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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심정으로 뿌리는 ‘교육’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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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심정으로 뿌리는 ‘교육’의 씨앗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6.02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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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마을교육공동체] ③ 조치원 뿌리공동체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 속담은 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학교나 부모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그들이 자라는 마을 안의 다양한 자원과 관계들을 통해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


지난 수 년 간 ‘공교육은 무너졌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학교 밖 교육은 이제 시작이다.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광주를 거쳐 현재 세종까지 왔다. 학교 담장 너머에 있는 무수한 교육 주체들. 신도심과 구도심에서 운영되고 있는 4곳의 교육공동체를 통해 ‘마을교육’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본보는 총 4곳의 마을공동체를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아니 흔들리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용비어천가」)

용비어천가 1장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에 있어서 세종시의 원도심이자 뿌리인 조치원은 어떨까. 

이곳에는 ‘뿌리’라는 이름으로 뭉친 12명의 학부모들이 있다. 조치원 감리교회 설훈(40) 부목사를 비롯해 대학교수, 교감선생님, 초등학교 교사, 보험설계사, 시민운동가, 사회복지사 등 조치원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각계각층 사람들이 마을교육을 위해 모였다. 

뿌리 공동체 설훈 대표. 그는 태어나서 최근까지 약 40년 간 줄곧 수도권 지역에서만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조치원으로 이사오면서 그에게 '마을'이라는 개념이 좀 더 명확해졌다. 

마을공동체를 통해 타지인으로서 느꼈던 고립감을 떨쳐냈다. 지역 정서나 상황에 대한 감은 부족했지만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교육에 대한 책임은 공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는 교육공동체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역의 진짜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조치원 공동화 현상 심화…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현재 조치원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신도시 이동의 주축이 젊은 가정들이고,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이 자녀의 ‘교육 문제’ 때문입니다. 신도시 학교가 과대·과밀이 돼 가는 동안 반대편 조치원지역은 말 그대로 남은 자들의 학교가 돼 가고 있는 게 현실이죠.”

요즘 조치원 학부모들 사이에선 ‘언제 신도시로 이사 가느냐’가 가장 큰 이슈다. 신도시 인구도 구도심을 추월했다.

이로 인해 조치원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선 지원이나 투자가 신도시로 쏠리지 않을지, 제도나 방침이 신도시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조치원은 역사가 있고 아직 공동체성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마을이 학교가 될 수 있는 좋은 모판이 이미 형성돼 있는 거죠. 우리는 교육의 기준을 물질적, 지리적으로 판가름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합니다. 새 시설, 편리한 환경 등 신도시 지역의 이점이 있다면 역사나 문화 등 구도시만의 장점도 많기 때문이에요.”


교복은행, 협동조합 통한 교육·복지 ‘실현’

현재 이들은 학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복은행, 협동조합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를 정하고 그날이면 언제든지 필요하지 않거나 필요한 교복을 사고 팔 수 있게 한다. 학교,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 참여해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학부모들은 아시겠지만, 학생들 교복값이 생각보다 비싸요(웃음). 넥타이, 와이셔츠 등 분실도 잦은 편이죠. ‘교복은행’은 교실 한 칸을 빌려 교복을 기증받고 판매하는 제도죠. 필요하지 않은 교복을 1000원 정도에 기증받아 깨끗이 세탁한 뒤 세탁비 정도만 받고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겁니다. 일종의 교복 선순환 시스템이에요.” 

이들은 현재 조치원지역 중·고등학교에 매점이 있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추진하려는 것이 협동조합 매점 운영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조합원이 돼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평등한 입장에서 매점을 운영하 나가는 형태다.  

“학교에 매점이 없기 때문에 한창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학생들은 외부 가게를 가기 위해 종종 월담(?)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1000원짜리 편의점 햄버거 등 검증되지 않은 음식에 노출될 위험도 커지고 있어요. 제대로 된 먹거리를 파는 학교 매점을 한 곳 정도만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려고 해요.”

이를 통해 학부모들은 검증되지 않은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민주적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간식거리를 팔지, 어떤 재료를 선택할지, 얼마의 가격을 매길지 등 모든 것은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교육, 새로움 아닌 옛 것의 ‘회복’

'마을교육공동체'는 이미 전국적으로 큰 흐름을 타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마을교육이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니다. 

“마을이 한 가족 같았던 적도 있었죠. 내 자식, 남의 자식 구분 없이 정이 가득했어요. 다시 마을을 회복시키는 일, 지금의 마을교육공동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닌 '마을 회복 운동'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들은 최근 충남 홍성군 홍동면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대표 대안학교이자 개교 이후 1960년대부터 마을공동체가 유지 운영되고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풀무학교)를 다녀왔다. 무엇보다 마을협동조합, 마을도서관, 학생 동아리 활동 지원, 체험을 통한 진로탐색 등 지역공동체를 잘 일군 모델로 평가받는 곳이다. 전국의 모든 마을 교육공동체의 롤모델인 셈이다. 

“얼마 전 풀무학교를 다녀왔는데, 교육학자나 현직교사가 아니어서 교육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가 조심스럽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배우는 것이 즐거운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 모두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해야 합니다. 학교는 마을에 문을 열고, 마을은 학교로 걸어 들어가야 해요.”


공교육은 학교가 알아서? 인식도 바뀌어야

지금까지 부모들은 공교육이 오로지 ‘학교’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교문 안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은 100% 학교 교육에 맡겨져 왔다.

“지금까지 부모들은 ‘공교육은 학교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하지만 이제 학교만이 아닌 마을, 주민, 학부모도 공교육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공교육의 개념도 바뀌어야겠죠.”

설 대표는 ‘교육’이라는 것은 농부의 심정으로 씨를 뿌리는 일이다고 했다. 물과 햇빛을 머금어 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열매를 맺게 되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교육의 뿌리를 견고히 하고자 하는 그들의 행보에 어떤 열매가 맺힐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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