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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위산', 소화제 그 이상의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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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위산', 소화제 그 이상의 이미
  • 양계환 원장
  • 승인 2020.12.29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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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마을 허준선생 14편] 습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기능
큰 병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파수꾼 역할
 대한본초학회지 제35권 제2호(2020년 3월)에 발표된 연구논문 <소화기 질환 동물 모델에서 평위산(平胃散)의 염증 완화 효과> (발췌=한국한의학진흥원 포스트)

평위산은 소화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평위산’하면 떠오르는 것이 소화제다. 처방 이름도 위(胃)를 화평(和平)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평위산은 소화제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한의원에서 진찰 중에 습(濕)이라는 말을 들어 봤다면, 습(濕)은 습한 외부환경과 내부적으로는 체액과 수분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습(濕)은 병의 원인이 되는 즉, 병인(病因)의 의미를 가지는 습기(濕氣)를 말하며 체내 기혈(氣血) 순환의 장애로 수기(水氣)가 정체된 병을 말한다.

생활 중에 흔히 ‘습하다’는 말을 쓰게 되는데, ‘메마르지 않고 물기가 많아 축축하다’의 의미지만 좋은 의미보다는 미끌거리고 무겁고 우울하고 곰팡이가 피는 기분 나쁜 축축함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평위산에 대한 동의보감의 내용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비위불화(脾胃不和)로, 식욕이 없고 상복부가 불러 오르고 아프며 구역과 트림, 신물이 올라오고 얼굴색이 누렇고 눕기를 좋아하며 자주 설사하고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는 병을 다스린다.

비(脾)를 화(和)하게 하고 위(胃)를 든든하게 하여 음식을 잘 먹게 한다. 대개 내상병(內傷病)으로 비위에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남아 있어서 먹는 것을 즐기지 않는 증(症)이니 그 위기(胃氣)를 평(平)하게 하면 자연히 먹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위의 내용으로 보건데 평위산은 소화제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즉, 평위산은 과음(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과식으로 위장이 더부룩하고 답답할 때 사용하게 된다.

평위산은 창출, 진피, 후박, 감초, 생강, 대추 6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다.

창출과 후박은 정체된 수분과 노폐물을 배설시키며, 진피는 가슴에 걸린 듯한 체기를 없애주고 대추와 감초는 위장기능과 약재를 조화롭게 하며 생강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흡수력을 높여 준다.

평위산은 위실(胃實)한 경우에 쓰는 것으로 위실이란 위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를 말한다. 

이는 위가 그득한 상태를 말하며 명치와 상복부 부위를 누르면 답답하거나 아픔을 호소해야 쓸 수 있다. 그와 반대 개념은 위허(胃虛)다.

위허는 위기부족(胃氣不足)으로 위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진액이 부족하여 생기며 식욕을 잃고 먹어도 소화가 안 된다.

똑같이 상복부를 누르면 아프고 소화불량, 식욕부진이라도 위실한 경우에는 속이 꽉 차고 답답해서 먹기 어려운 경우이며, 위허한 경우는 평소 많이 먹지 못하고 적게 먹어도 소화가 안되는 경우에 속한다.

평위산은 위(胃)의 탁(濁)한 것을 흩어지게 하고 밖으로 내보내어 평(平)하게 하는 작용이 있는 것이니 무조건 소화불량에 평위산이라고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확대해서 습(濕)을 없애고 밖으로 내보내는 평위산에 대해서 알아보면, 보다 응용 범위가 넓어지고 활용도가 높은 처방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의약에서는 ‘위(胃)는 습(濕)한 것을 좋아하고 조(燥)한 것을 싫어하는 반면, 비(脾)는 조(燥)한 것을 좋아하고 습(濕)한 것을 싫어한다’고 설명한다. 

위(胃)는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켜야하기 때문에 항상 소화액이 충만해야하므로 습(濕)한 것을 좋아한다고 볼 수 있으며, 비(脾)는 영양분을 흡수하여 전신에 공급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습기가 배제되어야 양질(良質)의 영양소가 만들어지므로 조(燥)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비(脾)는 이런 과정에서 생긴 몸에 과잉 정체된 습기를 콩팥과 방광으로 보내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병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위장이 약해지면 습이 과잉 상태가 되고 비장이 약해지면 습을 배출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 습에 의한 병증이 나타나게 된다.

평위산은 습(濕)을 치료하는 약이다.

습(濕)이 있는 환자는 병으로 진행될 때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을 보는데 시원하게 나오지 않거나 오줌소태 같은 증상을 보이게 된다.

흐리거나 비가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몸이 무겁다고 느낀다. 그리고 몸이 붓는 것을 느끼며 체중이 서서히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 체중 증가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몸 안에 습이 쌓이면 밖으로 내보내야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배설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노폐물이 쌓이게 되면, 여기저기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관절통 증상을 보인다.

습(濕)의 주요 원인인 수분의 정체는 체내 수분 흡수와 배설 기능의 저하로 나타나는데, 이는 방광기능 저하를 비롯한 비뇨기계의 기능 저하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세포 간질액 수분 흡수 저하, 소화관 내 수분 흡수 저하등이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변불리로 나타나며 체표에 저류되어 나타나는 부종, 관절강 내와 관절 주위 조직 저류로 인한 관절의 부종과 통증, 두개강(頭蓋腔)내 뇌척수액 저류에서 오는 어지럼증, 이명, 난청 등이 해당된다. 

소화관 내 저류는 소화불량과 설사 그리고  생식기와 임신시 자궁 주위 조직 수분 저류로 나타나는 여성의 냉대하와 태반 유착의 불안정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평위산 약재 중 습(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약재는 창출이다.

창출을 중심으로 어떤 약물들을 배합 구성하느냐에 따라 습으로 인한 질환 중 무엇을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잡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세종마을 허준선생 칼럼을 게재할 맑은숲 한의원 양계환 원장.
앞으로 세종마을 허준선생 칼럼을 게재할 맑은숲 한의원 양계환 원장.

평위산은 창출에 생강 진피와 같은 소화와 관계된 약재와 배에 가스가 차고 헛배가 부른 것과 가슴이 답답한 것을 해소시키는 후박을 같이 배합해서 소화제로 응용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평위산은 소화제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하지만 소화불량이 있는데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몸도 붓고 만성피로에 체중증가와 관절통이 있다면, 평위산은 소화제 이상의 효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평위산은 비위의 습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는 만큼 비위불화(脾胃不和)로 인해 습의 병증이 시작되는 초기에 습을 제어함으로서 큰 병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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