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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으면 잇몸, 시외버스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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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으면 잇몸, 시외버스라도…”
  • 이충건
  • 승인 2014.10.0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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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현장 | 대안 없이 덜컥 이전한 임시터미널

연계 교통망·주차장 확보 없이 이전부터
2만여 첫마을 입주민, 접근성 불만 폭주
시민 불편하다는데 행정은 논리만 앞세워

“첫마을 4단지에 거주하는 공무원입니다. 잦은 출장으로 서울을 오갈 때 고속버스를 이용하는데 첫마을 임시터미널에서 더 이상 정차를 하지 않아 새벽에 택시를 타고 터미널이나 청사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늦은 밤 서울에서 세종시로 내려올 때도 터미널에서 이동하는 데 불편이 큽니다.”(정모 씨)

“도시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 기반시설이 미비하고 대중교통 배차간격이 기본 20~30분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터미널만 이전하니 서울 한 번 가는데 종전 1시간 40분에서 최소 2시간 20분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엄청난 불편을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입니다. 주민들 대부분은 새 터미널을 만들어도 첫마을을 경유해서 갈 줄 알았습니다. 탁상머리에서 결정하고 주민통보만 하면 그만입니까?”(이모 씨)

“임시터미널을 널찍한 곳에 옮겼으면 주차장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놓던지 협소한 데다 울퉁불퉁, 정리정돈까지 제대로 안 돼 있어 위험천만입니다.”(김모 씨)

“행복도시 인구만 4만여 명인데 아무리 임시터미널이라도 도시 관문에 경관조명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주모 씨)

세종시 전자민원창구, 인터넷 커뮤니티에 임시터미널 이전에 따른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본보에도 터미널 이전에 따른 불편을 제기하는 전화가 하루에 수통씩 걸려온다. 그런데 세종시도, 행복도시건설청도 ‘불편을 감수하라’는 답변뿐이다.

‘억지’ 소리 듣기 좋은 민원

가장 많은 민원은 종전의 첫마을 임시터미널 정차 요구다. 정부세종청사 1회 정차를 종전 첫마을 임시터미널을 포함해 2회 정차로 늘려달라는 것. 도보로 고속·시외버스 터미널을 이용하던 첫마을 1단계 입주민들의 요구가 가장 거세다. 여기에 임시터미널을 출발해 2-3생활권(첫마을)을 순환하는 211번 순환버스 배차간격이 느슨한 2단계 입주민들까지 가세하는 추세다. 첫마을 입주민 2만여 명이 이 같은 불만을 쏟아내지만 행복청이나 세종시는 요지부동이다.

그렇다고 행복청이나 세종시의 대응이 사리에 맞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강력한 민원은 존재하는 데 해결점을 찾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임시터미널은 당초 계획했던 것이 아니라 2012년 초 첫마을만 있을 때 교통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 차원이었다”며 “처음부터 임시 운영하되 여건이 바뀌면 폐지한다고 예고했던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선이 확대됐고 추가 확대가 예상돼 종전 임시터미널 앞 도로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종전 임시터미널 앞 정차 가능한 버스가 2대 뿐인 데다 고속·시외버스가 일정 대기시간이 필요한 만큼 차량의 진행 방향에 부담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도 임시터미널 이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세종시 관계자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고속 안 되면 시외버스라도…

첫마을 임시터미널 정차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현행법상 고속버스는 출발지~종착지 간 1회 정차까지만 가능해서다. 민원 해결을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선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시외버스다.

고속·시외버스 터미널 이용률이 가장 높은 행선지가 서울이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오가는 노선은 고속버스가 운행하지만, 남부터미널은 시외버스 차편이다. 시외버스는 정차횟수에 구애받지 않는다. 대전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정부대전청사, 대덕연구단지에 두 차례 정차해 승객을 태우는 공항리무진버스가 시외버스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승객이 많은 행선지를 선별해 첫마을 임시터미널에 시외버스만이라도 추가 정차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나 행복청은 부정적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형평성의 문제를 들었다. 그는 “첫마을에 정차하면 종촌동, 아름동, 고운동 등은 물론 앞으로 3생활권에서도 같은 요구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현 도로상황에서 정차요구는 오히려 시내버스 이용객의 불편을 가중시켜 대중교통 체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줬던 서비스 빼앗기 쉽나

시외버스 추가 정차는 세종시나 행복청이 충청남도와 협의를 거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주장도 제기된다.

잦은 해외출장으로 임시터미널 이용이 많다는 첫마을 이모 씨는 “한 번 줬던 서비스를 다시 환원하는 문제를 쉽게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행정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복지 논쟁이 벌어지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한 번 (혜택을) 주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어 예산부담이 가중된다는 것 아니냐”며 “편리하게 이용하던 집 앞의 터미널을 대책 없이 이전해 놓으면 저항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2단계 입주민인 또 다른 이모 씨도 “연계 교통수단인 시내버스 배차간격 조정, 주차장 확보 등 대책을 먼저 마련했어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느냐”며 “선 대책, 후 이전이 당연한 절차인데 이를 무시해 놓고 불편을 감수하라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따졌다. 그는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없는 임시터미널을 새로 지어달라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행정편의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안 마련이라도 서둘러야

시외버스 추가 정차도 어렵다면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들린다.

각각 첫마을 1단계와 2단계가 지역구인 윤형권 의원과 안찬영 의원은 “대안을 만들어 놓고 이전해야 하는데 앞뒤가 바뀌었다. 분명 행정이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정차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대안마련이라도 서둘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상대적으로 2단계 주민들이 새 임시터미널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 211번 순환버스의 배차간격을 BRT 수준으로 앞당겨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25인승 규모의 마을 순환버스가 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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