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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집짓기’, 세종시 패시브 하우스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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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집짓기’, 세종시 패시브 하우스에서 배우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8.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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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결로 없는 집… 사계절 쾌적한 패시브 하우스란?
여름 한 철 실내온도 26도, 5만 3000원이면 ‘충분’
설명회·세미나 등 예비건축주 위한 프로그램 마련 시급


무덥고 습한 여름. 더위를 피해 들어온 집도 덥기는 매한가지다. 사계절 내내 쾌적한 온·습도를 유지하는 집에서 살기는 쉽지 않다. 여름 한 철을 시원하게 보내려다 전기세 폭탄을 맞기 십상이기 때문.

 

하지만 세종시 아름동에 위치한 ‘람다패시브하우스’의 여름 한 철은 실내온도 26도를 유지하는 데 단 5만 3000원(235kWh)이면 충분하다. 실내면적은 총 185㎡. 지난 겨울 한 철 난방비로 쓰인 난방비는 총 12만 원이다.

 

지난 5일 건축주 손태청씨의 집에 이 집을 설계한 홍도영 건축가를 비롯해 박현진 에이치제이피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창근 (주)풍산우드홈 대표, 조민구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이사, 박성중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연구소 부소장, 김종헌 MTES 대표이사 등 총 7명의 전문가가 모였다.

 

사계절 내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는 람다패시브하우스. 이곳에 모인 그들에게서 패시브 공법을 비롯한 한국식 건축 정체성에 대한 고민, 개인주택 관련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치로 환산되는 쾌적함… ‘패시브 하우스’란?



패시브 하우스란 쉽게 말해 환경의 쾌적성으로 삶의 질을 담보하는 집이다. 사계절 온·습도가 일정하고, 실내로는 지속적으로 신선한 공기가 유입된다. 즉, 공동주택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곰팡이와 결로로부터 자유로운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주 손태청씨는 “람다패시브하우스는 단열과 기밀, 환기, 외부 차양, 열교차단 등 다양한 건축 요소들을 적용한 집”이라며 “화려한 내장재가 아닌 기능적인 측면에 치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집을 설계한 홍도영 건축가는 국내 패시브 건축계의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패시브하우스 설계&시공 디테일>의 저자이기도 하다.

 

패시브하우스의 핵심은 ‘차양’과 ‘환기’다. 하지만 그는 “공동주택의 경우 베란다까지 확장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고층인 경우 외부 차양시설의 설치·관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개인주택의 경우 역시 외부 처마를 생략하는 등 에너지 절약과 밀접한 차양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람다패시브 하우스는 집 전체 창마다 외부 덧창이 설치돼있다. 특히 측면의 덧창은 레일을 통해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해 여름철에는 이 창을 닫아 일사량을 차단한다.

 

박성중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연구소 부소장은 이 집의 환기시스템에 주목했다. 그는 “일반 공동주택의 경우 환기시스템은 주방후드 정도”라며 “이 집은 열회수환기장치를 통해 환기와 열효율을 함께 잡고 있다”고 했다.

 

‘환기’는 쾌적한 집의 핵심 요소다. 독일은 환기계획서를 제출해야 개인주택 준공이 가능할 정도로 이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환기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특히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이 집의 여름철 환기 장치를 통과하는 공기 온도는 26.5도. 이는 실내온도와 0.5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 수준으로 여름철에도 쾌적한 온도의 공기가 유입돼 냉방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개인주택 제대로 못 짓는 ‘이유’

 

세종시는 전체 유효주택 면적의 40%가 개인주택 부지로 계획돼있다. 이는 타 도시계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지만, 아직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는 생각보다 적은 상황이다.

 

건축주 손씨는 “가구 대비 많은 면적이 개인주택 부지로 계획됐음에도 단독주택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이 없는 수준”이라며 “지구단위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집짓기 불편한 도시도 없다”고 했다.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이냐는 철학과 컨셉에 대한 고민이 없는 상황에서 기준만 앞서 많은 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 올바른 개인주택 건축문화를 위해서는 인센티브나 패널티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개인주택 설계 시 에너지 효율과 밀접한 차양시설과 처마가 자주 생략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축법에 따른 ‘도로와의 1m 이격 제한 기준’ 때문에 실제 건축 가능한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

 

이들은 “여름철 일사 에너지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처마의 경우 이격 거리 제한 기준을 풀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에너지 절감 건축 장려에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을 지을 때 흔히 ‘사기나 안 당하면 다행’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건축주를 대상으로 한 전문적이고 현실적인 집짓기 정보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홍도용 건축가는 “독일은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도 건축 정보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반 시민에게 지원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목조주택 짓기, 마당이 넓은 집짓기 등 테마별로 소개 책자를 만들고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인주택 건축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공동주택과는 달리 오로지 개인에게 갈 위험부담 때문. 잘 알지 못하고 시작해 ‘괜히 사기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자가 있는 집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크다.

 

이들은 “한국패시브건축협회 등 전문가들에 의한 설명회, 세미나 등을 자주 개최해 일반 시민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와 지식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축주들 대부분은 잘 몰라서 제대로 못 짓는 것이지 제대로 안다면 좋은 것을 알고, 선택하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집’의 진정한 의미… 곰팡이·결로 현상이 정상?



현실적으로 공동주택의 하자 문제는 이제 덮어놓고 참아야 되는 일이 됐다. 이들에 따르면, 곰팡이와 결로로 고생하는 집들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설계됐기 때문.

 

이럴 줄 몰랐다는 입주자의 호소도 당연하다. 대부분 난방이 들어가지 않은 드레스룸에 허술한 창호를 쓰고, 창문에 턱을 만드는 등 살아보기 전까지는 문제를 알 수 없기 때문.

 

이 집에는 가장 기온이 낮은 북쪽 창가 창문 밑에 턱이 설계됐다. 영하의 겨울에도 이곳에 결로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턱 밑 바닥에 들어간 35와트의 열선 덕분이다.

 

홍도영 건축가는 “과거의 가구는 벽과 일정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지만 요즘은 붙박이장이 대부분”이라며 “겨울에는 가구 자체가 내단열재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안쪽의 온도가 내려가 결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석고보드를 뜯어내는 상황이 생기기 전, 결로 방지를 위해 미리 열선을 넣어 설계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얘기다.

 

“한국, 이제 하우징 기술 수출하는 나라 돼야”

 

패시브 하우스의 건축비는 3.3㎡(1평)당 600만 원 선. 일반 건축 보다 100만 원 정도가 추가되는 셈이지만, 앞으로 자재 수급 등 관련 공법이 대중화된다면 더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상적인 집을 짓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 십 가지의 작은 요소들을 챙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가능케 하는 건축 환경이 조성돼 있느냐에 달렸다. 이 집도 건축 당시 자재 수급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건축주 손 씨는 “국내에서 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기술력이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형성돼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정책이 개입해 국내에서 저렴하게 수급 가능한 자재 통로를 만들면 한국도 좋은 주택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홍도영 건축가는 “사실 한국의 기술력이라면 독일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며 “시장과 국가기반만 마련된다면 우리도 하우징 기술을 수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람다패시브하우스의 설계 도면에 독일에서 수입해 와야 하는 자재들을 따로 표시, 그 도면을 블로그(http://blog.naver.com/lamdahouse)를 통해 무료로 일반에게 공개했다. 국내 자재업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자재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도록 팁을 준 셈이다.

 

개인주택 짓기가 어려운 이유는 불안정성 때문이다.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 불안감이 크다는 것. 하지만 목표를 알고 가면 다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제 집짓기도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닌 내구성·에너지 효율성 등 미래 가능성과 잠재력을 봐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단독주택 문화의 새 장을 열고, 기존 건축풍토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게 이날 한데 모인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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