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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사' 엄마들의 지혜, "행복은 저금이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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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사' 엄마들의 지혜, "행복은 저금이 되지 않아요"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5.3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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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마을교육공동체] ② 인디사(인생을디자인하는사람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 속담은 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학교나 부모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그들이 자라는 마을 안의 다양한 자원과 관계들을 통해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

지난 수 년 간 ‘공교육은 무너졌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학교 밖 교육은 이제 시작이다.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광주를 거쳐 현재 세종까지 왔다. 학교 담장 너머에 있는 무수한 교육 주체들. 신도심과 구도심에서 운영되고 있는 4곳의 교육공동체를 통해 ‘마을교육’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본보는 총 4곳의 마을공동체를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종시 전의면. 이곳에는 ‘아이들은 왜 학교를 가기 싫어할까?’라는 의문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엄마들이 있다.


'인디사'(인생을 디자인 하는 사람들). 이 공동체를 통해 마을교육 실천에 나서고 있는 30대~50대 초반 여성들이 그 주인공이다.

 

아침마다 벌어지는 등교전쟁. 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왜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지 엄마들이 진정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내린 답은 간단하다. 아이들은 오늘,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래 엄마들, ‘교육’에 머리 맞대다

 

시집을 와서 17년 째 살고 있는 여성을 비롯해 서울 부산 등지에서 이주해 온 여성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같은 또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인연은 대부분 ‘유치원’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치원 운영상의 문제로 머리를 맞대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됐다.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저절로 아이들도 한 집에 모였다.


아이들은 마땅한 놀이시설이 없었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교가 빨랐다. 흙이 있는 마당에서의 놀이가 시작됐다.

 

이연희 인디사 대표는 “아이들이 마당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다”고 했다. 스마트폰, TV, 장난감이 없어도 자기네들끼리 놀이를 만들고 규칙을 만들어 논다는 것. 그는 “아이들은 서로 부딪히고, 토론하면서 이런 놀이, 또 저런 놀이들을 창조해낸다”고 했다.

 

아이들이 어울릴 동안 엄마들은 ‘동화모임’을 만들었다. 이들도 공부를 시작한 셈이다. 동화 한 편씩을 읽은 뒤 생각을 나누고 토론했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학부모교육이나 프로그램 참가가 어려운 현실, 그 속에서 만들어낸 소소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신설학교 아닌 학교 ‘혁신’ 원하는 학부모

 

신도심에 생긴 신설학교들. ‘자녀교육’을 이유로 세종으로 이주하는 젊은 부모들도 많다. 무엇보다 요즘 구도시 엄마들 사이에서는 언제 신도시로 이사 갈지가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신도심의 새 학교가 부럽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학교 혁신’이다. 


“시험보다는 배움이 무언지 알게 하는 교육, 교사가 가르치는 일방적인 수업이 아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교육이 됐으면 한다”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공동체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축복’

 

이곳 엄마들은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자신을 새로이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공동체 내에서 공부하고 이야기했던 방법을 직접 아이들에게 시험(?)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이지혜씨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우리’ 아이가 아닌 ‘내’아이 위주로 살았다”고 했다. 다른 아이와 함께 어울리고, 이웃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

 

2살 터울인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울증에 가까운 스트레스도 있었다. 친정엄마가 있는 전의에 이사 온 이유 역시 육아우울증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내가 행복하니 아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지니 남편도 행복해졌다”고 했다. 생애 첫 경험,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육아 세계에서 같은 처지의 엄마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면서 이를 극복한 셈이다.

 

이 대표는 “아이 키우는 법은 이 나라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문제”라며 “현실적으로는 옆집 아줌마와 또래 엄마들을 관찰하면서 육아를 배우게 된다”고 했다. 엄마들의 교육 소모임은 파급력이 클뿐더러 생각 이상의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것. 정부나 시 차원의 마을육아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요즘 엄마들, 공포의 대상은? ‘옆집 아줌마’

 

이 곳 엄마들은 30점짜리 받아쓰기 시험지에도 아이를 혼내지 않는 엄마, 학습지를 시키지 않는 엄마들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공동체 이야기를 하면, 현실에서 동떨어진 사람인양 취급한다”고 했다. ‘요즘 사회에서는 그렇게 못 키운다’, ‘현실은 다르다’, 더 심하게는 ‘그러다 애 버린다’는 말까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함께 키우는 교육이야 말로 건강한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

 

요즘 엄마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가 뭘까. 놀랍게도 바로 ‘옆집 아줌마’다. 아이들은 가장 가까운 곳과 비교하기 마련이고, 사람은 가까운 사람의 말에 흔들리기 때문.


이들은 “공동체를 통해 서로 비교하지 않는 좋은 옆집 아줌마들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했다.



인디사 교육지론, 행복은 저금이 되지 않는다

 

인디사의 교육 지론은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는 말로 설명된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가 붙지만 행복은 저금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나중에’라는 말”이라며 “우리 아이들만큼은 그런 삶을 살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중학교가서, 나중에 대학교 가서,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가 아니라 아이들은 지금, 오늘, 당장 행복해야한다는 것.

 

인디사 회원들은 올해 전의면 지역을 대상으로 한 ‘둘레길’ 조성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역사·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 계획서를 제출한 결과 최근 시 공모에 당선됐다.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함께 지역을 돌며 전의역과 향교, 체육공원, 성당 등을 따라 길을 꾸미고, 손수 표지판을 만들 예정이다. 이들은 “아이들은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되고, 동네는 활기차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내비쳤다.

 

‘교육’을 주제로 뭉쳤던 엄마들이 이제 지역 활성화라는 큰 틀 안에서의 고민도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랄, 그들의 고향으로 남을 전의면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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