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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교훈, '협치'로 나라를 리셋팅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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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교훈, '협치'로 나라를 리셋팅할 때
  • 이계홍 주필
  • 승인 2020.01.15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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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선거법‧공수처법‧유치원 3법 등 통과 그 후, 우리 정치를 본다
20대 국회 역시 협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개혁입법 통과는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21대 국회가 달라지길 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정조의 개혁은 후대에 여전히 회자되고 있으나, 주변 세력의 동의를 얻지 못해 좌절된 감이 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유치원 3법 등 개혁 입법을 통과시킨 2020년 현실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협치’를 통한 나라의 리셋팅이 뒤따라야 한다.  

√ 정조의 개혁적 삶의 방식에 맞선 기득권 

조선조의 22대왕 정조는 왕으로 즉위하자마자 궁중의 내시와 액정서(내시부에 부설되어 왕명 전달, 궁궐 열쇠 보관, 대궐 정원 관리, 임금이 쓰는 붓·벼루·먹 등의 조달을 맡은 관청) 소속의 인원과 궁녀들을 줄이라는 하교를 내렸다. 

이렇게 해서 내보낸 궁인이 300명이나 되었다. 궁중 식구의 거의 반을 솎아냈다.

정조가 이들을 내보내기로 한 것은 어려운 나라 사정에 궁중 살림살이라도 다이어트 하겠다는 고육책 때문이다. 영조 대부터 흉년이 계속돼 나라의 곡간은 비고, 백성들은 피골이 상접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국가 예산의 56%가 국방비로 지출되었다. 많은 외침을 받았으니 군사를 줄일 수는 없고, 대신 궁중 재정을 대폭 줄여나갔다.

그런데 강력한 반대를 한 세력이 있었다. 사대부 중신들이었다. 그들이 뜻을 접으라고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왕의 체통과 권위를 위해서라는 것이었지만, 자신들의 기득권 때문이었다. 

정조는 이 점을 간파하고 이번에는 하루 두 끼, 한 끼에 반찬을 5가지 이하로 줄이라고 하교했다. 국왕의 수라상은 전국의 맛있는 것이라고는 모두 동원돼 매 끼니마다 12가지 이상 올라가는데 이것을 5가지로 줄인 것이다. 실제로 그는 국왕 재임 24년 내내 이를 지켰다. 

정조의 이런 행동을 중신들이 왜 반대했을까. 그들은 대궐같은 집에 사병을 적게는 몇십 명, 많게는 200~300명씩 두고 떵떵거리며 살았다. 

이런 특권을 왕이 먼저 털어버리니 중신들이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사대부라는 특권을 향유하며 권력을 휘두르며 호의호식하는데 군주가 저렇게 나가니, 사대부들이 거드름 피며 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결국 정조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둘러싸여 나중 죽음도 미스테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 대한민국의 현재에 반면교사, ‘전진하는 역사’  

1년여 간 나라를 뒤흔들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지난 13일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여야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제정안이 처리된 데 이어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유아 3법으로 통하는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까지 차례로 통과되었다. 

통과된 법안은 기존 제도의 틀 속에서 특권을 향유했던 세력들에게는 대단히 불편하고 불이익(?)을 준 것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누렸던 권력을 일정 부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저항했다고 보아야 한다. 

확대해석하면 정조대의 중신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반발과 다를 것이 없다. 

시대가 바뀌었다. 민주주의의 선험 국가들이 지향하는 법정신에 합당한 제도로 이행해가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이 길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것을 우리는 이제야 개혁이라는 깃발을 들고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기까지 많은 갈등과 대결, 이로 인해 큰 내상을 겪었다. 그런데 이런 난관을 뚫고 한걸음씩 나아갔다. 

필자는 연초 본지의 권두칼럼에서 어떤 비관주의도 낙관주의의 역사를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저항은 있었지만 역사가 앞으로 전진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 ‘자만’은 경계, ‘협치’는 필수  

개혁입법 통과가 민주당 단독의 성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앞으로 정치에 협치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제도와 개혁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딱 한가지라고 본다.

협치의 정치로 분열된 국론을 모아가야 한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유아교육법 등 법안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만들어낸 성과물이 아니다. 야권 연대가 만들어낸 전과다. 협치가 아니면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4.15 총선은 다당제로 출발할 것이다. 개정된 선거법이 그렇게 강제하고 있다. 정책을 가지고 연대와 협치가 아니면 어떤 무엇도 성취해내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제도가 잘못하면 오히려 갈등과 대립, 혐오의 정치로 갈 수 있다. 종전의 정치를 답습할 수 있다. 이것을 여하히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는 협치다. 

협치는 말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공익과 사익을 나누는 데 있다. 상호 공공적 이익이 있을 때 협치는 가능해진다는 현실적 계산법이 있는 것이다.  

집권당의 아량과 포용이 절실히 요구된다. 손해 본듯하면서 개혁의 열매를 따내면 된다. 거버넌스란 강자의 도량에서 찾아지는 덕목이다. 

약자가 아량을 보이고 양보하면 비겁과 굴복으로 비치지만, 대신 강자가 양보하면 덕이 되고 도량이 된다. 협량의 세력들을 양지로 끌어내는 햇볕 역할을 한다. 집권 여당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이제는 책임 있게 포용의 정치를 행사할 때다. 

√ ‘정책연합과 내각 연정’, 나라의 리셋팅  

협치의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정책연합, 혹은 내각까지 함께 하는 연정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기를 바란다. 

물론 반대파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도 접어야 하는 것은 기본 전제다. 구체제의 영화에만 매몰되어 언제고 할퀴겠다면 협치의 정신은 소멸된다. 국민이 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그동안 나라 발전의 장애물이 끝없는 분열과 싸움판을 벌여온 정치권이었다는 것을 안다. 지지세력을 모아 정쟁을 일삼고, 척결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양극단의 혐오와 대결 정치에 진절머리를 냈다. 

이성적 비판과 건설적 대안 제시로 정치적 지평을 넓혀가지 않으면 국민은 외면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집권세력이 개혁을 독점하겠다는 것도 위험하다. 자기들만이 깨끗하고, 민주정신에 투철하다는 편가르기식 편협성은 독선정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배타적 폐쇄적 태도는 또다시 분열을 심화시키고, 개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정조가 아무리 옳고 바른 정치를 해도 동의를 널리 구하지 못하니 개혁의 추동력이 떨어졌듯이 내가 옳으니 따라오라는 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구세력은 기본적으로 자기 기득권이 아쉬워서 비트는 기술만 익힌 집단이다. 구악이라도 설득하고 동참을 견인하면 자기 성찰 가운데서 최소한 침묵하거나 종당에는 따라오게 되어있다. 

진영을 뛰어넘는 폭넓은 인사를 통해 개혁에 동참하도록 견인하는 조치야말로 진정한 나라 리셋팅의 원천이 된다. 분열이 앞서는 민족성이 아니라 협력 가운데서 공익과 공의를 위한 경쟁이 나오도록 이번 개혁 법안 통과를 계기로 모두가 변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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