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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에 대한 갈망, 그 폭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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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에 대한 갈망, 그 폭력성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5.09.2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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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인터로컬 2015 : 파라다이스 건설’
11월22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생태영역까지 확장된 정치사회적 울림

‘인도양의 잃어버린 낙원’ 세이셸. 이 군도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6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이다. 

이후 루이 15세의 명을 받은 프랑스 탐험대가 다시 찾았을 때 이 섬들은 자이언트거북, 악어, 거대한 도마뱀 무리, 수많은 새의 천국임이 밝혀진다. ‘나폴레옹의 치욕’으로 군도가 영국인의 손에 넘어가면서 비로소 섬에 인간이 항구적으로 정착한다. 1770년부터다.

인간의 정착은 동물들에게 대재앙이었다. 토종거북은 1810년 자취를 감췄고, 마지막 악어는 1830년 죽임을 당했다. 길이가 6m 이상인 거대 도마뱀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군도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세이셸’이란 이름이 붙은 까치, 꾀꼬리 등은 특정지역에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개체만 살아남았다. 예전 그들의 조상과는 다른 생존방식도 익혀야 했다. 생명을 존속시키기 위해 익숙했던 것과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난초과 식물은 수분 섭취가 불가능한 생존의 극한지로 삶의 터전을 옮겨갔다. 그 옛날 군락을 이뤘지만 지금은 생식능력을 상실한 채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나무 한 그루는 해안가 비탈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자기 종의 마지막 생명이 끊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소리 없는 식물의 아우성은 그래서 더 비극적이다.

생태계의 변모가 인간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도시환경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변두리에 부당한 특혜를 부여했다. 부당한 특혜, 그것은 재개발 같은 대체 프로젝트다. 노인과 빈민층을 더 외곽으로 추방하고 가진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가장 강한 자의 이익을 위해 가장 약한 자를 제거하는 방식, 공동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그런 변화다.

4인의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적 조형언어로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돼온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역상호성(Inter-Local)을 기반으로 한 현대미술기획전 <인터로컬 2015 : 파라다이스 건설>에서다.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지난 16일 개막해 11월 22일까지 68일간 열린다. 

다분히 정치사회학적 전시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 사람과 자연의 관계로까지 메시지 전달 영역을 확대시킨 전시라고 평가하고 싶다. 창작센터는 1958년 농산물 검사소 대전지소로 건립된 등록문화재다. 2008년부터 대전시립미술관이 제2전시관처럼 쓰고 있다.

전시회에는 육종석 이문주 정문식 한금선이 참여했다.

작품들은 마치 무대 배경을 연상시킨다. 곧 연극이 막을 올릴 것만 같다.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산을 파헤치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듯 산길에 주저앉은 사람들의 모습은 쫓기고 쫓겨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하는 세이셸의 동식물과 다르지 않다. 어떤 작품은 용산참사의 비극을 잊지 말라고 말하고, 어떤 작품은 4대강의 역설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더 나은 삶’이라고 믿어왔던 욕망이 어떤 폭력의 결과물로 나타나는지를 똑똑히 보라. 4인의 작가가 외치는 ‘파라다이스의 역설’이 귓가를 맴돈다.

무료. 월요일 휴관. 문의 ☎(042)602-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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