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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착용 첫 기록은 통신사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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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착용 첫 기록은 통신사 김성일
  • 이승구
  • 승인 2016.10.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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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구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8>안경의 역사

임진왜란(1592-1598) 발발 직전인 587년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선조 때 학자 김성일의 후손 집에서 당시 김성일이 쓴 것으로 전해진 오래된 안경이 발견되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초의 안경이자 김성일은 안경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일 것이다.

 

임진왜란 전후의 사정을 기록한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따르면 1598년 임진왜란의 종전 협상을 위해 조선에 온 명나라 장수 심유경과 왜승(倭僧) 현소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둘 다 나이가 들었는데 작은 글씨의 문서를 볼 때 마다 안경을 끼고 읽어 신기한 일로 적고 있다. 이것이 국내 문헌상 최초의 기록임을 미루어 볼 때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 김성일이 당시 일본 왕래 중 일본에서 안경을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금으로부터 760년 전쯤인 1250년 몽골지방을 선교 여행했던 프란체스코 수도사인 윌리 튀브크가 몽골 노인들이 노안(老眼)임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끼고 책을 편안히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동료 수도사인 베이컨에게 이를 전했고, 베이컨이 1268년에  몽골인의 안경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 유럽에서 안경의 기원으로 여겨진다.

 

그 무렵 몽골은 고려와도 인적-물적 교류가 왕성하던 때인지라 이미 안경이 그때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안경 착용에 대한 당시 사회 인식이 좋지 않아 문헌상 사용시기가 나타나는 것이 늦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持父母)라 하여 부모들로부터 내려 받은 신체를 일부라도 감히 훼손하거나 또 덧붙여서도 안 된다는 삼엄한 유교 사상(思想)의 덕목(德目)에 사로잡혀있었다. 따라서 안경은 반(反)도덕적 물건으로 취급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윗사람 앞에서는 불경(不敬)한 것으로 보여 쓰지 못했으나, 아랫사람 앞에서는 안경을 신분 과시용으로 우리 어른들은 즐겨 썼던 듯싶다. 반대로 현대의 우리는 안경을 시력에 관계없이 외모와 패션용으로 더 많이 사용하고, 시력교정은 라식, 라섹수술 및 콘택트렌즈로 쉽게 교정하고 있으니 400~500년 전의 조상들과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1593-1652)는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편지를 읽고 있는 성 제롬’이란 그림을 통해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쇄락해가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노년기(老年期) 모습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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