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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심 최초 마을공동체 ‘첫마을 프리마켓’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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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심 최초 마을공동체 ‘첫마을 프리마켓’에 가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5.3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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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마을교육공동체] ① 첫마을 공동체
"이웃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보듬는 세상"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 속담은 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학교나 부모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그들이 자라는 마을 안의 다양한 자원과 관계들을 통해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

지난 수 년 간 ‘공교육은 무너졌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학교 밖 교육은 이제 시작이다.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광주를 거쳐 현재 세종까지 왔다. 학교 담장 너머에 있는 무수한 교육 주체들. 신도심과 구도심에서 운영되고 있는 4곳의 교육공동체를 통해 ‘마을교육’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본보는 총 4곳의 마을공동체를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종시 한솔동 생태다리 밑.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주민들이 오순도순 앉아 있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온 장난감과 옷을 내 놓고 1000원, 2000원 등 삐뚤빼뚤한 글씨로 가격표를 붙여 왔다.

 

'첫마을 프리마켓'은 매월 첫째와 셋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옆집 아줌마, 옆동 아저씨와 흥정(?)을 벌이는 정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악한 입주환경, 2012년 공동체 ‘결성’

 

프리마켓을 주관하는 곳은 2012년 결성된 신도시 최초의 ‘첫마을 공동체’. 건설사 크레인만 솟아 있던 황무지에다 구멍가게 하나 없던 이곳에 이주했던 김형관 대표는 당시의 첫마을을 이렇게 회상했다.

 

“2011년 12월 첫 입주 때는 정말 답답한 심경이었죠. 어른들이야 괜찮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이었어요. 사교육은 물론이고 공교육 인프라도 없던 시절,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입주자들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의견이 처음 나왔어요.”

 

학기를 마치지 못한 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이들 사이에서도 서먹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침 시기는 추운 겨울. 마땅히 놀 공간이 없다보니 아이도 부모도 집에서 방치(?)된 채 시간을 보냈다.

 

“비어 있는 아파트 공간을 활용하기로 하고 각자 집에서 책, 장난감들 등을 십시일반 모았어요. 근처 은행에 가서 무작정 지원을 요청하니 감사하게도 선뜻 안전매트를 내 주시더군요(웃음). 공간은 마련됐으니 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기로 하고, 입주민들 중 6명의 재능기부자를 찾았습니다.”

 

중국어, 사자수학, 과학교실, 미술심리치료, 독서교실 등 커리큘럼을 결정했다. 모집을 시작하자 아이들은 120명이 넘게 모였다. 예상치보다 딱 두 배 가까운 인원, 당초 계획한 1주 교육을 2주로 늘려 운영을 마쳤다.

 

시작은 미약, 현재는 명물 ‘프리마켓’

 

같은 해 3월부터는 주말 벼룩시장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50여 명 안팎의 소규모 장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치원을 비롯해 대전, 공주, 청주 등 이곳저곳서 찾는 명물 프리마켓이 됐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지금은 중학생이 됐어요. 판매자로서 혹은 봉사활동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느끼게 돼요. 사회성은 물론이고 집단 속에서의 역할, 삶의 자세 등을 배우는 셈이죠.”

 

아이들은 직접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매긴다. 손수 반죽해 구운 와플과 커피를 팔면서 작은 경제활동을 경험해보기도 한다. 자신이 가진 물건이나 재능을 내 놓고 지역 안에서의 자원으로 선순환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을 프리마켓은 공유경제 그 자체이기도 하다.

 

또 시청이 생기기 전, 마을 청소가 잘 되지 않았던 때에는 공휴일마다 주민들을 모아 마을청소에 나섰다. 당시에는 200~300명의 주민들이 모여 마을 쓰레기를 줍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 수 년 간 첫마을 음악회, 사진전시회, 그림그리기 대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해 왔다. 이를 통해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했다는 사실. 나 홀로 혹은 우리 가족만을 생각했던 편협함은 함께하는 삶의 가치로 바뀌었다.



프리마켓, 글로벌 ‘야시장’ 으로 변한다

 

첫마을 공동체의 올해 목표는 현재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프리마켓의 ‘글로벌화’다. 7~8월에는 야시장으로 운영하는 한편, 세종시에 사는 외국인들을 프리마켓으로 초청해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는 글로벌 ‘장’을 펼치겠다는 계획.

 

특히 아이들과 외국인이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외국인들 역시 한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 동시에 외국인들끼리의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김 대표는 첫마을과 외국 마을이 자매결연을 맺어 서로 홈스테이를 하는 ‘국제 품앗이’를 시도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새로운 장애물, ‘마을교육센터’의 부재


처음 공동체를 시작했을 때는 재정적인 열악함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공동체는 또 다른 장애물과 마주했다.

 

“마을공동체사업에 대한 조언이나 방향을 지시해 줄 기관이 없다는 문제에 직면했어요. 충남, 광주, 서울 등 이미 마을공동체를 선행한 지역들이 많고,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은데 말이죠.”

 

세종시 역시 2013년 ‘세종특별자치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를 제정, 센터 설치를 명시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 센터 설립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 초기에는 주민들끼리 무작정 도전하듯이 꾸려왔지만, 체계적이고 완성도 있는 사업을 위해서는 센터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마을공동체의 복원, “이웃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김 대표는 전라남도 고흥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그때만 해도 마을은 이웃 간에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이웃의 모든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고 도왔어요. 그만큼 범죄나 위험에 대한 걱정이 없었죠. 요즘은 다들 단지 놀이터에 아이들만 내놓는 것조차 위험한 시대잖아요(웃음). 마을공동체가 복원된다면 치안 등 사회 안전망에 사용되는 공적 재원도 줄어들 겁니다. 이는 곧 마을공동체가 범국가적인 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의미기도 해요.”

 

마을 공동체 복원은 곧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와 직결되는 문제기도 하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가 누구네 집 아이인지 아는 것. 이는 내 아이를 그들의 아이처럼 잘 지켜 줄 이웃들이 생긴 것과 같다.

 

프리마켓이 한창인 오후. 한쪽에서는 뜨거운 햇볕 아래 공동체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풍요로운 문화가 있는 안전한 마을, 앞으로 첫마을 공동체가 만들어갈 마을의 모습이 기대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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