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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나비효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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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나비효과처럼…
  • 김기남(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승인 2014.05.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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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이야기 | 담임선생님의 편지
나비효과처럼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믿으며 소망을 가지고 끝까지 우리가 배워야할 것을 배우고 가르치자. 그것이 슬픔에 잠긴 온 국민과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진정한 애도가 될 것이다.
나비효과처럼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믿으며 소망을 가지고 끝까지 우리가 배워야할 것을 배우고 가르치자. 그것이 슬픔에 잠긴 온 국민과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진정한 애도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작은 변화, 결코 작지 않아

희생 헛되지 않게 치열하게 배우고 가르쳐야

김기남
김기남

지난 두 주, 웃기조차 죄스러운 몹시 힘든 시간이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나 역시 아직도 온전히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잊어버리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될까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다. 내 마음이 이런데, 아픔을 품고 가야할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실습시간, 물기를 제거하라는 얘기에 양상추 한 장 한 장을 정성껏 닦고 있던 아이를 보며, 평소 같았으면 "에구 귀여워" 한참을 낄낄거리고 함께 웃었을 텐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지며 울컥한다. 과연 이 아이들을 제대로, 옳은 길로 데리고 가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더럭 겁이 난다.

"움직이지 말라"라는 지시가 있었다.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은 그리고 선생님들은 그 지시를 따랐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정말이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슴을 치겠다. 외신에서는 이것을 두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아시아의 ‘유교문화’ 때문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사회 속 자리 잡은 ‘군대문화’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것도 속상하다.

나라면? 백 번을 되물어 봐도 백 번 모두 당연히 가만히 있었을 것 같다.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학생이 있었어도 아마 말렸을 것이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자고. 선생님들이건, 학생들이건 태어나서 처음 겪는 위기 상황이었다. 유교문화, 군대문화를 떠나서 어떻게 그 지시를, 소위 ‘뱃사람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었겠나.

처음에는 무언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들 나름대로 그게 더 안전하게 모두를 구할 방법이라 판단했겠지.’ 또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시와 선원들의 탈출 순간이 오버랩 되는 순간, 내가 믿고,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우리 아이들을 내 놓아야 할 이 세상이 무섭고, 무기력해 지던 그 때 중간고사 기간을 세월호 사건과 함께 보냈던 아들 녀석의 가방에서 담임선생님의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사랑하는 4반 친구들에게,

얘들아~ 선생님은 요즘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 걸까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 우리가 이 사건을 통해 배워야할 것을 지금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가 배울 수 있을 때까지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돌이킨다면, 우리의 내일은 달라지겠지.

우선 선생님은 어른들의 말을 믿고 기다려준 학생들의 착한 마음에 감사하고 민망해. 쌤은 너희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어른들의 모습에 실망해서 모든 어른 세대를 불신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 대신에 우리가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자라가기를 함께 꿈꾸자.

무엇을 위한 책임인가도 중요한 것 같아. 맹목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는,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공감하는 삶을 함께 살아가자. 쌤이 청소를 잘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거 기억하지? 가장 약한 사람을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우리의 책임을 다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샘은 믿어.

또 하나는 개인의 책임으로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물음이야. 한 개인이 책임을 회피하고 두려워하기까지 그는 어떤 삶을 살며 자랐을까. 그 누구도 그에게 책임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걸까. 그렇다면 이건 개인의 문제는 아니겠지. 또한 한 대학생 봉사자의 대자보에 쓰여 있는 말처럼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수 백 명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언론에서는 왜 이렇게 ‘이게 누구 탓인가?’에만 집중하는 걸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배워야하는가?’라는 질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실들을 파헤쳐 가는 것일 텐데 여기에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래서 얘들아, 어른들을 믿는 너희들의 착한 마음을 선생님이 지킬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어른이 되어가려고 노력할게. 너희들도 그 마음을 잘 지켜 어른들과 너희들을 서로 소통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세대로 구분 짓고 배제하지 말고, 대신 우리 계속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견지해 가자. 그리고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책임 있는 어른이 되어 가자. 나비효과처럼, 우리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믿으며 소망을 가지고 끝까지 우리가 배워야할 것을 배우자. 그것이 슬픔에 잠긴 온 국민과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진정한 애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험 보느라 수고 많았어, 얘들아. 잘 쉬고 내일 보자.

-담임 샘-

꼭꼭 눌러 정자체로 손수 쓰신 그 필체에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진정 ‘교육자’이신 선생님에 대한 경외심을 느꼈다. 시사 내용을 배우는 ‘큰 사회’ 시간, 사회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생각하게 하셨고, 과학 시간, 아이들은 위기 대응에 관한 내용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 치열하게 배워보자. 많은 아이들의, 많은 분들의 희생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배워,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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