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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림픽이냐, '2021' 올림픽이냐 섞갈리는 도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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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림픽이냐, '2021' 올림픽이냐 섞갈리는 도쿄올림픽
  • 이계홍
  • 승인 2021.07.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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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실패를 예견하고 출반한 도쿄올림픽은 국민 분열까지 초래
출처: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출처: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도쿄올림픽은 기대보다는 당혹감과 우려로 점철되고 있다. 지구촌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이 이미 실패한 올림픽으로 명명되고 있다. 그런 중에도 우리 선수들이 양궁, 축구, 유도 등에서 좋은 성적으로 출발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우리는 혼선을 드러내고 있는 도쿄 올림픽을 냉정하게 살피고, 만약 우리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우리를 당혹게 한 것은 대회 연호다. 2021년 7월 23일 밤 제32회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펼쳐졌는데 현수막엔 ‘2020 도쿄 올림픽’이다. 이것부터가 비정상 올림픽임을 알려준다. 

신종 코로나 19로 1년 연기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회가 열린 것은 분명 2021년 7월 23일 이후부터다.

그렇다면 사실대로 ‘2021 도쿄올림픽’으로 명명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은 ‘2020’이라는 숫자를 선호해 ‘2020 도쿄 올림픽’을 고집했다고 하는데,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2021’괄호 안에 ‘2020’을 넣는 것이 온당한 일이 아닐까. 모든 기록은 2021년 7월 23일을 기점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기록이 2020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역대 올림픽 중 도쿄 올림픽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올림픽이 되었다. 각국 선수단이 선수촌에 입촌했으나 침대가 골판지 박스로 만들어졌다느니, 룸의 천장이 형편없이 낮아 선수들이 고개를 젖히고 지내야 한다느니, 화장실, 냉장고, TV 세트 등이 맞지 않아 불편하다느니, 원자력 유해물질이 우려되는 후쿠시마산 식자재 반입, 악취 나는 수영경기장 등 갈수록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무더운 올림픽을 치르고 있다.

지난 19일 사이타마현 아사카 사격장은 컨테이너로 만든 간이 건물의 내부 온도가 36도였다고 한다. 냉방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아 찜통 속에서 경기를 치렀으니 더위에 약한 선수들이 손해를 보았을 것은 당연한 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경기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패를 예견했는지 최소 비용으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계산으로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다. 동네 체육관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준비성 있는 일본이 가장 준비성 없는 나라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국민 분열도 심한 것 같다. 무관중, 무재미, 무감동이라는 3무의 기록을 남기느니 주최를 반납하자는 국민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런 분열상으로 인해 투자도, 준비도 게을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년이나 연기된 상황이었으니 준비할 시간도 충분했겠지만, 일본 여론이 60% 이상 반납을 주장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대회가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TV 화면상으로 본 도쿄 시내의 올림픽 선전탑·선전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올림픽 개최국 거리 곳곳에는 몇 개월 전부터 선전 플래카드, 홍보물이 거리에 넘쳐나는데 도쿄 시내는 올림픽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시민들의 관심도 없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무관중 대회라는 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전 종목에 걸쳐 무관중 대회로 치르기로 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도쿄 올림픽조직위는 당초 약 6만5천 장씩의 개막식·폐막식 입장권일 비롯해 각 경기장마다 연 수십 만장의 입장권을 판매하기로 했다. 

100m 육상경기, 축구 준결승, 결승전, 마라톤, 체조경기 등은 올림픽에서 언제나 수십만 관중을 불러모았다. 그런데 극히 제한된 인원만 받기로 했다. 한마디로 죽을 쒀버린 것이다. 도쿄 올림픽조직위는 이미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65만장의 입장권을 판매했다.

올림픽 관련 이미지

그러나 무관중 결정으로 모두 환불했다. 엄청난 손실을 입은 셈이다. 대회를 계기로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모아 이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올림픽 특수를 누릴 요량이었는데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도쿄 올림픽이 2012년 터진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보다 더 큰 타격을 주었다고 말한다. 일본군이 2차대전 패배를 자초한 인도·버마 국경의 임팔작전에서 연합군에 대패한 것과도 비교한다.

1944년 3월 인도 북부와 버마 국경선에 있던 임팔 전쟁에서 일본군은 연합군의 공격보다 악천후의 기후조건에 대패해 동남아·태평양제도 전쟁에 밀리는 단초를 제공했다.

일본과 사이가 좋지 못한 우리 처지에서도 죽 쑤는 도쿄올림픽을 보고 위로하지 않을 수 없다. 1964년 도쿄올림픽 특수로 일본의 급성장이라는 영예로운 과거를 되찾겠다는 의욕으로 출발한 도쿄 올림픽이 일본 경제의 침체를 불러오는 치욕의 올림픽이 되니 이웃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필자 주변에서는 썩 그렇게 동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같다.

일본이 그동안 우리에게 식민지 범죄에 대한 사과나, 종군 위안부, 강제 징용자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와 보상이 없기 때문에 괘씸하던 차 오히려 잘되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교훈인 것 같다. 잘 나갈수록 배려하고 양보하는 덕목이 결국은 그 자신을 살리는 길인 셈이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올림픽 정신을 다시 새길 때가 되었다. 근래의 올림픽은 비대화, 상업화, 엘리트 스포츠화로 흥행 위주로 흘러갔다.

올림픽 정신이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는 가르침도 있다. 과연 오늘날 이 정신에 충실해 왔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상업화로 변질된 것이 도쿄 올림픽을 멍들게 하지 않았나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가장 초라한 올림픽이 주는 교훈은 새로운 각성과 함께 진정한 올림픽 정신의 구현을 찾는 길이다.

다만 우리 선수단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란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데 끝까지 잘 나가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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