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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옛날로 돌아갈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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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옛날로 돌아갈텐가”
  • 김재중
  • 승인 2016.03.21 14: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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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최교진 세종교육감 ‘진심토크’



‘제자 세대’ 세종시 학부모에게 보내는 메시지

 

최교진 세종교육감. 그를 ‘집무실’이라 불리는 철옹성에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마주하면서 그 장소가 가하는 힘에 짓눌리고 싶지 않은 기자의 본능이랄까. 뭔가 뼈 있는 질문을 던질 요량이라면, 더더욱 집무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텁지근한 그의 집무실에서는 그 어떤 권위나 위압도 묻어나지 않았다. 지난 22일 오전, 취재진이 집무실에 들어가고 나서야 창문이 닫혔고, 에어컨이 켜졌다. 말쑥한 정장차림의 여직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반듯하게 내오는 ‘냉녹차’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최 교육감 스스로 ‘하지 말라’ 만류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손님대접이 가당키나 했을까. 그 또한 변화한 세종교육의 단편으로 읽혀졌다. 도리어 마음이 한결 놓였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더 많은 시간을 빼앗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기자의 ‘일’이니까.

 

“궁극적 목표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 교육감이 되겠다고 처음 생각한 때가 언제인가. 그때 왜 세종교육감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많이 고민했지만 무엇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소위 말하는 진보교육감 중에 나를 뺀 7명이 모두 교육위원 출신이다. 교육행정을 감시하다보니 ‘내가 저 자리에 서면 더 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그러나 난 조금 달랐다. 지난 2012년 세종시 출범 직전에 이 도시에서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주민들에게 내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이 의미 있겠다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 2012년 선거에서는 2위로 낙선을 했고 두 번째 도전에서 당선 됐다. 당선을 예견했었나. 시민들이 ‘최교진 교육감’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난 교육감 선거를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 평가하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을 지켜 본 부모들의 선택이 당락을 가른 선거였다. ‘가만히 있기’를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고 행동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내가 내세웠던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란 슬로건이 바로 그런 취지였고, 부모님들이 거기에 동의해 주셨다. 앞서 진보교육을 실행한 경기교육청 같은 곳이 잘 해 주었기 때문에 내가 그 수혜를 입은 측면도 있다.”

 

후보시절 교육감이 되면 ‘반드시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었을 것 같다. 교육감이 돼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후보시절, 학부모님들을 만날 때마다 학생을 중심에 둔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을 세울 때, 타 시도보다 얼마나 평가를 잘 받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소수가 아닌 모든 아이들을 위한 정책. 가르치고 배우는 게 존중되는 학교, 누구나 소중하게 대접받는 학교, 부모의 신분에 따라 아이들이 기 죽거나 기 살지 않는 학교, 정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최 교육감은 “선생님들이 말단 관료의 행정업무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강조했다. “교무행정사 제도를 도입한 것도, 아이들의 체형에 맞는 책걸상을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바로 그의 초심이었다. 그는 과연 이 초심을 올곧게 지켜내고 있을까. 화제를 ‘최교진 후보’가 아닌 ‘최교진 교육감’으로 돌렸다.

     

“공동학구 민원 타당, 준비 못해 죄송”

 

- 교육감으로 세종교육 현장을 1년 동안 진두지휘해 오셨다. 후보시절 바라봤던 세종교육과 교육감이 된 이후 바라본 세종교육, 어떤 점이 가장 큰 차이가 나나.

 

“솔직히 밖에 있을 때는 편하게 비판적 입장에서만 바라봤다. 교육청 안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돌이켜 보면 주민들이 느끼는 수준의 비판적 견해를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안에 들어와서 보니 교육공동체의 잘못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역학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난 결과가 많다는 걸 느낀다. 과밀학급, 과대학교 문제가 발생한 게 대표적 사례다. 후보시절엔 내가 교육감이 되면 어떻게 해서는 학교당 24학급을 유지하겠다 생각했는데, 부지확보가 정말 어렵다. ‘어쩔 수 없구나’해서 물러선 측면이 있다.”

 

현재 세종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를 건드렸다. 그러나 “부지확보가 정말 어렵다”는 교육감의 탄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더 세밀한 설명을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묘책이 없냐”고 되물은 이유다.

 

“1생활권에 문제가 집중되고 있다. 학생 유발률이 처음엔 0.17 정도가 나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0.35가 나오고 최근엔 0.7까지 나온다. 가능한 부지를 마련해 학교를 지으려고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예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학교를 짓는데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을 공동학구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세종교육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이곳으로 이주해 온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그 분들을 속상하게 해드려 죄송하다.”

 

그는 학교설립의 키를 쥐고 있는 교육부나 행복청을 탓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열심히 협의하고 있다”고만 했다. 대신 학부모들에게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대의엔 공감한다 하더라도 학부모들은 ‘내 아이 만큼은…’이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교육감의 구상에 얼마나 공감해 줄 것으로 보나.

 

“뭔가 메리트(장점)을 만들어 선택권을 주려 한다. 국제고와 연계해 외국어 특성화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자연과 더불어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이다. 올해 성남중학교 입학생이 적었는데 미리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이 넘치니까 다른 학교로 가세요’ 할 것이 아니라 학교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내 아니’보단 ‘우리 아이’”

 

- 전교조에 대한 보수층의 반감, 진보교육감에 대한 흠집내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세종시에서도 토호·기득권층이 계속해서 교육감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나를 반대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고 (진보교육감의) 존재자체가 속상한 분도 계실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의 서운함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두 함께 가야 할 분들이다. 다만 그 분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느냐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토론을 회피하지 않고 열심히 그 분들과 대화하다보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시민 다수가 저와 교육청에 반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옳다고 판단하신다면 우리가 당연히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의 권한엔 한계가 많다. 교육공동체의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 거의 없다. 동의를 구해 앞으로 나가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인터뷰는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세종교육의 장·단점, 혁신학교와 고교평준화 추진에 대한 구상, 교육감 권한의 한계 등 지면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많다. 이 내용은 분량 제약이 없는 <세종포스트> 인터넷 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인터뷰 말미, 최 교육감에게 ‘유권자인 학부모’가 아니라 ‘30~40대 제자 세대’에게 조언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출직 공무원에 앞서 그는 교육자로, 또 교육운동가로 평생을 살아왔다. 세 번의 해직과 네 번의 투옥을 감내하며 제자들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제자 세대를 열심히 섬겨야 할 위치에 서 있다. 참 질긴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내 아이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아이도 생각해 달라. 그래야 내 아이도 행복해 진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를 생각하다가도 잘못된 경쟁체제의 학부모 입장이 되면 ‘내’ 아이의 성적에 집착하게 된다. 이것에서 벗어나야 내 아이의 행복이 보장된다.

 

세상에 필요한 인재상이 달라졌다. 지금은 협력하는 가운데 리더십을 가진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시대다. 협동력과 지도력이 포함된 새로운 학력을 요구한다. 일류대학에 갔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길을 찾아 헤매는 불행한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고 하면 안 된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다음은 지면신문 <세종포스트 184호 인터뷰 기사>에 담지 못한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교육청의 예산규모, 조직 등을 보고 ‘교육감의 권한’이 막강할 것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다. 동의하는 편인가. 아니면 동의하기 어려운가.

 

“기본적 교육감 권한은 일반 자치행정과 다르다. 예산과 조직으로 보면 안된다. 교육예산은 신설학교 건축비와 인건비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독자적 세입구조도 없다. 시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엄청난 수입이 있지만 교육청 재정은 교육부로부터 교부받고 시로부터 보조받는 구조다. 학교는 단위학교마다 자율성 존중되는 것에 집합이기에 학교와 교육청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관계다. 교육감이 아무리 꿈을 꿔도 학교현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 ‘세종교육’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지역 제일 좋은 점은 기존의 문화가 없다는 점이다. 선생님들이 각 지역에서 오다보니 ‘본래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다. 새로 만들어진 도시다보니 신규교사가 많다. 임용 5년 이하의 젊은 교사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세종교육을 보고 오는 젊은 학부모가 많다. 이 분들은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갖고 계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론하는 것을 보면 상당한 전문가 수준이다. 이 분들이 세종시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좋은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새로 만들어진 도시다보니 신설학교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 때문에 서열화 조짐이 나타난다. 서둘러 고교평준화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 학부모들의 소득과 학력수준이 높고, 연령대가 젊다보니 학교와 교육청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나?

 

“체감한다. 세월호 이후에 안전문제가 부모님들의 최고 관심사 아닌가. 이번 메르스 사태도 부모님들 긴장하는 것 봤는데, 세종시는 계속 건설 중인 도시다. 집만 나가면 공사현장이다. 통학현장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있다.


세종시를 보고 온 젊은 부모들이 좋은 교육환경을 보고 왔는데 그걸 다 수용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세종시가 공립단설 유치원 위주의 좋은 유치원 교육환경을 지녔다고 하지만, 자녀를 이런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고 발을 구르는 분들이 계신다. 속상할 것이다. 박탈감도 느낄 것이다.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한계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 올 가을에 고교평준화 실시를 위한 여론조사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당장의 도전 아닌가.

 

“이제까지 타 시도가 어떻게 해왔는지, 세종시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등의 기본적인 연구를 진행 해 왔다. 일반고 5개부터 서열화가 생긴다고 한다. 세종시는 벌써 10개가 생겼다. 아이들이 어떤 학교 교복을 입었느냐에 따라서 평가받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와서는 안된다. 고교 평준화되지 않으면 중학교가 입시학원화 된다. 중학교 정상교육이 어려워진다. 중학교 파행운영이 불 보듯 뻔하다. 사교육도 늘어날 것이다. 정상적 교육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 정성껏 설명하면 동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나.

 

“2017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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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2015-07-17 02:27:47
다시 돌아간다면
최교진교육감은 없을것입니다
잘못된 선택이 이렇게 세종교육청 L장학사 비리 사건으로 세종교육청
이미지 타격을 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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