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세종시설치법 개정안이 국회 행안위에 상정되었으나 11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행안부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의견으로 발목이 잡혀 연내 통과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에 당면해 있는 세종시는 의외로 조용하다. 세종시 사안을 두고 7~8년을 싸워온 세종시민들이 이젠 지치기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같은 현상은 세종시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세종시는 최근 세종시설치법 개정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처리 무산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 통과 무산에는 사실상 새누리당의 반대가 결정적이었지만 이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세종시설치법 제정 당시 연기군이 보여주었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당시 연기군은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것은 물론 법 통과가 무산되자 정치권에 비난의 날을 세우며 대책위 조직에도 나서는 등 설치법 제정을 위한 총력전을 벌였었다.
당시 연기군수가 현 세종시장인 유한식 군수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처 방법은 영 딴판이다. 같은 인물이 단체장으로 있음에도 세종시설치법(개정안) 국회통과가 절체절명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영 다르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어렵다. 이 같은 시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사안으로 봐서는 세종시민이 거세게 저항해야 하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종시설치법 개정을 위해 새누리당으로 입당했다던 유 시장이 오히려 당적을 옮기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이 여당으로 가면서 법 통과에 반대하는 당의 눈치를 보는 것은 물론, 명백하게 무산의 책임이 있는 당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선에서 타 지역의 표를 의식해 세종시에 집중할 수 없는 새누리당과 유 시장의 입장차가 워낙 크지만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힘있는 여당으로 가면서 법 개정에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이 법안이 세종시 국회의원인 민주통합당 이해찬 의원이 대표발의했다는 사실도 유시장의 정치적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 시장이 이해찬 의원이 발의한 세종시설치법 개정을 새누리당에 대놓고 강력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20일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이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유 시장에게는 "오늘 소위원회의 분위기 파악해보라"면서 재논의를 정당화시키려 했지만 유 시장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종시는 법 통과가 무산된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세종시 특별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지 않으면 세종시의 재정문제는 물론, 시급히 해결해야 할 투자유치 등 자족기능 확보 등 세종시 정상 건설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며 "대선 이후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국회 임시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설득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말 임시국회가 대부분 예산 국회로 진행되었던 전례로 미루어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한 세종시설치법이 제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시민들은 ‘세종시법 개정을 향한 세종시민의 민심을 드러내는 데 시장의 당적변경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