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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홀대론’ 차단 속내
  • 이충건
  • 승인 2013.11.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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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세종시 구애 | 민주당과 공 다툼 벌이나

#1.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2년 회계연도 결산 3일차 질의.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이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과 이충재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윽박질렀다. 건립규모가 축소된 채 설계 중인 세종아트센터를 당초 계획대로 제대로 지으라는 질책이었다. 이 의원은 "현재 객석규모나 시설로는 오케스트라나 대형 오페라, 뮤지컬 공연을 할 수 없다"며 재검토를 주문했다. 이충재 행복청장은 이 의원의 질타가 계속되자 "(이 의원이 얘기한대로) 그렇게 추진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세종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시키겠다"고도 했다.

#2. 10월 14일 세종로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안행부 국정감사.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대전 대덕)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행정비효율이 부각된 만큼 근본적 해결을 위해 아예 국회 본원을 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의원이 유정복 장관에게 의견을 물었지만 유 장관은 답변을 피했다. 민주당의 국회 분원 세종시 설치 주장에 대한 반격으로 읽혔다. 실제 박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분원 자체도 태생적으로 비효율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3. 8일 새누리당 ‘세종시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세종시 특위)가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 달 21일 이완구 의원(부여청양)이 특위 위원장에 선임된 바 있다. 특위에는 당 대표 출신에 7선 의원인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6선의 이인제 의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인 황영철 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안종범 의원 등 중진과 국회 실무진이 두루 포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광특회계)에 ‘세종시 계정 설치’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해찬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세종시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종시 출범 이후 지난 1년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선 때는 '원안 플러스알파'를 외치더니 정작 세종시 출범 이후에는 중앙당에서도 세종시에 대해서만큼은 논의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새누리당이 변한 건 지난 8월부터다. 황우여 대표가 세종시를 방문한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특위 구성을 공표한 것.

사실 세종시특별법 개정은 지난해 10월 18일 민주당 이해찬 의원(세종)이 여야 의원 155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하면서 시동이 걸렸다. 대선정국을 거쳐 올해 4월 17일에야 첫 공청회가 열렸다. 한 때 상반기 법 처리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타 지자체들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특별법개정안은 유례가 없는 단층제로 인해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세종시의 재원확보를 어떻게 마련해 주느냐가 뼈대 내용이다. 최근 안전행정부와 교육부가 각각 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각각 3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안행부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광역시·도와 기초 시·군·구로 나뉘어 있는 교부세 산정방식에 ‘단층(광역+기초)’을 추가하기로 확정했다. 이달 중순 경 시행규칙 개정에 대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안행부가 교부세 산정방식을 바꾼 만큼 기획재정부도 차등보조율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가령 공주시가 국고보조금이 10억원인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비50%+도비25%+시비25%’ 방식으로 2억 5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반면 세종시는 ‘국비50%+시비50%’로 2배나 더 많은 5억원을 분담해야 한다. 오죽했으면 유한식 시장이 "국책사업을 줘도 싫다고 해야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을까. 기재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응할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 남은 과제는 세종시 광특회계 설치다. 이해찬 의원이 정홍원 국무총리,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 새누리당 세종특위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세종시특별법 처리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이해찬 의원이 차려 놓은 밥상에 새누리당이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민주당의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이유다. 이 의원이 고군분투해온 세종시특별법 처리가 막바지에 이르자 은근슬쩍 끼어들어 공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보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양당은 경쟁이 아니라 세종시 발전이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것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 측은 "경쟁하려는 게 아니라 세종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자는 것"이라고 했고, 새누리당 세종특위 위원장인 이완구 의원 측은 "공을 다투는 게 아니라 이해찬 의원이 하려는 일과 새누리당이 하려는 일이 같은 목적일 뿐"이라고 했다.

새누리 돌변 이유?

공 다툼이 아니라면 중앙당 차원, 혹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세종시 구애를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시절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들어 세종시 원안 건설을 지지했다. 후보자 시절에도 세종시를 찾아 ‘원안 플러스알파’를 공언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이상하리만큼 세종시에 무관심했다.

세종시에 대한 새누리당의 ‘돌변’은 내년 지방선거, 더 나아가서는 정권연장을 위한 전략으로 봐야한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새누리당은 충청권 지역정당인 선진당을 물리적으로 흡수 합병했다. 하지만 화학적인 결합을 이뤘느냐는 데에는 의문이 많다. 실제 선진당 출신들이 느끼는 ‘홀대’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권창출에 동참했지만 돌아온 게 아무것도 없어서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이어진 충청권 홀대가 박근혜정부 들어 더 심화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영남정권 일변도는 ‘충청도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여지가 크다는 말도 나온다. 이완구 의원이 지난 6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새누리당 충남도당 정치대학원 제3기 개강식에서 "새누리당은 선진당과 합당한 정치결사체로, 물리적 합당이라는 절차를 밟았지만 이제는 화학적으로 한 몸이 돼야 한다. 그래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황우여 대표가 세종시 특위 구성에 직접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세종시는 ‘충청도 홀대’를 가장 쉽게 잠재울 수 있는 아이템이다. 가장 보수적인 골수 충청도 민심이 선진당에 있었다. 이런 민심이 충청권 홀대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세종시 구애’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과)는 "지난해 총선에서 동서벨트로 나뉜 민심이 대선에서 그대로 재현됐다"며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지지기반을 충청권부터 가져간 뒤 수도권으로 확장하든지, 수도권에서 내려오는 야당 지지세를 충청권에서 막든지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서벨트의 서쪽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정권연장의 가망성이 없게 된다. 충청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세종시를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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