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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아프로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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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아프로디테
  • 박한표
  • 승인 2017.05.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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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

아프로디테가 ‘케스토스 히마스(Kestos Himas, 마법의 띠)’라는 허리띠를 매고 벌이는 유혹은 어떤 신도, 어떤 인간도 헤어날 길이 없었다. 그런 유혹에 전쟁의 신 아레스가 걸려든다.


아레스는 용감할 뿐만 아니라 잘 생기기까지 한 전쟁의 신이다. 툭하면 싸움질이나 하는 난폭한 신이다. 요즘 말로 ‘나쁜 남자’다. 그런데 잘 생겼다. 그러니 아프로디테가 좋아했을 것이다. 여신은 남편 헤파이스토스를 놔두고 수시로 아레스와 불륜을 저질렀다.


한 번은 시뻘건 대낮에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던 불륜 남녀가 태양의 신 헬리오스에게 발각되어 남편 헤파이스토스에게 알려진다.


헤파이스토스는 어느 날 집을 나서기 전에 침대에 보이지 않는 황금 그물을 쳐둔다. 바로 그날 헤파이스토스는 아내에게 렘노스 섬에 다녀와야겠다면서 올림포스에서 사라졌다. 아프로디테는 남편이 집을 비우기가 무섭게 늘 데리고 다니던 히메로스(‘나른한 그리움’이란 뜻)를 아레스에게 보냈다. 히메로스가 아레스에게 전한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을 것이다. “헤파이스토스, 렘노스 섬에 내려갔음. 며칠 걸릴 예정이라고 함.” 그러자 아레스는 득달같이 아프로디테의 집으로 달려왔다.


헤파이스토스가 침대에 그물을 쳐놓은 줄 모르고, 두 신은 열렬히 사랑을 나누다가 벌거벗은 몸으로 그물에 갇혀 침대 위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 외도 현장을 포착한 헤파이스토스는 다른 신들에게 이 둘의 추태를 낱낱이 보이며 서슬 퍼런 얼굴로 아내의 부정을 비난했다.

 

 

올림포스 신들 중에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한 헤파이스토스를 동정하는 이도 있었고, 헤르메스처럼 아프로디테와 친밀하게 지낸 아레스를 부러워하는 이도 많았다고 한다. 헤르메스는 아무리 그물이 몸을 얽어맨다 해도, 또 신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해도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 했다.


이 사건은 아레스에게 사과와 보상의 약속을 받아주겠다는 포세이돈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그물에서 풀려나자 아레스는 제 신전이 있는 트라키아로 도망갔고, 아프로디테는 처녀의 샘이 있는 키프로스 섬으로 갔다. 당시 키프로스 섬에는 몸을 담그기만 하면 처녀성을 잃은 여성도 처녀로 거듭나게 해 주는 ‘처녀의 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남편의 반격을 받았다고 해서 기가 꺾일 아프로디테가 아니었다. 이후에도 아레스와 변함없이 밀애를 즐겨 자식까지 낳았다.


두 신의 불륜 결과로 하르모니아(Harmonia, 조화), 포보스(Phobos, 공포), 데이모스(Deimos, 걱정)가 태어났다. 언제 발각될까 늘 전전긍긍하며 나눈 사랑의 결과로 ‘공포’와 ‘걱정’이 태어난 것 같다.


공포와 걱정은 아레스의 속성이다.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포보스에서 유래한다. 물을 두려워하는 중세사람들의 하이드로포비아(hydrophobia, 공수병),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아크로포비아(acrophobia, 고소공포증)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아프로디테는 기술의 신인 헤파이스토스(Hephaestus)의 아내였지만 정작 그와의 사이에서는 자식이 없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의 사랑, ‘사랑과 전쟁’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열정이다. 여기서 하르모니아, 즉 조화가 태어난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두 열정인 사랑과 전쟁의 조화를 꾀하려는 희망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에로스(사랑, Eros)도 둘 사이의 자식이라는 설도 있다.

 

 

아프로디테는 헤르메스와도 스캔들을 일으켰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비서실장’ 격이다. 아버지의 연애솜씨를 보며 ‘서당 개 삼년’ 하는 식으로 배웠지만 그 솜씨는 형편없었다. 반인반수인 판이 그의 자식이다. 헤르메스는 신들의 전령 역할을 하는 것 외에 목축, 상업, 도둑, 여행자의 수호신이다. 아프로디테는 이 헤르메스와도 사랑을 나누었다. 이 둘 사이에서 두 아들이 태어난다. 먼저 낳은 아들의 이름이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os), 나중에 태어난 아들이 에로스(Eros)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헤르메스(Hermes)와 아프로디테(Aprodite)의 이름을 합성한 이름이다. 남녀양성이다. 남성과 여성의 성징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신화에서는 ‘양성구유자’, 또는 ‘양성공유자’, 즉 두 개의 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남녀추니’, 순수한 우리말로는 ‘어지자지’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앤드로자인(androgyne)’, 또는 ‘허머프로다이트(hermaphrodite)’라고 한다. 앤드로자인은 그리스어 ‘안드로귀노스’에서 온 말이고, 허머프로다이트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에로스는 사랑의 아들로, 또 하나의 사랑이다. 에로스의 사랑 또한 육체적인 사랑이다. 에로틱(erotic)이란 말은 성애나 호색적인 것을 표현하는 말로, ‘성적’이라는 뜻이다. 성적이라는 말은 성적인 욕망을 자극한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로마신화의 아모르 또는 큐피드와 동일한 인물이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주로 이성에 대한 강렬한 성적 욕구를 의미하는 보통명사가 신격화 된 것이라고 한다. 그의 화살을 맞으면 격렬한 사랑의 포로가 된다. 에로스는 본디 자라지 않는 어린이 신이었으나, 아프로디테의 명령을 받아 아름다운 공주 프시케를 추남에게 반하게 하려다 오히려 자신이 프시케에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면서 청년 남신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후 프시케와 비밀연애를 하다가 아프로디테의 반대로 많은 역경에 부딪치지만 훗날 프시케와의 사랑을 아프로디테에게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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