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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회적기업 '신달자' 아저씨의 희망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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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회적기업 '신달자' 아저씨의 희망 자전거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11.29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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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나게달리는자전거' 김석주 사장
 
달리는 자전거로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이가 있다. 일명 ‘신달자’ 아저씨. 신달자는 가게 이름인 ‘신나게 달리는 자전거’의 줄임말이다.

세종시 출범 초기 김석주(42) 사장은 첫마을에 1호 자전거 가게를 열었다. 당시 첫마을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는 다 ‘신달자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연고도 없이 세종에 정착해 그가 꿈꿨던 일은 올해 말이 돼서야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24일 세종시로부터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것.

착하고 건실한 사회적 기업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를 대평리 신달자 본점에서 만났다. 힘껏 페달을 밟아 만들고 싶은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그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해군 장교 전역 후 행정사 근무… ‘힘’ 없는 자의 편에 서다

부산 출신인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해군 장교로 11년간 복무했다. 멀쩡한 직업을 그만 둘 때에는 친구도, 가족도 모두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역해 새로운 직업으로 행정사를 택했다”며 “행정기관으로부터 위법, 부당한 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행정심판을 돕는 일을 했는데, 당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고 회고했다.

행정사는 국민의 권익보호와 권리구제 등을 위해 의뢰인을 대리하는 일을 한다.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혹은 법적 구비 서류의 작성을 대행 또는 대리하는 직업을 말한다.

그는 “억울한 사람들을 서류로 대변해주다보니 대부분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행정사를 찾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당시 몇 장의 서류에 불과하지만 그들을 대변하면서 나의 작은 노력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자전거’ 활용 사회적 기업 목표… 자전거 도시 ‘세종’ 선택

행정사로 일하던 그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회적 기업을 접하게 됐다. 

그는 “평소 취미로 자전거를 탔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며 “취미를 넘어 전문적으로 파고들기 위해 관련 학원을 다녀 자격증을 따고, 판매와 수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자전거 가게를 차렸다”고 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세종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기존 관습과 기득권이 없는 새로운 도시였기 때문. 그래야만 자신의 꿈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득권 세력이 없는, 즉 이미 많은 사회적 기업이 뿌리내린 곳이 아닌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를 찾은 것”이라며 “마침 첫마을 입주 시기와 맞물렸고, 와보니 자전거 인프라도 훌륭해 온 가족이 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폭설이 내린 이삿날, 남몰래 눈물 훔쳤던 첫 가게의 추억


신달자는 첫마을 6단지 상가에 첫 둥지를 틀었다. 지금은 아름동에 작은 분점을 내고, 대평리로 본점을 옮겨 운영하고 있지만, 당시 첫 가게는 초보 창업자가 감당하기에는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았다.

그는 “한 달에 300만 원이 훌쩍 넘는 임대료를 감당하느라 판매, 조립, 정비, 배달까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평생 펜만 잡아왔던 손이 기름때로 찌들어 갈라지고, 터져나갔다”고 했다. “다른 도시처럼 아르바이트생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곳이었고, 판매업도 처음이라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날도 있었다”고도 했다.
 
그래도 힘이 됐던 건 고객이었다. 바로 첫마을 주민들.  큰 풍채와는 달리 여린 마음으로 고생했던 김 씨는 주민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금방 생기를 되찾았다.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모습에 손님들이 직접 간단한 수리를 해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자전거 조립도 같이 했다”며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무료 수리로 수고비를 대신해주곤 했는데,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의 핵심, 이윤 활용에 달려있어”

사회적 기업은 단지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기 쉽다. 일반 기업이 이윤추구가 가장 큰 목적이라면 사회적 기업은 공익추구가 우선이기 때문.

상식적으로 ‘공익’과 ‘이윤’은 상충되는 개념일지 모르지만 그의 정의는 다르다. 사회적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필수적이란 것. 

그는 “사회적 기업의 핵심은 획득한 이윤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있다”며 “경제적으로 튼튼한 기업이 돼야 공익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목표다. 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 저소득층, 탈북자, 이민자, 노숙자들이 일용직이나 기간직을 전전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취약계층이 매번 일용직으로 일해서는 평생 그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며 “건실한 회사를 만들고 각종 사회적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발굴해 제공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세종시 자전거 인프라 구축, 일자리 창출과 연계


자전거 판매, 정비 외에도 사회서비스 부문 활동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장애인 재활훈련 프로그램, 어린이 교통안전교실, 비만아동 자전거 운동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개발, 취약계층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그는 중고 자전거를 수리해 활용하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자원재활용 확산에도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세종시 자전거 인프라 구축에도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향후 활성화 될 원수산 MTB 공원 내 인력이나 시민 편의를 위한 이동수리소, 자전거 수리콜센터, 공공자전거 어울링 시스템 개발 등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것.

그는 “추진해나갈 사업들은 대부분 일정 공간이 필요해 시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자전거 관련 시민 편의를 증진시켜 향후 시가 목표로 하는 자전거 분담율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휠체어 튜브 교환·자전거 기증… 꿈과 희망을 사는 ‘착한소비’

현재 그는 세종시 연서면에 위치한 영명보육원과 장군면 에스더학교 등의 사회복지시설에 자전거를 기증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시장애인협회를 통해 휠체어 튜브 무료 교환 활동도 시작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중고 자전거를 수리해 복지 시설에 기증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아이들은 누구나 새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적지만 항상 새 자전거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소소한 나눔을 이어가는 사회적 기업이 아닌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튼튼하고 큰 기업으로 성장해야 더 많은 이들을 고용하고, 더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는 “현재 주식회사 법인인 신달자를 상장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며 “큰 규모의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 사회 취약계층도 대기업에 취직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신달자'는 단순히 자전거를 사는 곳이 아니다. 건강을 사고, 친환경 미래를 사는 것. 무엇보다 언젠가 이곳에서 근무할 이들의 꿈과 희망을 사는 ‘착한 소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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