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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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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 한동운(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4.02.12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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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노트 | ‘봄의 서막(overture), 2월’

제비꽃, 자수정, 물병자리는 2월을 상징하는 탄생화, 탄생석, 그리고 별자리이다. 2월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보라색, 음악은?

팝 가수 조시 그로반(Josh Groban)의 곡, ‘2월의 노래’(February Song 2006)가 있지만 2월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리기보다는 작곡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노래할 뿐이다. 클래식 음악에도 2월을 묘사한 작품이 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를 위한 <사계>(The Seasons Op.37a) 중 ‘2월 사육제’(February carnival)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2월의 정서는 우리에게 다소 낯설다. 혹자는 러시아 구력(2월)과 신력(3월)이 달라서 느끼는 계절감의 차이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작곡의 소재가 되었던 시의 분위기를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이콥스키의 <사계>(The Seasons Op.37a)는 러시아의 시인들, 푸시킨·표트르 뱌젬스키·톨스토이·마이코프·아파나시 페트·알렉세이 플레시에프·알렉세이 콜트소프·니콜라이 네크라소프·바실리 주콥스키의 시를 소재로 1월부터 12월까지를 표현한 피아노를 위한 성격 소품이다. 그 중 ‘2월 카니발’은 표트르 뱌젬스키(Pyotr Vyazemsky 1792~1878)의 시, "활기 넘치는 사육제 마지막 날에, 머지않아 거대한 축제가 홍수처럼 넘쳐나리라"(at the lively Mardi Gras Soon a large feast will overflow)에 착안해 작곡된 곡이다. 왜, 2월에 어울리는 시로 뱌젬스키의 시를 택했는지 의문스럽겠지만, 사순절(Lent)을 앞둔 2월은 유럽 곳곳에서 많은 축제가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카니발을 연상하게 하는 시의 선택은 당연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공감하기 어렵다.

반면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중 ‘봄의 전조’(Les Augures printaniers)는 차이콥스키가 묘사한 2월과는 다른, 계절적 차원을 표현한다. 그러니까 대지의 표면은 고요하지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한 소리 없는 반란을 일으키는 봄의 전조를 발레 음악으로 담아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전조’는 청자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잦은 박자의 변화와 불규칙한 리듬이 만들어내는 역동성과 관악기들의 독특한 음향은 봄의 전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2월의 속성은 악장 구성에도 찾을 수 있다. 역동적인 성격의 1악장 알레그로(Allegro)와 우아한 춤곡 미뉴에트(Minuet) 혹은 경쾌한 스케르초(Scherzo)의 3악장 사이 ‘2악장’의 특성과 유사하다. 즉, 느린 템포의 2악장은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선율이 강하게 마음에 새겨진다. 2악장에서 관습적으로 그려내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은 끊임없이 리듬을 타고 울리는 많은 음에 의해서 만들진 산물일 것이다. 이런 특징의 2악장은 2월의 정적이면서 동적인 세계를 닮았다.

또한, 2월의 특성은 문화예술계에도 나타난다. 특히 2월의 음악계는 얼핏 보기에 휴식기인 듯하다.
많던 공연이 이 시기에 현저히 줄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상 이 시기에 음악가들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가령, 연주단체에 속해 있는 연주자라면 봄에 있을 정기 연주회나 그 밖의 공연을 준비하고, 소속이 없는 연주자들은 자신의 연주회를 위해서 혹은 앞으로 계획된 연주를 위해 연습을 하며 보낸다.
또한, 연주 홀 관계자들과 공연 기획자들이나 기획사들에겐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2월이다. 음악회 일정과 프로그램 구성, 예산 편성, 국내외 연주자나 연주 단체 섭외, 연주 홀 대관 등 한 해의 전체적인 공연을 이 시기에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문화 현상이 계절적 특성에 따른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월의 음악계는 표면상 드러나지 않지만 분주한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2월, 절기상 봄의 시작이지만 여전히 겨울이다. 그래도 묵직한 겨울 외투를 오래 입지 않아도 되는 짧은 2월이 좋다. 그리고 음악, 차이콥스키의 ‘2월 사육제’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전조’를 통해 봄의 서막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발레단과 오케스트라가 2013년 7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극장에서 선보인 ‘봄의 제전’의 한 장면. <봄의 제전>은 1913년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바츨라프 니진스키(Vatslav Nizhinskii)가 대본과 안무를 담당해 초연했다.©Bernd Uhlig
탄생 100주년을 맞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발레단과 오케스트라가 2013년 7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극장에서 선보인 ‘봄의 제전’의 한 장면. <봄의 제전>은 1913년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바츨라프 니진스키(Vatslav Nizhinskii)가 대본과 안무를 담당해 초연했다.©Bernd Uhlig
<봄의 제전> 중 ‘봄의 전조’ 일부
<봄의 제전> 중 ‘봄의 전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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