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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높되 땅처럼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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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높되 땅처럼 낮춰라
  • 김충남
  • 승인 2017.03.2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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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의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23>지산겸(地山謙)

 

우리 헌정사 70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이중 8명은 망명, 쿠데타, 암살, 자살, 탄핵 등으로 비운(悲運)의 대통령이 됐고 3명은 평탄치 않은 임기 말년을 보냈다. 11명의 대통령 중 박수 받으며 떠난 대통령이 단 한명도 없었으니 참으로 불행하고도 비참한 우리 정치사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일까?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테지만 필자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그들이 하나같이 겸손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이 국민 앞에, 역사 앞에 얼마나 겸손했는지 되묻고 싶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영웅호걸이나 경세가들이 큰 공과 업적을 세우고도 비명횡사한 것은 공적을 쌓는 데는 성공했으나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즉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나 개인의 흥망성쇠는 겸(謙)과 만(慢)에 달려 있다고 했다. 겸손으로 일어났다 자만으로 쇠하게 된다는 얘기다
 

‘겸손’은 산처럼 높으면서도 땅처럼 낮추는 데 있다.


주역에서 겸(謙)을 나타내는 괘명(卦名)은 지산겸(地山謙), 즉 땅(地) 아래 산(山)이 있는 상(象)이다. 산처럼 높은 학덕이나 재능이 있더라도 땅처럼 낮다고 생각하고, 산처럼 높은 공을 세웠다 해도 땅처럼 낮추는 것이 겸(謙)이라는 의미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산처럼 높이 여기더라도 나는 스스로를 땅처럼 낮춰야 한다. 내가 모자라서 낮추면 비굴이 되지만 가득 찼기 때문에 낮추는 것은 겸손이 되는 것이다. 벼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 않는가.


겸손은 자연의 이치다.


‘천도(天道)는 가득한 것을 이지러지게 하고 지도(地道)는 가득한 것을 변하게 하고 귀도(鬼道)는 가득한 것을 해롭게 한다’고 했다. 하늘의 달도 가득차면 기울고, 땅의 높은 언덕도 차츰 낮아지며, 귀신도 좋은 일에는 마(魔)가 끼게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정(情)도 가득한 것을 싫어하는 천도(天道), 지도(地道), 귀도(鬼道)를 본받아 가득한 채 하는 자만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교만한 자를 싫어하고 겸손한 자를 좋아함이 아니겠는가.


겸손의 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하겠다.


하늘이나 땅, 귀신의 도(道)는 가득한 것을 이지러지게 하거나 변화시켜 그것을 모자란 것에 다 채워준다. 이것이 겸(謙)의 덕이다. 그러므로 사람도 겸의 덕을 본받아 익겸(益謙), 즉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 권력, 재능, 학식 등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사회를 이롭게 해야 한다. 또 유겸(流謙), 즉 아래로 흘려보내 어려운 사람,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 겸의 덕은 한 마디로 가진 자의 베풂이라 할 수 있으니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겠는가.


겸수익(謙受益), 겸손하면 이익을 얻기 마련이다.


겸손은 자기 자신을 겸허(謙虛)히 하는 것, 즉 낮추고 비우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비우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어 결국 이익을 얻게 된다. 반면, 자기 자신이 가득 찼다고 자만하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만초손(慢招損)이라 했다.


나와 남 그리고 세상사에 절대 필요한 덕목이 겸손이다.


자신에게 겸손하면 얻음과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남에게 겸손하면 사랑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세상사에 겸손하면 실패와 화를 면할 수 있다.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겸손한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다. 항상 나 자신을 비우고 낮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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