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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미용 그 후... 이번엔 '반려견 학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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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미용 그 후... 이번엔 '반려견 학대' 의혹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0.0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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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B 동물병원서 미용 시술 받고 벌벌 떠는 애견
견주 A 씨, 유두 손상 및 몸 상처 등 학대 의혹 제기... 경찰 고발
해당 미용사는 해고, B 병원과 진실 공방은 진행형
'아동학대' 논란 이어 '동물학대'까지... 지역사회 인식 개선 환기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최근 세종시 지역 사회에 '학대 키워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 8일까지 3차례 보도한 '어린이집 아동 학대 고소·고발 사건의 전말에 이어, 이번에는 세종시의 B 동물병원에서 애견(반려동물)이 학대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층견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곤 했으나, '반려동물 학대'는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견주인 A 씨 측이 제공한 7초 분량의 짧은 CCTV 영상을 보면, 애견 미용사가 미용 과정에서 가위를 든 채로 강아지를 때리고 위협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A 씨는 이곳 동물병원 치료를 받은 강아지의 온 몸에 열상과 유두 손상 및 크고 작은 상처를 확인한 뒤 깜짝 놀랐다고 한다.

트라우마 증상으로 보이는 후유증은 A 씨에게 더 큰 걱정을 안겨줬다. 몸을 벌벌 떨며 극심한 불안 증상과 함께 다리를 움찔거리는 증상을 계속 보이고 있어서다. 

세종시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애견 미용 당시 CCTV 영상.

CCTV 영상만 놓고, 전·후 사정에 대한 정확한 인지는 어려우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견주 A 씨는 10년째 푸들 강아지를 키워왔고, 한 가족처럼 돌보며 워낙 많은 정을 들여왔다. 최근 애견 미용을 알아보던 차, 친정 아버지 추천으로 세종시의 B 동물병원을 향했다.   

사단은 애견 미용을 맡기고 나서부터 일어났다. 미용 후 집에 돌아온 강아지는 10년 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이상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견주를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사지를 벌벌 떨며 불안 증세를 노출했다. 

이에 강아지 몸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유두는 떨어져 나가 있었고, 귀에 살이 에일 정도로 미세한 상처와 몸통 부위 열상과 상처를 발견했다. 

미용 후 온몸에 상처와 열상을 보인 애견 건강 상태.

견주 A 씨는 해당 동물병원을 통해 CCTV 영상 확인을 요청했고, 이때부터 견주와 동물병원간 심각한 갈등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B 동물병원 측이 모든 책임 소재를 강아지에게 돌렸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강아지가 (스스로) 긁어서 생긴 상처”라는 설명으로 책임론을 일축했다는 설명도 이어갔다. CCTV 시청 도중 미용사가 강아지를 때리는 장면에선 A 씨의 주의를 돌려 훼방을 놓았다는 행태도 전했다.  

심지어 애견 미용사는 미용 도구인 날카로운 클리퍼를 들이대며 협박과 함께 위협을 가하는 한편, 함께 있던 원장도 A 씨를 “진상 고객”이라며 “얼마 원하냐. 이런 사람 여럿 봤다”는 말로 모독했다는 사실도 토로했다. 

견주 A 씨는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이 말 못 하는 강아지 탓으로 돌리며, 소송하라고 비아냥거리는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며 “다친 강아지는 안중에도 없이 동물보호법이 약해 민사소송까지 가도 본인들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에 상처받았다”고 호소했다.

어렵게 진단서를 발급 받은 다른 동물병원에서도 '동물 학대' 진단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목도했다. 

C 동물병원 원장은 “수의사들 세계는 좁아서 진단서를 발급하면, 수의사 면허번호 조회해서 역으로 병원으로 전화해 항의하는 사례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반려견이 죽을 정도의 피해를 보지 않으면 법으로도 처벌이 안 되고, 민사소송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 결과 반려동물 보호가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는 A 씨에게만 나타난 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애견들이 받은 여러 피해 사례가 포착됐다.

D 동물병원에서는 애견의 귀 처치를 하다 귀가 잘리는 일이 있었고, 이후 수술을 진행했으나 강아지는 숨을 거뒀다. E 동물병원에서는 주사를 잘 못 놓아 강아지 뒷다리가 마비됐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애견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일이 발각됐으나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세종시 내에서도 A 씨와 같은 크고 작은 애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양상. 하지만 부족한 증빙자료와 사회적 인식 부재는 문제 해결로 나아가거나 공론 단계에 접어들지 못하는 형국이다.

설사 증거가 충분하더라도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처벌도 어려운 실정이다.

동물행동권 카라 소속 평화활동가는 “민법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제대로 된 처벌은 어려운 실정”이라며 “학대가 발생해도 동물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이 부족한 경찰과 공무원이 담당하게 되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제대로 안 된다”고 제언했다.

현재 동물 학대 신고 업무 담당은 시청 농업축산과. 동물 학대와 관련한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 출동 후 정황이 확보되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신고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반려동물 학대 의혹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 단계에 놓여 있다. 

A 씨 설명을 들은 뒤, B 동물병원의 입장을 듣고자 몇 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병원장과 연결됐다.

B 동물병원 원장은 “견주와 오해가 있다면 해결하고,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며 “이 같은 사태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사건 이후 해당 미용사는 해고된 상태나, 견주 A 씨 측은 벌어진 사건에 대한 병원 측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접한 지역 내 다른 동물병원 원장은 “애견미용사가 (어떤 연유에서건) 분명히 잘못하긴 했다. CCTV에 이렇게 찍힐 정도면 평소에 다른 강아지에게도 동일한 행위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일이 발생했을 때, 미용사와 원장이 솔직하게 사과하고 강아지를 치료했어야 했다. 일이 너무나 증폭된 상태”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현재 견주 A 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공황장애약을 복용해야 잠에 들 수 있는 상태다.

경찰 조사가 끝나봐야 보다 분명한 사실관계가 확인되겠지만, 이번 사건은 반려동물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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