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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에 나타난 '의문의 낚시꾼', 하루 150마리나 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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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에 나타난 '의문의 낚시꾼', 하루 150마리나 잡는 이유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5.2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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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上)] 세종호수공원 | 세종호수지킴이, 외래어종 퇴치 활동 중단된 ‘사연’
"호수공원 지킬 사람, 46명의 호수지킴이 아닌 23만 세종시민의 몫"


199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물의 포식자’ 퇴치 운동에 나선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 고유 어종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외래 어종이 그 대상이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어종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배스와 블루길은 이미 전국의 댐과 호수를 장악했다. 세종이라고 다를까. 준공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은 호수공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종호수지킴이'가 말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2~3년 내에 세종시 호수공원에서도 붕어, 잉어, 향어 등 토종어종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세종호수공원은 인공호수공원으로 보기 드물게 명품 호수공원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세종포스트는 명품 세종호수공원의 생태계 파괴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캠페인 보도를 기획했다. 외래어종 번식 및 생태계 현황 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총 3회에 걸쳐 호수공원의 현재 모습을 들여다본다. 그 첫 번째 보도에서는 세종호수지킴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 보도에서는 호수공원을 담당하는 관리 주체 측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며, 마지막 세 번째 보도에서는 스케치 기행으로 그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명품 도시에 걸맞은 명품공원으로 조성된 낚시 금지 구역 세종호수공원. 이른 아침 이곳에 낚시대(?)를 들고 나타난 이들이 있다. 세종호수공원에서 낚시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따라서 불법 행위로 오해받을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시에서 한시적으로 허가해 준 낚시꾼들이다. 시가 호수공원에서의 낚시를 허용해 준 이유가 무얼까. 그 내막이 궁금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다름 아닌 '세종호수지킴이’. 이 자원봉사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호수공원 내 환경정화 활동, 방문객 안내, 불법행위 계도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쾌적한 공원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약 한 달간 주말과 공휴일 아침마다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 퇴치 낚시를 해왔다”고 했다. 불법 낚시가 아닌 외래어종 퇴치 운동의 하나인 것.


이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무렵부터다. 토종 물고기들의 치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이들의 고기잡이(?)가 시작됐다.


허가받은 시간은 주말과 공휴일 오전 5시부터 8시까지. 두 사람이 각각 하나의 낚시대를 들고 2시간 정도 잡으면 120마리, 최대 150마리까지도 잡는다. 실제 사무실 냉동고 안에는 성인 팔뚝만한 배스가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늙은이들이라 눈이 어두워 미끼 끼는 것도 느린데, 이 정도면 넣자마자 잡힌다고 보면 된다”며 “배스나 블루길은 모터보트 근처나 바람의 언덕, 팔각정 데크 밑 등 대개 으슥하고 그늘진 곳에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치 운동 돌연 중단…“산란기 퇴치, 가장 효율적”

 

하지만 이들의 이런 외래어종 퇴치운동은 최근 부득이한 사유로 중단됐다. 낚시하는 모습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낚시꾼으로 오인, 행정당국에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 

 

그는 “멀리서 낚시하는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신고하겠다는 사람도 많았다”며 “설명을 하고 싶어도 증거만 남기고 가버리니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 중에는 ‘나도 여기서 낚시 좀 해야겠다’며 새벽에 낚시대를 들고 호수공원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플래카드나 어깨띠로 외래어종 퇴치 작업임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라며 "산란기인 지금 하루 빨리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참..."이라며 답답해 했다.

 

배스와 블루길의 산란기는 4~7월. 특히 배스는 한 번 산란할 때 1만 여개 이상의 알을 낳고, 90%이상이 치어로 부화할 정도로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말대로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외래어종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번식기에 퇴치 작업을 벌여야 훨씬 효과적이다. 



잉어, 붕어 등 토종 치어 '씨 말라'

 

국내 최대의 인공 호수인 세종호수공원. 인공 호수인 이곳에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어떻게 번식을 하게 된 걸까. 

 

이에 대해 호수지킴이 위세환(77) 팀장은 “공식적으로 물고기를 방생한 적이 없고, 전부 금강 하류에서 물을 끌어올려 쓰고 있다”며 “이 물에 알이나 치어가 딸려 온 거고, 천적이 없다보니 빠르게 번식한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호수지킴이 이성직씨는 “호수를 다니다보면 치어들이 하나도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붕어, 잉어 등 토종 어류들의 치어가 다 잡아먹히는 바람에 씨가 말랐다는 설명이다.

 

작년 가을만 해도 잉어를 따라다니는 치어 무리를 더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아이들 체험을 목적으로 치어를 잡아보기 위해 설치한 6개 어항에서 단 한 마리의 치어도 볼 수 없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호수지킴이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2~3년 후면 잉어나 붕어 등 토종어종을 한 마리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타 도시 낚시 퇴치 활동 사례…결국 '시민 모두가' 나서야

 

46명의 세종호수지킴이. 이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시민들과 관리 주체가 하루 빨리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생태계 보전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세종호수지킴이 임철환(66) 부회장은 “세종호수공원은 시민들의 공간”이라며 “가능하면 외래어종 퇴치 캠페인이나 낚시 대회를 열어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창녕, 충주, 제천, 울산, 성남,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는 외래어종 퇴치 운동의 하나로 낚시 대회를 열고 있다. 최근 충주 호암지에서는 이달 1일부터 17일간 한시적으로 낚시를 허용, 1톤 가까이 되는 외래어종(큰입배스, 붉은귀거북이, 블루길)을 포획하는 성과도 냈다. 

 

호수지킴이들은 끝으로 “세종 시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잔잔한 호수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전쟁. 진정 이곳을 지켜야 할 이들은 46명의 호수지킴이들이 아닌, 23만 세종시민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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