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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특권의식과 고장 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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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특권의식과 고장 난 민주주의
  • 이충건
  • 승인 2017.04.10 11:17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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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브리핑] 세종시장·교육감·의장이 사과해야 하는 이유
대표 겸 편집국장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한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가 규정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원칙은 거짓이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민주주의가 고장 났다는 걸 안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다. 최고 권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나서야 시민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은 애초부터 평등할 수 없다는 것을.

투표권은 남자, 여자, 성소수자 모두에게 한 표만 주어진다. 이는 절대적 평등의 영역이다. 흔히들 평등권이라고 한다. 수능시험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졸업자격이 있으면 누구나 응시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능력에는 개인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점수다. 문제는 능력이 부(富)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데 있다.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불평등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게 국가의 책무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평등을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개념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가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경제 활동에 개입하는 이유다. 가령,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어 가장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복지혜택을 준다. 교육주거의료교통 등 사회적 필수재화를 공공재로 규정하고 삶의 불균형을 줄이고자 한다. 공공재에 해당하는 생필품을 국영화를 통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문화의 향유도 평등권의 문제다.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 즉 인권의 영역에 속한다. 이를 문화권이라고 한다. 유엔(UN)은 1948년 ‘세계 인권선언’을 채택하면서 제27조에 문화생활을 교육 등과 같이 인간이 평등하게 누려야할 하나의 권리로 명시했다. 우리나라도 공공재의 개념을 문화예술분야로 확대하는 추세다. 

거의 모든 광역단체가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상대적 평등 실현을 문화생활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이는 재단의 가장 큰 설립 취지이기도 하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지어 주거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처럼 문화재단은 소외계층에게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자치단체가 이 일을 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재단을 설립해 시장이 대표이사를 임명한다. 시장은 재단의 당연직 이사장이다.

세종시민은 문화욕구가 크지만 이를 충족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세종시에 문화시설이 변변치 않아서다. 수요는 많은데 좌석은 한정돼 있다 보니 문화재단이 인터넷 선착순 예매방식으로 입장권을 나눠주는 모양이다.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설민석 특별강연도 마찬가지였다.

행사를 주관한 세종시문화재단은 인터넷접수를 통해 참석자를 모집했는데, 2분 만에 예매가 끝났다고 한다. 인터넷접수에 실패한 시민들은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 예매해놓고 불참한 사람들의 좌석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강연에 인터넷 예매 없이, 줄도 서지 않고 참석한 ‘특권층’이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의 부인과 딸, 최교진 세종교육감의 부인, 고준일 세종시의회 의장의 부인이다.

인터넷 무료 예매는 세금을 내는 세종시민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고 기회다. 즉 절대적 평등의 문제다. 단 누가 빨리 예매에 성공하느냐는 ‘실력’과 운에 달렸다.

선착순 예매에 성공한 시민들만 특강을 들었다고 해서, 예매에 실패해 강연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세종시는 이미 문화재단에 위임해 시민들의 문화권을 보장했고 헌법이 규정한 상대적 문화평등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은 남 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미 참석자의 좌석이라도 구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렇지 않은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입장권을 돈을 주고 사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세종시문화재단은 이춘희 시장의 부인과 딸, 최교진 교육감의 부인, 고준일 의장의 부인을 시민들과 차별했다. 시장이나 교육감, 정치인의 가족은 우리와 같은 일반시민일 뿐이다. 그들의 가족관계는 필연이지만 시민들에게 그들의 관계는 우연일 뿐이다. 시민들은 이 시장을, 최 교육감을, 고 의장을 시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줬을 뿐이다. 여느 시민과 다를 게 없는 그들의 가족이 어떠한 차별적 지위나 혜택을 받을 이유는 없다. 세종시 문화재단만 이들을 특수계급이라고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인병택 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춘희 시장을 비롯한 세종시의 선출직 공직자들도 실망스럽다. 시민을 얕잡아본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의 가족이 차별적인 특권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했겠는가.

이번 사건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기득권층의 잘못된 특권의식과 결부된 문제여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 헌법의 평등 개념은 상대적이지만, 절대적 평등의 가치는 헌법을 넘어선다. 우리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절대적 평등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은 공적인 것을 앞세우고 사적인 것은 뒤로 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겼다. 이춘희 시장이 설민석 역사특강에 참석한 것은 공적인 일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신의 부인과 딸이 기회를 잡으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옆 자리를 챙겨준 것은 사사로운 일이다. 이 시장과 최 교육감, 고 의장은 공직자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가 고장 났다. 나는 내 자식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나는 우리 지도자들이 시민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얼마나 좋은 민주주의 교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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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7-06-11 07:56:34
이 세종시를 어찌 하오리오~
능력 하나 없는 자들의,

이간질 벽에~
왕따 벽에~
세종시가 눈이 멀어져 가고…
귀가 멀어져 가고…

온 세상이…
이권 밖에 없는, 이 현실을~

세종시에도,
제2의…
제3의…
정윤회ㆍ최순실~이 존재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픕니다.

나그네 2017-04-13 16:25:51
세종시가 기획한 문화행사에 시장이 참여하는 것은 시장이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부인과 딸을, 그것도 자기 옆자리에 미리 표를 빼서 앉혔다는 거죠. 이건 상식적인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2분만에 인터넷예매가 마감된 행사에요... 다른 공연에도 그랬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드네요.

이춘희는사과하라 2017-04-13 15:13:18
고ㅇI즈미도 공연보러갈땐 특권의식버리고 줄서서 기다려 똑같이 표산다고한다 시민들은 가뜩이나 문화생활힘든 세종에서 표 하나 구하려고 발동동거리는데 시장이란 작자는 예매 피튀길필요도 없이너무나 쉽게 온가족이 좋은 자리 꿰차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것에 분노를 느낀다

열약한 기자님 2017-04-11 19:49:35
열약한데
그찌하겠습까?
배고픔 현실에 사는 언론사들은
세상을 바꾸지않는한
어찌할방법없지요

세종시그네 2017-04-10 09:18:20
저런 인간들이 누굴 대표한다고
세종에도 순시리가 있고 문고리도 있다는게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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