모금했다.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기금을 모은 것이다.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은 이때 또 “얼마 전 세계적 투자전문가의 보도를 봤다. 남북 통합이 시작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만약 통일이 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저는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번에 설을 맞아 이제 지난 60년을 기다려온 연로하신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도록 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따라 2014년 2월 설을 맞아 제19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려 남측 신청자가 북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과, 북측 신청자가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으로 나뉘어 5박 6일 동안 진행됐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다음해인 2015년 10월 20~26일까지 7일간 금강산 면회소에서 1,2차에 걸쳐 남측 389명과 북측 141명의 가족이 상봉했다. 

남북 화해와 협력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때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남북간의 휴전선 접점인 임진강 하류와 한강 하류가 만나는 삼각지를 개발해 남북 공동 경제개발 지구를 만들겠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재임 초기인 2008년 10월 '100대 국정 핵심 과제'를 선정, 발표하면서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로 유입되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 동북쪽 한강 하구 퇴적지 일대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협력하는 '나들섬'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에 뉴욕의 맨하튼처럼 개발해 '아시아의 맨해튼'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토건업자 출신답게 “새로 조성되는 나들섬은 900만 평(여의도 면적의 약 11배)에 '사람과 정보, 물자와 자본'이 남과 북으로 자유롭게 오가는 '자유 무역 지대'를 만들겠다. '나들섬'이 들어서기 위해 인근 연안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용할 항만이 조성되고, 수로 교통의 통제와 관리 시설도 구축된다. 그리고 나들섬~강화도~인천공항을 직결하는 도로도 확보된다”고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에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전 김영삼 정권은 “어떤 이념도 민족의 피 앞에 우선할 수 없다”며 한완상 교수를 통일부총리로 임명하고, 장기수 이인모 노인을 북으로 송환했다. 그리고 김일성을 만나기로 합의를 보았는데, 회담 불과 3주전에 김일성이 급사함에 따라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기회가 사라졌다.

2021년 8월 15일 제 76회 광복절을 맞아 '길이보전하세'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정부 ⓒ청와대

이같은 남북 협력 정책은 사실 노태우 정부 때 완성된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정책을 펴며 소련을 비롯한 공산 진영과 국교를 맺었다. 이때 보수세력의 저항이 심했다. 그래도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정책은 우리나라가 장차 아시아, 태평양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위한 원대한 비전 아래 추진되는 것”이라고 응수하며, 보수레력을 제압해 나갔다.

북방 정책의 밑그림은 이렇게 노태우 정부 때 완성되었으며, 그 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김영삼, 박근혜, 이명박이 실천에 옮겼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그러나 어느 순간에 가로막힌다. 그 이유는 북한의 도발도 있었겠지만, 극우 냉전세력의 집요한 저항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기성정치는 반공 냉전 대결주의로 견고한 방벽을 쌓아 그들에 의해 70년 체제가 뿌리를 내렸다. 

여기에는 미국의 네오콘, 남북간 대립을 부추기는 일본의 이간질 등 외세의 원심력에 끌려온 측면도 강하지만, 반공으로 권력을 장악, 유지한 세력들이 기회만 있으면 남북대결 프레임을 걸어 대화와 협력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관한 한 보수세력 영도자들이 뒷심이 약하다. 냉전 세력은 바로 그의 참모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도자가 순수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추진력과 상상력이 상실되고 만다.  

냉전 체제로 견고한 70년 기득권을 유지해온 세력들은 남북 긴장과 대결로 먹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화해 국면으로 돌아서면 멍 때리게 되고, 어쩌면 쫓겨날 판이다. 심한 경우 민족의 배반자 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북의 호전성과 북핵 문제를 확대해 국가안보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간다.  

여기에 북한 집단도 일정 부분 남한의 냉전세력과 호흡을 같이한다. 이른바 적대적 공존이다. 도와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남한의 네오콘들과 대결하면 북한 인민을 쪄누르고, 체제를 강고히할 수 있다. 공포와 위협에 안성맞춤의 도구가 된다. 이것이 오늘까지 유지돼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종전 국가가 아니다. 잠시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 국가다. 언제든지 전쟁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의 폭약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갈 것인가. 갈 수가 없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냉전세력의 반발을 몰라서 ‘통일은 대박’이요, 한강·임진강 하류의 나들섬 개발을 발표했겠는가. 실리적 측면에서 취한 대책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멀리 볼 필요가 있다. 남북 화해를 지지하면 문재인을 돕는 것이라는 ‘수준낮은 정략 문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너진 독일의 베를린 장벽. 해당 장벽은 '통일국가'로 세계의 지도국으로 도약한 독일의 역사의 증거이자 '단일'을 상징한다. 

통일국가로 세계의 지도국이 된 독일을 보자. 독일은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대표적 모델이 되었다. 위대한 게르만 민족의 저력을 보는 셈이다. 

무력 통일이긴 하지만 베트남 통일을 보자. 이들이 무섭게 발전하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전쟁물자를 생산하던 국방비를 상당 부분 국가 발전 비용으로 돌리고 있다. 현재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이렇게 해서 만년 빈국에서 발전하는 개발도상국가로 진입 중이다.  

’1만년의 적‘이라고 선포한 미국과 지금은 최우방국이 되었다. 미군이 고엽제를 뿌려서 9000만 베트남 인구 중 6% 이상이 고엽제 장애자(550만명)라고 하지만, 옛 원한을 지우고 양국의 상호 협력 가운데 번영의 길을 구가하고 있다. 원한으로 보자면 이런 철천지 원수가 없을 것인데 구원(舊怨)보다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여전히 으르렁거린다. 냉전 시절, 대결주의로 밥벌어 먹은 세력이 뿌리깊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옷을 바꿔입을 때도 되었건만 대결 반북 냉전 북만 울리고 있다.  

남북 화해와 협력은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민족 공동체의 이익이며, 미래세대의 희망이다. 독일 통일국가와 베트남 통일국가에서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굳이 통일까지 내다볼 필요가 없다. 남북 화해와 공존, 경제교류로 함께 번영하는 길만 찾으면 된다. 세계적 투자전문가 워렌 버핏이 “한반도 통일은 블루 오션”이라고 했다.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푸른 바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거기서 무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