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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세계화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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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세계화 성공하려면?
  • 박한표(EU문화연구원 원장)
  • 승인 2013.04.15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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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바람이 불면서, 우리 전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막걸리가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은 술이긴 해도 대표적인 우리 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보다 더 나은 품질과 품격을 지닌 막걸리를 기대하며, 우리의 전통주 중에 막걸리의 위상을 알아보고,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 프랑스의 와인에 견주어 살펴보고자 한다.

아직 우리 민족 고유의 술, 즉 전통주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합의된 게 없다. ‘쌀을 누룩으로 빚은 술’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그러니까 우리 술은 쌀과 누룩, 물만 있으면 빚을 수 있다. 이를 가지고 술을 만든 뒤 거르는 방식에 따라 청주와 탁주, 소주로 나뉜다. 청주는 말 그대로 ‘맑은 술’이고 탁주는 ‘흐린 술’이다. 쌀과 누룩, 물을 이용해 만든 술을 체에 부어 거르면 흐린 ‘탁주’가 된다. 그런데 이 탁주에 용수(체의 일종)를 박아서 맑은 술만 떠내면 ‘청주’가 되는 것이다. 탁주에 열을 가해 증류시키면 소주가 된다.

막걸리는 탁주에서 청주를 걸러내고 남은 술에 물을 보태 ‘방금 거칠게 걸러낸 술’이다. 막걸리의 ‘막’은 ‘방금’ ‘거칠게’ ‘함부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동동주는 무엇일까? 동동주는 혼탁한 정도와 상관없이 발효 뒤 밥알이 동동 떠 있는 술을 뜻한다. 그런데 밥알은 발효되는 과정에서만 떠 있고 발효가 끝나면 가라앉는다.

일본의 사케도 쌀과 누룩으로 빚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누룩과 발효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 전통주는 밀이나 보리 등으로 누룩을 만들고, 일본 사케는 쌀로 만든다. 우리 술이 자연 발효인 반면, 사케는 배양발효이다. 일본이 배양균을 이용하게 되면서 품질의 균질화(均質化)와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자연발효를 시키면 풍미가 다양하다.

우리 술은 어떤 쌀을 어떻게 가공해 밑술로 사용하느냐가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좀 복잡하지만, 전통적으로 밑술은 모두 8가지 기본 방법이 있다. 밑술은 고두밥과 죽 그리고 떡으로 만든다. 떡에는 인절미, 개떡, 구멍 떡, 백설기, 송편, 범벅 등 여섯 종류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술을 한 번 익혀 마시는 단양주와 재료를 추가해 가며 여러 차례 발효를 거듭하는 중양주로 나뉜다. 중양을 거듭할수록 고 품격 술이 나오다. 문헌에 따르면, 12번까지 중양 하는 경우도 나오지만, 보통 최고급 명주는 4~5회, 일반 고급주는 3회, 흔히 보는 청주(약주)는 두 번 정도 중양 한다고 한다. 우리가 말하는 동동주는 보통 한 번 익혀 마시는 술이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 옥수수, 감자 등 다양한 곡류로 빚을 수 있는 술이다. 제주도에서 유명한 ‘좁쌀 막걸리’는 좁쌀로 빚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밀 막걸리와 쌀 막걸리다. 원래는 쌀 막걸리가 대세였던 한국에서 1965년 양곡보호 조처로 쌀 막걸리를 금지했다. 그때부터 국내의 모든 막걸리는 밀 막걸리였다. 1990년부터 쌀이 남아돌면서 쌀 막걸리를 허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정부가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 막걸리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밀 막걸리는 색이 짙은 회색에 가깝고 맛이 텁텁한 편이다. 반면 쌀 막걸리는 색이 하얗고 맛이 깔끔하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세계 대표 와인이 된 것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철저한 품질 개선, 생산량 조절, 과학적인 마케팅. 이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르도 와인 협회가 쓰는 홍보비용만 해도 한 해 약 350억 원이란다.

막걸리를 세계화하려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최고 품질, 포지셔닝(positioning), 음식과의 조화이다. 프랑스는 와인에 대해서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가물어도 물을 주지 않는다.

독일에는 6천 종류의 맥주가 마을마다 집집마다 있듯이, 우리도 과거 수 만개의 주막에서 만들어내던 마을 특유의 ‘떼루아(Terroir)’ 막걸리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전국 곳곳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기후와 토양에서 생산된 쌀과 각각 다른 물맛으로 빚은 다양한 막걸리의 저변을 확보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합작 물을 떼루아라는 용어로 사용하며, 포도 원산지를 중요시한다.

두 번째는 막걸리에 스토리를 입히고,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와인, 위스키에 밀렸던 꼬냑이 최근 주스에 타먹는 식전주로 리포지셔닝을 잘 한 덕분에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막걸리를 음료수와 술의 중간쯤으로 생각하고 즐긴다고 한다.

끝으로 음식과의 조화문제다. 프랑스인들이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 맛을 돋우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와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 음식 덕분이다. 사케가 스시와 함께 서양인의 입맛을 공략한 것도 술을 음식과의 조화 측면에서 접근 한 것이다. 우리가 막걸리와 어울리는 음식으로 꼽는 것이 홍탁삼합, 두부김치, 모듬 부침개, 낚지볶음, 불고기 등이다. 이런 음식들이 서양인들에 접근하기 어렵다. 향과 맛이 너무 강하거나, 너무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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