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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야할 부동산 정책에도 옥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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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야할 부동산 정책에도 옥석이 있다
  • 송영웅(한국일보 전략기획실장)
  • 승인 2016.07.1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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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폐지, 하우스푸어 대책 효과 없어

부동산 업계와 정부 일각에서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급한 대책으로 감초처럼 꼽는 3대 부양 정책이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그것이다.

이 3대 정책은 주택시장 활황기에 부동산 투기과열을 막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주택시장이 불붙던 당시만 해도 투기 방지의 마지막 보루라 생각하고 도입한 장치들이다.

주택시장의 위축이 국가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질 정도로 심각한 요즘 상황에선 이 조치들을 탄력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일단 막힌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튼 뒤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고삐를 조여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논란이 되는 제도가 있다. 바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다.

분양가 상한제는 1970, 1980년대 말 주택시장이 뜨거워지자 정부가 ‘분양 상한가’, ‘분양가 원가연동제’ 등의 이름으로 공동주택 분양가를 통제하던 제도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로 주택시장이 급랭하자 정부는 이를 철회하고 분양가 자율화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예상보다 빨리 극복하면서 서울 강남과 수도권을 필두로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했다. 당시는 아파트를 분양하면 청약자가 구름 같이 몰려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기 일쑤였다. ‘강남 불패’, ‘분양 당첨=로또’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열됐다.

이 때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의 목적은 분양 시행사나 시공사(건설사)들이 이런 과열 현상에 편승해 분양가를 과도하게 올려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아 시장을 정상화 하겠다는 취지였다. 여기에 표준건축비 제도를 도입, 분양가 산정 내역을 국민에 공개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는 것으로, 시장경제의 기본원칙과 배치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분양가를 막고, 주택경기를 안정시키는 데 적잖이 일조했다.

이처럼 어렵게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를 지금 당장 해제하자는 업계의 주장은 다소 의아한 점이 있다.
당면한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 거래 중단과 중산층의 하우스푸어 전락이다. 최근 2년여 간 집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가 거의 마비됐다. 또 예전에 높은 분양가에 아파트를 산 서민들이 집 값 폭락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지만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주택 거래를 활성화 하거나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본래 아파트 분양가를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게 하려는 제도인데, 지금 같은 시기에 무슨 거래 활성화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도 ‘요즘 같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누가 올릴 수 있겠느냐. 그러니 이럴 때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굳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여부를 놓고 정부 내에서 논란을 벌이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있을까.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지금처럼 부동산 규제를 풀 수 있을 때 함께 폐지하자’는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폐지하면 추후에 이를 부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듯하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재당첨 제한(5~10년)과 전매금지(3~5년)도 함께 소멸된다는 점을 노릴 수 있다. 전매제한 폐지는 소위 말하는 ‘딱지’를 마음대로 팔 수 있게 하는 것이라 건설업자나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주택은 사유재산이지만 공공성이 강한 재화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는 취해야겠지만 이에 편승해 사익을 취하려는 시도는 안 된다. 그래야 앞으로 있을지 모를 시장 과열이나 이상 냉각 현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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