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차마 꺼내지 못했던 "힘내라"는 말
상태바
차마 꺼내지 못했던 "힘내라"는 말
  • 안성원
  • 승인 2016.04.11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전에 세종시 아파트단지의 3분의 1을 건설 한 J건설과 관련해 하자보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주민들의 속사정(본보 201호, 온라인판 3월 20일자)을 밀마루 코너에서 전한 바 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을 읽었다는 젊은 가장 오모(34)씨가 J건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기자를 찾아왔다.


건설사와 행정 기관의 실수로 분양받았던 아파트를 잃어버 렸다는 얘기였다. ‘집’이 갖는 의미가 단순한 보금자리 이상임을 감안하면 그가 받았을 정 신적, 경제적 고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미 뤄 짐작이 간다.


오씨의 사연은 이렇다. 2012년 결혼한 뒤 지 난해 7월 J건설이 지은 아파트 84㎡형 로열층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당첨됐다. 하지만 무주 택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건설사로부터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2014년 11월 분양받은 도시형생 활주택(17㎡)이 원인이었다.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오씨는 국토부, 금융결재원, 행복청, 국민권익위원회 등 알아볼 수 있는 곳이라면 모두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면적 20㎡ 이하는 무주택으로 보기 때문에 건설 사의 결정은 잘못됐다는 유권해석을 얻었다. 그 러나 오씨가 이 사실을 건설사에 알렸을 때 이 미 그의 아파트는 후순위인 예비당첨자에게 분 양이 이뤄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오씨는 자신으 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는 없었기에 해당 아파트를 내놓으라며 고집할 수는 없었다.


이후 잘못을 인정한 J건설은 오씨에게 세종 시의 다른 아파트 분양권을 주는 것으로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초 오씨가 분양받 은 아파트의 조건(층고·조망권 등)은 보장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 하기 위해 허비해야 했던 시간과 노력에 대한 피해도 보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씨가 J사 본사로 항의하면 ‘분양권은 현장사무소에서 처리한다’며 떠넘기기만 반복했다.


더욱이 관리감독 기관인 행복청마저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씨 가 J건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하면 소명자료 제출기한을 연장해 주면서 수동적인 태도로 일 관했다. 사실 오씨가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J 사가 자신의 분양권을 취소하기에 앞서 국토부 의 잘못된 해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행 정기관은 이 일을 ‘개인 대 건설사’의 구도로 몰 고 갔다. “개인이 건설사와 행정기관을 상대로 억울함을 해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 게 느꼈다”며 오씨는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결국 J사는 오씨가 본사가 있는 광주시청 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끝에 지난해 12월 1 일부터 1.5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건설사가 가장 일이 없는 동절 기였다. 오씨는 정지 기간이 왜 1.5개월인지 지금도 모른다고 했다.


지금 오씨는 민사를 통해 그동안의 피해를 보상받을지, 혹은 건설사의 분양권 지급 약속을 믿어야 할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민 사를 택하자니 전문법무팀까지 있는 대형건설 사를 상대로 싸움이 될지 걱정이 앞선다고도 했 다. 그냥 넘어가는 것 역시 또 다른 피해자가 생 길 수 있어 이마저도 고민이다.


기자 역시 그의 설명을 들은 뒤 명확한 입장 을 제시하지 못했다. 만약 그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한다면 “끝까지 싸워서 권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해야 할지, 또는 “계란으로 바위 칠 생각 말고, 몸과 마음의 안 정을 찾길 바란다”고 다독여 줘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 두 방법 중 어떤 선택을 하더라 도 그를 고독한 투쟁의 길로 내모는 것에는 크 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오씨의 고민이 ‘개 인 사정’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는 날 이 오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