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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 가득 채운 자연의 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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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 가득 채운 자연의 메타포
  • 유태희 문화전문기자
  • 승인 2018.07.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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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작가] 한명숙 개인전, 세종호수공원 작은 갤러리서 8일까지
유태희 문화전문기자 |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표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 방식이 있다. 미메시스와 디에게시스. 미메시스(mimesis)는 상황을 재현하거나 묘사하는 것을 말하고, 디에게시스(diegesis)는 이야기의 대상을 작중인물의 대사나 해설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비전공자였던 서양화가 한명숙은 원래 한국화로 화단에 등장했다가 서양화로 경계를 넘어섰다. 그가 새로운 미적 표현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 이유다. 고민 끝 결론은 ‘꽃과 자연의 은유’였다.

아름다움의 개념은 원래 알려진 것처럼 진리의 표현을 말한다. 따라서 아름다움도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영역은 개념의 영역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름다움의 영역은 지극히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성적인 인간은 사물을 외적 표상에 따라 지각하거나, 대상을 내적으로 직관하여 사유한다. 우리는 대상에 보편성의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보편화하고 단순화하는 존재이며, 대상에 형식을 부여하고 대상을 사유한다. 그러므로 지성은 대상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즉 지성의 태도는 대상을 파악하는 일이며, 대상을 그대로 보존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타리의 정원

서양화가 한명숙이 사는 600년 터전의 종갓집에는 ‘타리의 정원’이 있다. 그가 정원에 붙인 이름이다. ‘꽃 떨기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의 가슴속에는 항상 꽃이라는 주제가 머물러 있다.

종갓집 맏며느리였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붓을 잡았다. 한명숙의 예술세계는 여러 번의 전시회를 통해 익히 알려졌지만, 그의 화폭에는 자연의 메타포가 넘쳐난다. 그것은 이데아의 세계에서 실제 존재하는 신이 창조한 형태의 자연이며, 작가 자신이 생활 속에서 지각하는 구체적인 사물들을 자기의 이상대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예술과 자연에 대한 오랜 질문으로 가득한 헤겔이나 단토의 미학이 떠오른다. 6월의 강력한 햇빛을 받고 줄지어 서 있는 분홍의 복숭아꽃과 어우러진 나무의 아름다움에 끌려 서 있노라면 풍경은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바로 몰아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자가 풍경에서 소외될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날개를 편다.

능수홍도화

작가와 만나고 갤러리를 나오자 잘랄루딘 루미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시면
이것들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 모든 것이 다
무슨 소용 있겠어요.”

한명숙 전시회가 열리는 세종호수공원의 작은 갤러리는 호수를 건너야 갈 수 있다. 전시는 이번 주 토요일 오후까지 열린다.

행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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