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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서열화 우리도 체감, 평준화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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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서열화 우리도 체감, 평준화 해야죠”
  • 안성원
  • 승인 2016.03.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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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포럼 | 세종시에서 학생으로 사는 법

세종시 학생회 연합동아리 ‘한울’ 임원진 초청

“불편한 것 많지만…때 되면 좋아지겠죠”

“자유로운 학교문화, 후배들에게도 이어지길…”

 

흔히들 ‘10대’, ‘청소년’이라고 하면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등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요소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면 세종시 청소년들은 어떨까?


이들이 어떤 고민 속에서 미래를 어찌 설계하고 있는지 듣기 위해 지난 22일 열린 <세종포스트> 주최, 제4회 도시락포럼에 지역 청소년들을 초청했다. 주인공은 세종시중·고등학생회 연합동아리 ‘한울’ 임원진들. 때늦은 도시락 자리에 함께한 학생은 임준혁 ‘한울’ 회장(한솔고 3), 김부영 부회장(도담고 3), 문혜주 부회장(세종여고 3), 최서현 부회장(두루중 3), 박유정 총무부장(세종여고 3) 등 5명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부족한 현실을 불평하기보다 세종시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질 미래를 믿고 있었다.

 

“우린 학생회장, 공약은 꼭 지켜야죠”

 

참석자들은 각 학교의 학생회장단. 각자 학교에서 내걸었던 공약이 뭔지, 지금 그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학생할인을 위해 극장과 매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직접 협의하거나, 신생학교로서 교복의 디자인을 선택할 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학교 측에 건의하는 등 선거 때 내걸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대단했다. 사회자는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교육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보고 배워야 겠다”고 학생들을 추켜세웠다.


포럼 날짜를 잘못 알고 있다가 도시락포럼 역사상 초유의 지각사태(?)를 빚은 한솔고 임준혁 학생. 자전거를 타고 부랴부랴 달려온 임준혁 학생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학생회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대전에서 이사 오면서 그 꿈을 이룰 기회가 왔습니다. 공약은 학생증과 교통카드의 연계,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대여해주는 비상용 우산 설치, 인근 상가에 학생증을 제시하면 할인받을 수 있는 에브리한솔데이 지정 등이 있었어요. 연설할 때 이런 공약을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모두의 앞에서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기도 했어요.”


좌중에 한바탕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 진정성만큼은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었다.


여가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고 노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이구동성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만을 앞세우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양한 체육시설도, 극장도 없지만 때가 되면 생겨나겠지요.”


한 학생은 조치원 지역의 낙후를 지금부터 개선해야 세종시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른들처럼 조바심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그림으로 세종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교평준화로 가는 게 옳다” 대세

 

이들에게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도 물었다. 전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중3인 최서현 학생을 제외하곤 모두 대입을 바라보는 고3인 상황을 고려할 때 딱히 고입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 번 더 찬성의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은 “이미 세종시의 고등학교는 서열화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학부모들 사이에 개교 이후 시간이 흘러 이미 안정된 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새로 개교한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실제 신도시 지역의 한 고등학교는 이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하위권 학생이 모인 학교’라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이 골고루 섞이면, 잘 하는 학생이 끌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중학교 땐 놀았지만 고등학교에 와서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우리 학교도 처음엔 분위기가 어수선 했지만 지금은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고교평준화에 대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건 중3인 최서현 학생. “특정학교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몰리고 반대로 성적이 낮은 학생이 다른 학교에 몰리게 되면 서열화가 생기게 되잖아요. 그럼 학교에 따라 차별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모아놓을 때 좋은 점도 있겠지만 모든 점을 비교해볼 때 평준화가 옳다고 봐요.” ‘좋다, 싫다’보다 ‘옳다, 그르다’로 바라보는 그 기준이 어른들의 잣대보다 훨씬 진성성 있게 느껴진다.

 

‘쑥’ 커버린 아이들. 기성세대만 모른다

 

이밖에도 교통약자인 청소년들에겐 불편한 대중교통, 중·고등 교육과정에선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는 스마트 기기 등에 대한 아쉬움도 거론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얘기를 돌아가며 말하는 순서로 이날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보자.

 

김부영: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공부가 체질에 맞는 사람이 있지만 수능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럼 스트레스도 많고 고교생활에 추억도 남지 않을 수 있잖아요. 각자 하고 싶은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걸 찾게 도와주는 고교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유정: 학생 개개인의 꿈과 재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진로탐색이나 동아리활동 같은 기회를 학업시간 만큼 확보해줘서 학교에서 꿈을 찾는 공부를 할 수 있길 바래요.


최서현: 그동안 비평준화 입시를 진행하며서 학교별로 성적편차가 나고, 특정학교의 이미지에 선입견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평준화가 돼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같은 학교에 있더라도, 잘하는 학생이 못하는 학생을 이끌어줘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임준혁: 저희 어머니가 저보고 고교생활 참 행복하게 한다고 말씀해요. 전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즐기고 후회 없는 고교생활을 하자고 다짐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세종시 교육은 타지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자유로움이 후배들에게도 이어져서 좋은 교육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문혜주: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에 대한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체험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진로에 대해 학생들이 자기의 생각만이 아니라 여러 곳의 지원으로 ‘이런 방향도 있구나’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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