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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놀이문화, 이제 어른들이 나서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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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놀이문화, 이제 어른들이 나서야할 때"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9.29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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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놀이전문가 홍사열씨

‘놀이’가 사라진 시대, 골목문화가 희미해 진 사회에서 놀 곳도, 놀 시간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움직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과거의 놀이 문화를 돌려줘야한다는 생각에서다. 

놀이 전문가 홍사열(43)씨는 현재 세종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놀이자원봉사자 양성과정’에 지도자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단체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올해 안에 (사)놀이하는사람들 세종지회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문화예술단체 ‘예술창작소 이음’의 사무국장이기도 한 그는 민속학을 전공하고, 7년간 ‘놀이하는사람들’의 사무국장과 감사를 역임하면서 놀이문화를 전파해왔다. “놀이는 곧 삶”이라는 그를 만나 놀이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놀이에 담긴 ‘메시지’… 실패를 통해 얻는 성공의 ‘기쁨’

과거 아이들은 틈만 나면 놀이에 빠졌다. 해가 질 때까지 놀이밖에 몰랐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인류의 기술들은 모두 놀이에 담겨있다”며 “선조들의 지혜가 놀이라는 틀 안에 담겨 있고, 놀이를 통해 삶의 방식이 전해진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놀이에는 저마다의 메시지가 있고, 인내심과 배려, 승리와 패배의 감정, 존중의 가치 등 사회생활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그가 예를 든 놀이는 ‘딱지치기’다. 

그는 “딱지치기는 딱지가 넘어가는 재미,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진정한 메시지는 지는 데 있다”며 “지는 훈련을 통해 실패를 경험하고, 포기하지 않았을 때 결국 성공의 맛을 알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패배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서로 딱지를 내놓기도, 따기도 하면서 딱지 자체에 대한 소유 의미는 사라지고, 놀이가 가진 메시지만 남게 된다.  

그는 “놀이를 하다보면 놀이가 가진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며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 수업에서는 항상 어떤 재미가 있는지, 무슨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묻곤 한다”고 했다. 

‘놀이’의 최대 가치, ‘경우’가 밝은 아이 만든다

놀이에 대한 가치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실제 놀이라는 것은 아이들의 심리적·신체적인 발달 과정에서 빠져선 안 될 중요한 성장 요건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놀이의 최대 가치를 ‘경우가 밝은 아이’로 요약했다. 놀이를 통해 배운 경험들은 결국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과 직결된다는 것.

그는 “상식이 통하는 삶의 방식, 즉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것들을 행할 때 사람들은 ‘경우가 됐다’고 얘기한다”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경우가 밝은 아이’로 성장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놀이는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놀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우리 편 친구의 감정을 관찰하고, 누군가를 도와줄 방법을 찾기도 하면서 수많은 감정과 경험을 얻게 된다”고 했다. 

어른과 아이의 놀이… “똑같이 놀이꾼이 되어야”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듯이 놀이도 마찬가지다. 홍 씨에 따르면, 현재 놀이자원봉사자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 등 30여 명은 걱정과 달리 놀이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을 금세 깨달았다.

그는 “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오히려 다들 과거에 좀 놀았던(?)분들”이라며 “뛰거나 접촉이 많은 놀이교육을 진행할 때는 오히려 살살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열정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경험자인 어른이 무경험자인 아이들과 ‘놀이’를 함께 할 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게 가장 좋을까.

그는 “놀이를 할 때 중요한 점은 놀이 방법과 규칙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놀이 자체를 알려주는 데 있다”며 “놀이가 가진 재미, 가치, 메시지들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칙과 룰은 교과서에 충분히 있으니 놀이를 하는 어른들은 그 순간만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놀이꾼이 돼야한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조금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라고 해서 승패를 봐줘선 안 된다”고 했다. 

딸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공기놀이를 해 온 그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6학년이 된 딸은 드디어 아빠를 제치고, 놀이에서 이기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는 “감격스러웠던 아이는 그날 만세를 부르며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며 “지금 중학생이 된 딸은 지금도 그 얘기를 한다. 그때 아빠를 이겼던 기분이 잊어지지 않고 추억으로 남은 것”이라고 했다. “매일 지더라도 언젠가 이기는 날이 온다는 것을 은연중에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흙 없는 운동장, 스마트폰… “바뀐 놀이 환경, 가장 아쉬워”


본래 놀이라는 것은 언니와 형을 따라 배우고, 아이들 무리를 통해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이 단계가 없어졌다. 골목문화란 것이 사라졌기 때문.

그는 “놀이를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놀 시간도 없고, 놀 곳도 없는 사회가 된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놀이를 알고 있는 어른들이 나서 일정부분 전수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의 최대 놀잇감은 ‘스마트폰’이다. 그 속에는 무궁무진한 게임들이 있고, 자극적인 정보가 가득한 SNS 세계가 존재한다. 놀이마다 메시지가 있다면, 스마트폰이라는 놀잇감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

그는 “좋은 놀이의 기준은 어떤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느냐에 있다”며 “스스로도 고민해봤지만, 스마트폰에서는 메시지를 찾으려 해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흙이 사라진 학교 운동장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과거 가장 충실한 놀이의 장으로 기능했던 공간이 우레탄트랙이나 인조잔디로 깔려 놀이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

홍씨는 “흙이 깔린 운동장에서는 돌멩이로 그림만 그려도 놀이가 될 수 있다”며 “가장 창의적인 놀이 공간이 사라진 상황에서 최소한 학교만이라도 흙 운동장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홍사열씨는 ‘놀이하는사람들’ 세종시지회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가을예술제 기간인 내달 2일에는 세종시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 놀이마당을 열고, 딱지치기, 달팽이놀이 등 한국 전래놀이와 중국, 베트남, 일본 놀이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놀이자원봉사자 양성과정을 마친 학부모와 시민들은 학교 내 초등 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 실습을 마친 뒤 지역공동체 놀이 인력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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