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세종 행복도시 중앙공원, 때아닌 ‘투수블록 등급’ 논쟁
상태바
세종 행복도시 중앙공원, 때아닌 ‘투수블록 등급’ 논쟁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8.11.04 15: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계, 시방서상 1등급 적용 주장… LH “등급 표기 오류”, 사업 맞춤형 등급 사용 입장
2019년 하반기 첫 선을 보일 중앙공원 1단계 조감도. 사진은 전체 시설물 중 장남들광장 모습. (제공=행복청)

#. 지난 9월 3일 오후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세종시. 오후 8시경 발효된 호우경보는 새벽까지 지속됐다. 이 시간대 평균 강수량(1시간)은 137㎜. 행복도시에선 도담동 174㎜, 한솔동 158㎜, 보람동 시청 일대 153㎜로 모두 평균치를 뛰어 넘었다.

새롬동 가득초 앞 도로와 가람동(가) 이마트 앞쪽 도로는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빗물로 넘쳐났고, 아름동 스포츠센터와 새롬동 일부 아파트 1층 현관, 도심 곳곳 보도블록이 빗물에 잠기기도 했다. 일부 침수 차량이 발견돼 경찰차가 출동하는 일도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연속된 폭우였으나,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보기 드문 일로 기록된 하루다. 아파트와 주변 도로 보도블록의 투수율,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까. 

지난 9월 3일 기록적인 폭우로 행복도시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새롬동 가득초 앞 도로 현장.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이 사건과 간접적인 개연성을 찾을 수 있는 ‘투수 (보도)블록’ 논쟁이 최근 행복도시에서 불거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 개장을 앞둔 S생활권 중앙공원 1단계 내부 보도블록을 둘러싼 논란이다.

지난해 3월 착공 이후 현재는 공원 내 시설 배치 및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문제는 지난 7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복도시 중앙공원 조경공원 시방서 지침을 놓고,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블록 제품 생산 업계간 갈등 양상이 빚어졌다.

시방서 2항(자재)은 보·차도용 콘크리트 블록의 경우 KS F 4419에 준해 제작된 한국산업규격표시품 또는 동등 이상의 제품으로 하고, ‘~투수능력 1등급의 전면 투수 포장재여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12월 환경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LH, 한국환경공단이 공동 작성한 ‘저영향개발(LID) 기법 설계 가이드라인’과도 같은 맥락이다. 

LID는 자연적인 물순환 체계를 말하는데,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면 증가로 빗물이 땅속에 침투하지 못하는 물순환 왜곡현상을 방지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도시 홍수와 지하수 고갈, 하천 유지용수 부족, 수질오염, 도시열섬현상 등을 방지한다.

행복청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5·6생활권에 LID기법 도입을 공언했다.

행복청 등 관계기관에 의해 지난 2016년 12월 작성된 저영향개발기법 설계 가이드라인(사진 좌측)과 지난 7월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 '행복도시 중앙공원 조성공사' 시방서(우측). 시방서는 '투수능력 1등급의 전면 투수 포장재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 비춰, 명품공간을 지향하는 중앙공원에 시방서와 같이 ‘1등급’ 투수블록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등급은 1초당 1㎜ 이상 투수계수를 의미한다.

이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단순 셈법상 360㎜ 이상 폭우가 와도 땅속에 스며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9월 3일 기록적인 폭우가 도담동 기준 174㎜였던 점을 감안하면, 침수 방지에 상당한 여유를 가져다준다.

2등급은 최소 180㎜ 이상~최대 360㎜ 미만, 3등급은 최소 36㎜ 이상~최대 180㎜ 미만에 해당한다.

결국 세종시가 평균 137㎜ 비에도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다는 것은 ‘투수블록’과 ‘배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낮은 등급을 썼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H가 시방서상 1등급을 명시하고도 낮은 등급의 제품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며 “등급 표시 등 설계도면을 바꾸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시방서에 맞춰 준비해온 업계의 뒤통수를 때리는 꼴”이라고도 했다.

적정한 비가 오더라도 뽀송뽀송한 상태로 공원을 거닐 수 있으려면, 반드시 1등급이 필요하다는 게 해당 업계의 주장이다. 등급별 샘플 테스트 없는 시공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좋은 투수블록은 폭염 시 표면의 온도를 낮춰주고, 지하 물순환에도 큰 보탬을 줄 수 있어 LID 선진기법을 적용하려는 행복도시 콘셉트와도 맞는다는 것.

반면 LH는 시방서상 1등급은 표기 오류에 의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담당자의 구체적 입장과 설명은 이날 연차 휴가 중인 관계로, 오는 5일 재확인하기로 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LH 담당자로부터 시방서 오류란 설명을 들었다”며 “정확한 진위를 파악한 뒤,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시방서 오류 진위는 추후 밝혀지겠지만, 중앙공원에 어떤 등급의 투수블록이 최적일지 선택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행복청과 LH는 사업예산 규모와 주변 여건, 시설물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읍면지역 공원과 보행로 조성 등의 사업 시행자인 세종시 역시 이 점에 있어선 유사하다. 시 관계자는 “해당 시설물에 어떤 투수블록이 적합한 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예산 규모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행복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앙공원 1단계 구역 기준으로 1등급과 3등급 투수블록 예산 차액은 2~3억원 대로 분석되고 있다.

사업 승인자인 행복청과 시행자인 LH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여기엔 전국적으로 120여개 업계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이중 1등급 생산 가능 업체는 다섯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영바위 2018-11-04 18:55:18
LH는 1등급으로 시행하라!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