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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진보교육감에게 배신당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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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진보교육감에게 배신당한 기분”
  • 안성원
  • 승인 2015.05.11 18:3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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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게시판서 퇴출된 H교사의 하소연

최근 세종시 K초등학교에 근무하는 H교사의 행동이 세종교육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H교사는 시교육청 홈페이지 ‘열린 교육감실’ 게시판에 자신이 당한 억울한 사연을 하소연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시교육청이 이 글을 비공개 처리해 의구심을 일으켰다. H교사가 이에 항의하는 글을 계속 올리자 이번엔 아예 게시판 전체를 비공개로 바꿔버렸다. 당장 ‘불통행정’ 논란이 일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소통’을 강조하는 최교진 교육감 체제의 시교육청이 ‘불통행정’논란을 일으켰을까. <세종포스트>가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매우 상반된 주장을 만났다. H교사는 자신이 의로운 일에 나섰다가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시교육청은 자질이 부족한 교사가 일탈행동을 하고 있으며, 게시판 글은 제3자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있어 비공개 처리했다고 밝혔다.  

H교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논란은 ‘세종교육의 적폐가 드러난 사건’이고, 교육청 해명이 사실이라면 ‘돈키호테 같은 현직교사의 일탈행동이 교육계를 뒤흔든 사건’이다. 본보는 연재보도를 결정했다. 양측 주장을 충실하게 다루되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세종교육 현주소’를 함축한 사건이란 판단 때문이다. <편집자>  

- 글 싣는 순서

1.
“믿었던 진보교육감에게 배신당한 기분”
교육청 게시판서 퇴출된 H교사의 하소연 

2.
교육청 “자질부족 교사의 일탈, 징계 마땅” 
‘H교사 사건’ 해명, 적법절차 강조

3.
H교사 사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나
H교사와 교육청의 진실공방, 쟁점은?

4.
[데스크칼럼] 진보교육감에게 ‘진보’를 묻다



H교사가 주장하는 억울함은 무엇일까? H교사의 기억을 통해 그가 처음 세종시에 근무하기 시작한 2013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A초등학교에 근무 중이던 H교사는 태권도부 학생 어머니로부터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학생 간식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이 회비를 걷는 것이 관례화 됐기 때문이다.

세종시 읍면지역에 있는 A초등학교는 소위 말하는 시골학교의 특수성 때문인지 찬조금 문화가 존재했고, H교사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부모들로부터 불만이 표출됐다.  

“학부모들이 소풍 때 교사들에게 주는 도시락이나 스승의 날 음료수는 물론이고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간식을 사주겠다고 해도 받지 않고 제 사비를 썼습니다. 그게 일부 학부모님들의 반감을 산 것 같아요. 담임반 학부모회장님은 제가 (찬조금을) 반대하는 바람에 다른 반 학부모님들로부터 소외되기도 했어요. 교장선생님은 ‘니가 뭔데’라는 식으로 화를 내셨죠.”

이듬해인 2014년, 이 학교에 새로운 교장이 오면서 H교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H교사에 반감을 가진 학부모들이 새 교장에게 항의했고, 새 교장은 H교사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학교 지휘부는 물론 동료 교사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게 됐다는 것이 H교사의 주장이다.

“학부모 찬조금 반대해 ‘미운털’ 박혔다”

그러던 중 교사들 사이에 쌓인 앙금이 폭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2014년 7월 회식자리에서의 일이다. H교사는 “당시 교장이 동료평가 점수가 없으면 근평점도 없다, 생활부장 자리를 없애 버린다, 왜 이곳으로 전근왔냐는 등 모욕적 발언을 퍼부어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뒤쫓아 나온 동료들과도 욕설이 한 바탕 오갔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H교사는 교장을 찾아가 사과했지만, 감정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뒤였다.

그리고 얼마 뒤 최교진 교육감과의 간담회가 열린다. 교원 7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교육현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H교사 역시 자신이 겪었던 학교현장의 불만을 토로하기에 이른다.  

“그 자리에서 최 교육감님은 학교현장에서 개선할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라 하셨고, 전 ‘부장교사들이 건의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잘 못하면 매장 당한다. 이런 분위기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죠. 그런데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후부터 학교로부터 학교를 옮기라는 압박을 받기 시작했어요.” 

H교사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급기야 그는 최 교육감의 측근인 S씨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호소하며 도와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른다. 당시 S씨는 ‘정식으로 홈페이지에 민원 글을 올리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H교사는 이 조언에 따랐다.      

“졸지에 정신이상한 무능력 교사 됐다”

그런데 사건의 파장이 더욱 커졌다. 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H교사는 일말의 희망을 걸었지만 도리어 자신이 징계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H교사가 주장한 학교측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는 걸로 조사됐고, H교사만 수행평가 업무, 학업성적관리 지침 위배 등 학사업무를 소홀히 한 점과 술자리에서의 폭언에 따른 품위손상 등의 혐의로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H교사는 학교 조직을 장악한 지휘부 의도대로 자신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품위 손상은 저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던 후배교사와 교장선생님도 같이 처분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수행평가도 교감선생님이 시킨 학습지를 도입하다 보니 생긴 일이고 옆 반도 같이 한 것입니다. 또 초등 2학년은 학업성취도 대상도 아닌데 성적관리를 지적했고, 주관식과 단답형은 담임이 알아서 채점하도록 돼있는데 채점에 오류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고 하면 다른 교사들도 웃습니다. 만약 감사가 정당하다면 저뿐 아니라 관내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해야 하는 것이 공평한 것입니다.” 


그는 징계과정에서 “심리치료를 받아야하고 학교현장에서 떠나야 할 문제 교사”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교사로서 버티기 어려운 마지막 자존심까지 훼손된 셈이다. 이때 다행스럽게도 학부모들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일부 학부모들이 주도해 403명의 탄원서를 받아 온 것. 그는 탄원서를 들고 징계에 이의(소청심사)를 신청했지만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일반 사람들이 탄원서를 받는다면 10장도 받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 것을 저희 반도 아닌 옆반 학부모님이 제 사정을 듣고 나서서 400장이 넘게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소청심의위원들은 겨우 견책 징계 갖고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반응이더군요. 전 학교의 부당함을 알리려 했던 것인데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취급에 무능한 교사로 매장당하고 말았죠.”

“행정소송으로 억울함 풀겠다”

H교사는 최교진 현 세종교육감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교육감과의 간담회가 계기가 된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을 보호해주길 원했지만 기대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원을 제기하라고 했던 교육감 측근이 징계위원회 직전에는 글을 올리라고 했던 내용을 언급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교장에게 밉보여 이런 피해를 입었던 저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진보교육감이라서 정의감 같은 걸 기대했었죠. 교권을 위해 교장들과 싸운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믿음을 배신당한 기분입니다. 

불법찬조금 말고도 특정 교대 출신들의 줄세우기와 억압적인 분위기 등 세종시교육청은 외형만 혁신일 뿐 안으로 들어가면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려고 변호사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작은 노력이겠지만 세종시교육청이 조금이나마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징계를 받은 지 5개월 여. H교사는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등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본 기사는 H교사의 주장을 토대로 작성됐다. 다음 연재기사는 시교육청의 입장과 해명을 중심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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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웅불구립 2015-05-09 21:29:16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지 말고 진실로 반성하고 사과를 국민들께 하시길 바랍니다.

양웅불구립 2015-05-09 21:28:40
오히려 세종시 교육청은 후퇴하는 행정으로 교사의 부당한 징계로서 공권력 행사에 준하는 비민주주의적인 적패를 행하는지. . . .

양웅불구립 2015-05-09 21:25:11
하지만 이런 불통으로 어찌 자라나는 아이들은 미래의 국가 에너지를 잘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이오까? 학생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사기를 높여줘야지요?

양웅불구립 2015-05-09 21:23:35
거참 세종시 교육청이 한심하십니다. 상급기관은 선생님들의 애로와 건의를 잘 수렵하여 도와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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