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무당에게 빼앗긴 우리 오방색 되찾자
상태바
무당에게 빼앗긴 우리 오방색 되찾자
  • 김충남
  • 승인 2016.11.28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남의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7>오방색(五方色)

“뱀보다 더 소름끼친다.” 최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국회의원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오방색 끈을 흔들어 보이며 오방색 끈을 마치 혐오스런 요물로 취급했다.


사실 그 국회의원이 뱀보다 혐오스러워 했던 그 오방색 끈은 요물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공예품이다.


다섯 가지색의 오방색 끈은 장명루(長命縷) 팔찌라고도 한다. 단오 때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병장수를 기원하면서 걸어주었던 오색실 팔찌다.


전통공예품인 오방색 끈이 무당의 소품으로 둔갑한 것이다. 전통에 대한 올바른 이해나 지식이 아쉽고 개탄스러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오방색 팔찌와 함께 돌팔매질 당하고 있는 물건들은 또 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때 등장했던 오색주머니 오방낭(五方囊)과 오방색문양을 담은 정부달력, 오방색을 활용한 정부로고다.

 


이것들은 주술적 의미가 담긴 주술용품이 아니다. 모두가 동양철학의 뜻이 담긴 우리민족 고유유산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취임식 때 등장했던 오방낭(五方囊)은 동양철학인 5행(五行) 개념을 도입한 오색주머니다. 청, 백, 적, 흑, 황의 오색(五色) 기운을 고루 받아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오상(五常)을 실천하라는 뜻에서 허리춤에 차던 것이다. 이 역시 철학적 뜻이 담긴 전통유산이다.


당시 대통령 취임식 때 이를 지켜본 대다수 국민은 우리 고유전통의 멋을 살린 훌륭한 기획이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것이 국정을 농단한 무녀(巫女)에게서 나왔음이 밝혀져 하루아침에 무속의 주술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같은 칼도 주부가 쓰면 음식을 만드는 식칼이 되지만 강도가 쓰면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된다. 만약 이 모두가 전문가에 의해 기획됐다면 아름다운 고유전통으로서 그 의미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농단 무녀에 의해 주술(呪術)로 전락한 오방색 팔찌, 오방낭, 오방색문양, 오방색 정부로고 이 모두의 기본은 오방색이다.


그렇다면 이 오방색에는 과연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동양철학의 근원은 음양오행이다.


우리민족의 고유전통풍습 역시 모두가 음양오행에 근거하고 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을 음(陰)과 양(陽)으로 구분한다. 또 삼라만상이 생성(生成)하고 소멸하는 것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오행(五行)의 변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오행(五行)인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의미를 하나하나 살펴자.
木(목)에는 生(생), 봄, 동쪽, 청색, 간장, 신맛, 인(仁)
火(화)에는 長(장), 여름, 남쪽, 적색, 심장, 쓴맛, 예(禮)
土(토)에는 化(화), 늦여름, 중앙, 황색, 비장, 단맛, 신(信)
金(금)에는 收(수), 가을, 서쪽, 백색, 폐장, 매운맛, 의(義)
水(수)에는 藏(장), 겨울, 북쪽, 흑색, 신장, 짠맛, 지(智)의 의미가 담겨있다.


음양오행철학은 서울 사대문의 옛 이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동대문은 홍인문(弘仁門),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 북대문은 홍지문(弘智門)이라고 했고, 보신각(普信閣)까지 그 이름을 오행에 적용해 보면 이해가 쉽다.


오방색은 우리 선조들의 삶의 색이었다.


우리선조들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활의 구석구석을 오행의 기운이 조화롭게 담겨있는 오방색과 함께 했다. 색동옷, 오색실 팔찌(장명루), 오방낭, 오색보, 오색고명, 궁전이나 사찰의 단청 등 그 어떤 것에도 오방색이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렇다. 오방색은 죄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