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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멀기만 한 교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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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멀기만 한 교사의 꿈'
  • 안성원
  • 승인 2015.04.13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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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 합격, 발령대기 250명…인사 적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세종시교육청 임용시험에 합격했음에도, 정작 갈 곳이 부족해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가 25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기준으로 발령을 못 받은 임용시험 합격자는 유치원 9명, 초등 91명, 중·고등 150명 등 총 250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교사의 11%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 중에는 지난해부터 2년이나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13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발령대기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고 있지만, 시교육청은 연차적으로 우선 발령하는 방법 외엔 딱히 뾰족한 방안을 못 찾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세워지고 있는 세종시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걸까? 여기엔 발령 대기자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 정원 감축, 전입교원 우선 채용 등 사라지는 신규 정원 

우선 시교육청이 교육부로부터 배정받은 정원이 예상보다 대폭 감축됐다. 세종시 교원 정원은 지난해 1683명에서 올해 2187명으로 500여명이 늘었다. 그러나 이는 시교육청이 당초 요구했던 정원(2900명) 보다는 700명이나 부족한 수준이다. 

시교육청은 교육부가 출생률 저하로 학생 수가 감소함에 따라 교원 수도 단계적으로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갈수록 정원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시교육청의 발령 기준도 신규 교사에게 불리하다. 현재 발령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정부청사 등 이전기관 직원 가족, 타 시·도에서 전입한 경력교사, 임용시험 합격년도, 임용시험 동차생 내에서는 성적 우수자 등의 순으로 채용하고 있다. 자리가 생긴다고 해도 신규 발령은 맨 마지막으로 검토하게 돼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초등학교는 교사 한 명이 전과목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와 학급의 물리적 성장규모와 비례해서 판단이 가능하다. 반면 중·고등학교의 경우 과목별로 교사를 배정해야 하고, 학교별로 교육과정에 따라 원하는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수요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런 탓인지 유독 세종 지역 중·고등학교들은 안전에 대한 관심과 관련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체육과목 교사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음악과 미술 과목은 타 시·도 전입교사(이전기관 가족 포함)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자리가 부족하다. 

게다가 중·고등학생의 유입은 당초 시교육청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중·고등학교 학생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기 3년 지나면 임용시험 합격자격 박탈…“문서로 발령 보장해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령 대기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발령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호봉, 연수, 승진, 연금 등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세종시로 이사한 뒤 무직자로 기다리는 동안 경제적 어려움까지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기간이 3년을 지나면 임용시험 합격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2년차 대기자들은 더욱 절박한 실정이다.

지난해 중등 임용고시에 합격한 A씨는 “세종이라는 지역 특수성으로 인해 연고지가 타지역인 사람들이 많은데, 발령이 나지 않아 떠돌아다녀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발령이 늦어지면서 남들보다 승진도 늦고, 연금도 내년부터 바뀐 개혁법에 따라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또 “시교육청에서 2015년에는 신설학교도 많이 생기니 다 발령이 날 것이라고 해서 집도 구하고 이사도 했는데, 1~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며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합격 대기자에게 모두 발령 내주겠다며 문서를 작성했다. 세종시도 담당자의 구두 답변 말고 확실한 문서로 의견을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발령 대기자 B씨는 “신규 교사 발령은 안내주면서 전입교사는 계속 받고,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는 학교도 많다”며 “우리도 곧 교육청 소속의 가족이 될 텐데 발령 전부터 안 좋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속상하다. 시교육청이 노력 중이라는 말 대신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신규 선발 최소화…대기자 우선 발령 연차적 해소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내년도 신규 선발 인원을 최소화 하고 대기자를 우선 발령하면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신설학교 건립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원외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 발령 대기자를 우선 채용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하고, 추후 교육부 정원 감축에 따른 교육 공백은 기간제 교사 채용을 확대해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금처럼 교사 정원 감축 기조를 유지한다면, 공동주택 입주 등 학생수 증가가 지속될 세종시는 교육정상화를 위해 학급당 정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전국 최저 수준의 학급당 인원을 강조하면서 쾌적한 교육환경을 내세웠던 시교육청으로서는 난감한 처지가 된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신규 교사 발령을 늘리고 싶지만 전체적인 교육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경력 교사와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사실 학부모들도 경력 교사를 선호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며, “임용시험 합격자격이 박탈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입 경력 교사 수를 줄이고 내년도 신규 선발 인원을 최소화 할 방침이다. 연차적으로 대기자들을 우선 발령하면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간제는 현재 47명을 채용 중이다. 추후 입주가 진행되면 132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 심각한 건 이대로 정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 수가 계속 증가하면, 학급 정원을 현재 25명에서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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