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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요리사, 추억으로 차린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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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요리사, 추억으로 차린 식탁
  • 한지혜
  • 승인 2016.02.17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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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팟캐스트 ⑦ | 주방장과 작가

 

 

 

1시간 56분, 하루 평균 무언가를 먹으며 보내는 시간. 우리는 어제 본 친구에게도, 오랜만에 본 지인에게도 가장 먼저 “밥 먹었어?”라는 안부를 묻는다. 한국사람들의 밥타령이 유별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밥’이란 그만큼 단순하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사 박찬일, 여행작가 노중훈이 팟캐스트 ‘주방장과 작가’라는 식탁에서 우리 삶의 ‘밥’을 이야기 한다. 지난 해 12월 첫 회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번째 밥상을 차렸다.


두 진행자는 이미 『백년식당』이라는 책을 함께 출간한 바 있다. 약 1년 동안 오래된가게들을 찾아다니며 시간여행자를 자처, 세월을 버티며 고집스럽게 ‘맛’을 지켜온 18곳의 빛나는 식당을 찾아냈다. 그리고 격변기의 사회사, 역사의 고단함, 갑남을녀의 아련한 기억들을 그들의 음식으로 담아냈다.


요리사 박찬일은 ‘글 쓰는 요리사’로 통한다. 실제로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보통날의 파스타』, 『뜨거운 한입』 등을 포함해 약 1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본토에서 공부한 이탈리안 셰프, 하지만 동시에 문예창작학과 출신에 기자로 일한 경력도 있다. 잡지사 기자로일하던 30대 초반, 그는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했고, 1998년 이탈리아로 떠났다. 시칠리아 산골 식당에서 그야말로 혹독한 요리 수련을 받고나서는 로마로 건너가 와인 공부를 시작했다.


여행작가 노중훈은 대기업 입사 후 한 달 만에 사표를 던지고 비행기를 탔다. 여행 칼럼리스트로서 61개국 500여 도시를 여행하며 직접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


둘은 매주 토요일 MBC 라디오 ‘여행의 맛’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인연을 맺은 출연자들이 팟캐스트의 게스트로 출연한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를 시작으로 대동여주(酒)도 이지민 대표, 정동현 셰프, 빵요정이자 푸드 컨텐츠 디렉터 김혜준 대표 등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전문가들이 총 출동하고 있다. 거침없이 가게 상호명을 밝히고, 전통주를 직접 마셔보기도 하면서 방송으로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방송은 시종일관 웃음이 넘친다. ‘맛’을 이야기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주방장도 몰랐던 맛집과 전통주의 매력, 크루아상, 다쿠아즈, 마카롱 등 수 만 가지의 빵까지. 무엇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음식’이란 생각만큼 단순치 않다. 누가 그랬는가. 음식은 추억으로 먹는 거라고.


박찬일 요리사는 방송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소재로 해서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을 많이 봤어요. 이를테면 40대 후반의 전주 사람들이 있었는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전주의 태극당 떡볶이를 말하니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어요. 음식은 사람의 기억을 지배하고, 그것이 추억을 끄집어내는 결정적인 단초가 되는 거죠”라는 말을 했다. 그들이 말하는 추억이 나의 추억으로 치환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보다 생생한 그 ‘맛’을 공유할 수 있다. 그렇게 음식은 인간의 관계망을 정립하고, 하나의 공통된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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