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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구소 ‘맑음’, 대학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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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구소 ‘맑음’, 대학 ‘흐림’
  • 이충건
  • 승인 2014.11.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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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 행복도시 4생활권 산학연클러스터

고려대, 건축비 25% 지원으론 재정 감당 못해
유치 필수 KAIST, 정부예산 삭감돼 동력 잃어
충남대 등 국립대는 몸집 줄여 필요한 부분만

행복도시건설청이 연말까지 개발계획 변경, 지구단위계획 확정 등의 절차를 거쳐 4생활권에 산학연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산학연클러스터는 행복청이 자족기능 확충에 진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프로젝트여서다. 초기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시작된 도시성장 추세를 이어가는 역할을 담당해야하기 때문이다.

행복청에 따르면, 산학연클러스터는 뿔뿔이 흩어져 개별적으로 진행돼오던 대학과 기업, 연구소를 하나의 공간에 모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이다. 이는 행복도시 내적인 개념이다. 외적으로는 이미 밑그림이 그려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연구개발(R&D)과 정보기술(IT)의 허브인 대덕특구, 생명기술(BT)의 핵인 오송생명과학단지의 가교가 되겠다는 이른바 ‘브리지(bridge) 전략’이다. 행복도시 4생활권은 광역교통망을 통해 대덕특구 및 오송생명과학단지와 5~10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다.

행복청은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투자유치설명회를 갖고 50여개 기업의 투자 의사를 확인했다. 행복도시의 비전과 산학연클러스터 계획에 메리트를 느낀 기업들이다. 홍순민 행복청 투자유치팀장은 “계획이 확정되고 토지공급이 시작되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연구개발 능력과 정주여건을 동시에 갖춘 도시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땅값은 싼 데 정주여건이 떨어지고, 정주여건은 갖췄는데 연구개발 능력은 안 되는 등 밸런스(균형) 있는 단지가 많지 않다”고도 했다.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방향도 섰다. 173만 1000㎡(52만 3355평)의 대학부지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고, 기존 공동주택 용지 중 일부가 산업용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족기능 확충이 발에 떨어진 과제라고 봐서다. 2030년까지 50만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인구계획에 변동이 없는 만큼 주택용지는 추후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연구소, 산학협동화단지(창업보육센터·기술사업화센터·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는 사이언스파크도 계획돼 있다. 홍 팀장은 “클러스터링이 가장 잘 일어날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을 통해 산학연 생태계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다. 문제는 대학 유치다. 자족기능 확충이란 측면에서 대학의 비중은 설명이 필요 없는 대목. 행복청은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대학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나가 국공립대 트랙이고 다른 하나가 사립대 트랙이다. 국립대 중에는 충남대를 비롯해 공주대, 한밭대 등 대전·충남 국립대들이 행복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학구조조정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교육부가 이들 대학에 국비를 지원해 캠퍼스 설립을 도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교육시설에 활용돼왔던 재원, 즉 기성회비 폐지가 당장 발등의 불로 다가와 대학 자체적인 재원확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당부처가 미래창조과학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은 행복청이 그 어떤 대학보다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미래부와 공조를 통해 우선 입주대학으로 선정했고, 예산 확보 노력도 기울였다. 최종적으로 정부예산에서 삭감돼 현재로선 추진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카이스트처럼 세계적 연구역량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산학연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반드시 불씨를 되살려야 할 대학이다.

카이스트의 구상은 과학과 의료의 융·복합이다. 과학과 의료를 넘나드는 인재를 양성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융합의과학원’을 설립하고 미래전략대학원, 의과학대학원, 생명공학계열 학과를 행복도시캠퍼스에 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팀장은 “정부 내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사립대 트랙은 고려대다. 재원 측면에서 독립성이 있다는 이유로 가시화가 용이하다고 보고 있다.

2017년까지 고려대 약학대학이 현 세종캠퍼스에서 행복도시 4생활권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확정됐지만, 대학 측은 훨씬 큰 그림, 즉 제3캠퍼스 조성을 일관되게 추진 중이다. 대학의 의지도 확고부동하다. 세계적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행복도시에 ‘일류대’인 고려대 진출은 입주민이나 입주예정자들이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돈이 걸림돌이다. 국토교통부와 행복청이 마련한 ‘행복도시 자족시설 유치 지원기준’에 따르면 고려대는 건축비 25%를 인센티브(보조금)로 지원받을 수 있다. 고려대는 이 정도로는 막대한 부지매입비와 건축비를 충당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연세대는 인천시로부터 3.3㎡당 50만원을 주고 송도캠퍼스 부지를 매입했다. 건축비용은 인천시가 주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복합단지 내 아파트와 주상복합 개발에 따른 이익금으로 충당했다. 6500억여 원이 연세대에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송도캠퍼스 설립 추진단장은 서승환 현 국토부 장관(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었다. 고려대는 연세대 정도는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길 바라고 있다.

고려대의 캠퍼스 설립계획도 행복청의 산학연클러스터 조성계획에 부합되는 내용이다. 생명기술(BT)과 정보기술(IT) 중심의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게 뼈대 내용이기 때문. 고려대는 2017년까지 약대를 이전하고, 2018년까지 의생명(Bio-Med)대학, 국가경영대학, 행정대학원, 미래기초과학연구원 등을 설립하고 2023년까지 바이오사이언스대학원, 녹색융합기술대학원을 추가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고려대 유치에 공을 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홍 팀장은 “땅값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전제한 뒤 “대학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져 언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제시가 이뤄지면 협상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들은 교육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충남대는 임상이 필요한 카이스트와 공동캠퍼스를 추진하고, 산학협력에 강점이 있는 한밭대는 산학협력센터, 교육·인문 분야에 강점이 있는 공주대는 인문학과 공학이 결합된 새로운 아이템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 카이스트와 충남대, 충남대병원은 지난 6월 기초·임상연구 협력, 연구시설 및 장비 공동 활용 등을 골자로 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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