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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이겨낸 영웅에 주어진 보상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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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이겨낸 영웅에 주어진 보상 ‘미녀’
  • 박한표
  • 승인 2017.09.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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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24-2>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목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고르고네스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 돌로 변한 사람들의 돌덩이가 널려 있었다. 고르고네스 세 자매는 황금 손과 황금 날개를 갖고 있었고, 주둥아리에는 엄청나게 큰 혀가 멧돼지 어금니 모양의 이빨 사이에 매달려 있었다. 또한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뱀이었다.

페르세우스는 이미 얼굴을 익혀두었던 메두사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는 방패에 비친 메두사의 머리를 헤르메스의 낫으로 한방에 잘라 자루에 담았다. 메두사의 짧은 비명소리에 놀란 자매들이 놀라 날아올랐지만, 투구를 써서 보이지 않는 페르세우스와 싸울 수 없었다. 그들은 목이 잘린 메두사를 애도할 수밖에 없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의하면,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벨 때 지상에 핏방울이 떨어지자 땅 속에서 날개 달린 천마 페가수스가 태어난다. 그러나 페르세우스는 그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두사’ 카라바조, 아마포에 유채(포플러나무 방패 장식), 60×55㎝, 1597~1598년경, 우피치미술관(이탈리아 피렌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따르면,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갖고 공중을 날아다니다 티탄 족 아틀라스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하룻밤 묵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아틀라스는 그가 제우스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는 강제로 나라에서 쫓아내려 했다. 언젠가 티탄 족 법의 여신 테미스가 해준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제우스의 아들 중 하나가 자신의 딸들인 헤스페리데스가 관리하는 정원에서 황금사과를 훔쳐 간다는 내용이었다.

아틀라스가 거절하자, 페르세우스는 할 수 없이 돌아섰다. 그러면서 그는 재빨리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갑자기 자루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 아틀라스의 눈앞에 쳐들었다. 아틀라스는 그 순간 정상이 구름 속에 가려진 엄청나게 높은 산으로 변했다. 그 산은 지금도 아틀라스 산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의 북부 지방에 있는 산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헤라클레스의 모험 이야기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가 헤스페리데스 정원으로 황금 사과를 얻으러 갈 때까지도 산으로 변신하지 않은 채 여전히 살아서 지구를 떠메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임무를 마쳤지만, 고향 세리포스로 돌아가지 않았다. 영웅으로서의 강한 모험심과 호기심이 발동해서다. 그는 돌아가던 중 케페우스가 다스리는 에티오피아 상공에 접어들었다. 젊고 아름다운 처녀가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안드로메다를 풀어주는 페르세우스’ 프랑수아 르무안, 캔버스에 유채, 184×151㎝, 1723년, 월레스 컬렉션(영국 런던)

무슨 일인가 하고 지상으로 내려가 보니 묶여 있던 처녀는 바로 이 나라의 공주 안드로메다였다. 예쁜 처녀 안드로메다가 그렇게 된 이유는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녀의 어머니 카시오페이아(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의 아내)는 허영심이 많았다. 그녀는 자신이 바다의 요정들인 네레이데스(해신 네레우스의 50명의 딸)보다 더 예쁘다고 공공연하게 자랑하고 돌아다녔다.

모욕을 당한 바다의 요정들이 포세이돈에게 케페우스를 혼내달라고 간청했다. 포세이돈은 괴물 한 마리를 보내 케페우스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내 암피트리테도 네레이데스 중 하나였다.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는 재난을 피하기 위해 신탁을 구했다. 그랬더니 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딸 안드로메다를 그 괴물에게 희생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케페우스는 어쩔 수 없이 딸 안드로메다를 해안에서 가까운 바다에 솟아 있는 바위에 묶어놓고 괴물이 데려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저 멀리서 괴물이 안드로메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페르세우스는 에티오피아 상공을 비행하다 이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비행을 멈추고 아래로 내려갔다. 케페우스 왕과 왕비 카시오페아는 신하들과 함께 사색이 되어 해안에서 딸의 비극적 종말을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첫눈에 안드로메다에게 반했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지에게 괴물을 물리치면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안드로메다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으나, 케페우스는 딸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페르세우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사이 괴물은 안드로메다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페르세우스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좌우로 움직이며 괴물 주위를 돌았다. 괴물은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적이라 생각하고 공격했는데 당연히 잡힐 리가 없었다. 페르세우스는 우왕좌왕하는 괴물에게 하늘 높은 곳에서 아래로 돌진하더니 메두사의 목을 자른 커다란 낫으로 순식간에 괴물을 해치우고 안드로메다를 구했다. 다른 이야기로는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들어 괴물을 돌로 변하게 하였다고 한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캔버스에 유채, 160×265㎝, 1639~1640년경, 프라도미술관(스페인 마드리드)

안드로메다를 구한 페르세우스는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의 왕궁에서 축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모두가 페르세우스의 용맹을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안드로메다의 원래 약혼자였던 피네우스가 많은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안드로메다는 왕의 동생 피네우스와 이미 약혼한 사이였다. 괴물이 시시각각으로 안드로메다에게 다가오는 터라 케페우스는 페르세우스에게 그것을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피네우스는 약혼자인 자신에게 공주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케페우스는 안드로메다를 구할 생각도 않다가 뒤늦게 나타난 피네우스를 무시하고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왕궁은 격렬한 전투장으로 변했다. 페르세우스는 피네우스가 데리고 온 부하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그들을 잇달아 쓰러뜨렸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그 많은 상대와 맞설 수 없었다. 따라서 페르세우스는 “이 중 나의 편은 고개를 돌리시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메두사의 머리를 자루에서 꺼내 높이 들었다. 그러자 피네우스를 비롯한 적들이 순식간에 돌로 변해 버렸다.

‘피네우스와 그의 부하들을 돌로 변신시키는 페르세우스’ 루카 지오르다노, 캔버스에 유채, 285×366㎝, 1680년대 초반경, 런던 내셔널갤러리(영국)

승리를 거둔 페르세우스는 정식으로 안드로메다와 결혼하고, 케페우스의 나라에서 거의 1년을 머물렀다. 그 사이 안드로메다는 페르세스라는 아들을 낳는다. 케페우스는 딸 부부가 자기 나라에 머무르길 원했다.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은근히 페르세우스가 자신의 뒤를 이어 에티오피아를 맡아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 다나에가 걱정이 되어, 안드로메다를 데리고 세리포스 섬으로 돌아갔다. 아들 페르세스는 장인 케페우스의 후계자로 에티오피아에 남겨두었다.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페르시아라는 이름은 바로 이 페르세스에서 유래했다.

후에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가 죽자 포세이돈은 그들을 바다의 괴물과 함께 하늘에 별자리로 박아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카시오페이아 왕비에게 명예가 되지 못했다. 포세이돈은 카시오페이아가 1년 중 대부분을 발을 위로 향한 채 거꾸로 누워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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