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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과도 같은 코로나 대유행... 구원의 손길 내민 영혼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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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과도 같은 코로나 대유행... 구원의 손길 내민 영혼의 속삭임
  • 이계홍
  • 승인 2020.10.27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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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상렬 씨의 첫 시집 ‘푸른 왕관’ 출간... 상심한 인류에게 바치는 따뜻한 헌사
소설가 김상렬 씨가 본지를 방문, 시집을 펼쳐 보이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소설가 김상렬씨가 최근 작가생활 45년만에 첫 시집 <푸른 왕관>을 펴냈다.

도서출판 ‘나남’이 문인들의 첫 번째 시집만 출간하는 브랜드로 특화하기 위해 만든 자매출판사 '새숲'이 펴낸 첫 시집이다.

‘새숲’은 ‘첫 시집 시리즈를 내며’에서 “경기도 포천에 나남수목원을 가꾸고 있는 나남은 첫 번째 시집만으로 (새숲)시리즈를 꾸려가고자 한다.

시의 숲을 이루려면 작은 씨앗 하나가 어떤 땅에 떨어지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시가 숲을 이룬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나남은 키워갈 것이다” 라며 첫 시집 시리즈 간행 취지를 설명했다.

김상렬씨는 약 20년 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충남 공주시 정안면 함박덕 산촌에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역사와의 상관관계를 추구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주 생활 전후해서도 ‘사도’ ‘붉은 달’ ‘산객’ ‘뒷기미 세상살이’ ‘사랑과 혁명’ ‘그리운 쪽빛’ ‘목숨’ 등 묵직한 소설들을 발표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19와 같은 공포와 불안의 시대를 맞았다. 이것이 아주 오랫동안 시를 놓아버리고 살았던 나의 문학적 초발심을 벌떡 일으켜세운 계기가 되었다.”

소설가 김상렬 씨의 시집은 상심한 인류에게 바치하는 따뜻한 헌사다. 

시집 <푸른 왕관>을 펴내게 된 동기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산촌생활은 스스로 선택한 외로운 생활이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19에 의한 고립된 생활은 근본적으로 문명과 개인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섬처럼, 유배지처럼 묶어버린 처절함이 있었다. 방안에 쳐박혀 대면하는 상대는 오롯이 텔레비전 화면 뿐인데, 계속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참혹한 전염병의 공포는 내 자신도 모르게 펜을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김 작가는 일기쓰듯 하루하루의 종말 풍경을 본대로 느낀대로 글로 옮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가 되고, 이런 시집을 펴내기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는 ”시집 1부 ‘우울한 포옹’은 코로나 팬데믹에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시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찾아오는 손님 반갑지 않고
손님으로 가는 것 기쁘지 않다.
저마다 혼자 섬으로 떠서 
오지 않을 손님만 기다린다.

모든 바이러스는 한 가족이다.

     -‘바이러스’ 전문

김 작가는 그동안 정안 산촌 그의 집을 찾는 사람을 누구나없이 몹시 반겼다. 그래서 며칠씩 묵어가기를 권했다.

산중생활의 외로움도 있지만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했기 때문에 찾아온 이를 묶어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19 이후 ‘대면 생활’을 가능한 피해야  하니 그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세상살이의 역설을 안타까이 여긴다.

사이와 사이의 관계가 곧 인간이다.
그 사이가 너무 벌어져도 안되고
너무 가까워도 안된다. 그 사이 너무 가까워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고 법석이다.
웬만하면 다 접촉금지, 사랑하는 이도
하느님 아버지도 가까이 오지 말라고.

      -‘거리두기’의 일부   

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19에서도 그의 사회성은 진하게 감지된다. 

소설가 김상렬 씨의 첫 시집 <푸른 왕관>

우리가 미처 눈치재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어름적거렸던 반역의 얼굴. 
언제 어디서나 입을 꿰매고 살아야 할 
말로써 말 많은 죄 무거운 가납사니들은
그냥 안쓰거나 비스듬히 쓰는 척하고,
법 없이 살아온 청정지역 양심들은 
새로운 연결 위한 잠깐의 단절이라며 
착하고 순한 양들처럼 말을 잘 듣는다.
서로가 또다른 선으로 연결되어있는
촛불로 밝힌 그물코의 화염이다.

    -‘마스크1’의 전문

김 작가는 본시 시인 지망이었다. 청년기 신춘문예에 시가 최종심에 더러 올랐으나 197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 활약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대유행이 시인으로서의 출발선에 서게 한 전환점이 되었다. 

2부 ‘푸른 물방울’에서는 산촌생활의 이모저모를 체험한 시편들이다. “2부의 풀과 벌레와 나무들, 가슴 시린 사람살이 이야기는 지금껏 시난고난 부대껴온 내 인생에서 우러난 삶과 죽음의 기록이며 헤식은 사유의 편린들”이라고 말한다.

산 위의 비 머금은 붉은 조각달이
산 아래로 토담집의 홀로 사내를 비춘다

달이 지고, 산너머에서 온 먹구름이
지난 기억들의 빗장을 훑고 가면
산이 울고, 등이 휜 나무와 나무들
서로 말 못하고, 마주 보지 못한다.

그리움에 지친 사내의 뼛속으로 
비와 바람이 속깊이 스며든다

     -‘골병’의 전문

그는 ‘시는 즐거운 고통이다’의 자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늘 고통을 즐겼고, 외로움을 사랑했으며, 함부로 시를 내친 적도 없었다. 내게서의 시는 곧 종교와 같은 구원의 손길이었으며, 우주와 소통하는 영혼의 속삭임이다. 언제나 세상을 한 걸음 앞서 나가는 예언이면서, 자연과의 웅숭깊은 교감이다. 시여, 일어나라. 그리고 저 부정 타고 불의한 것들을 단칼에 쳐부숴라."

시집 <푸른 왕관>은 1부 53편, 2부 47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40페이지.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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