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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영화광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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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영화광으로 산다는 것
  • 송길룡(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3.03.29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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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노트

난해 세종포스트 4월17일자 제3호 지면을 통해 ‘세종시의 영화문화를 상상해보자’라는 제목으로 영화에 관한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꾸준히 고전영화, 최신영화 들을 소개하고 세종시 안팎의 극장가 소식을 짚어왔다. 숨가쁘게 달려온 듯한데 어느덧 일년이다. ‘초심’이란 말을 떠올릴 때가 된 듯하다. 솔직한 마음을 노트에 적듯 세종시 영화문화를 다시 차근차근 되짚어보고자 한다.

세종시에는 적당한 시설을 갖춘 개봉관 극장이 단 한 곳이다. 조치원에 있는 멀티플렉스형 영화관 메가박스 세종점이 그곳이다. 5개의 상영관을 확보한 이곳은 관객들의 이목을 끌 만한 일반대중영화들을 상영하며 지역주민들의 생활문화 속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세종시 출범으로 ‘구도심’으로 불리게 된 조치원의 유일한 영화공간이다.

‘신도심’이라 불리는 행정도시 구역에는 아직 극장이 들어서 있지 않다. 첫마을아파트가 들어서고 정부부처의 세종청사 이전이 이뤄지며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이 구역에는 어느 정도 규모의 상권이 형성되면 그 시기에 맞춰 영화관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도시의 급속한 성장에 맞물려 전국적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초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영화를 좋아해서 낮에 하던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식사를 마치자마자 영화관을 찾는다. 미리 인터넷을 통해 어떤 영화들이 개봉했고 관객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영화가 어떤 것이며 그중에 내가 보고싶은 영화는 언제 어디서 상영하는지 꼼꼼히 메모를 한다. 이것 자체도 영화를 보는 일만큼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최근에 꼭 관람할 영화로 꼽은 것은 제주도 4.3항쟁을 배경으로 하며 선댄스영화제라는 국제무대에서 큰 상을 받은 오멸 감독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2012)와 언제나 독특한 스타일로 흔치 않은 쾌감을 선사하며 광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을 세종시에 보는 일은 수월치 않았다.

<지슬...>은 애초부터 메가박스 세종점의 상영작 목록에 들지 않는 영화다. 이른바 ‘독립영화’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별로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예술작품으로 이미 배제된 것이다. <장고...>의 경우는 ‘품격있는 오락영화’로서 이 극장의 상영작 목록에 들어있기는 했지만 다른 영화들에 밀리고 밀려 하루 세 차례 정도 어중간한 상영시간대를 배정받았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이 극장을 탓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찾는 영화가 좀 유별한 데가 있는 게 문제일 것이다.

지금이야 세종시에 영화관이 한 군데밖에 없으니 상영되는 영화들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세종시 행정도시 구역의 발전과 더불어 적지 않은 수의 영화관들이 생길테니 그때가 되면 다양한 종류의 영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어렵다. 가까이 대전이나 청주의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도시들에도 겨우 한 군데씩 독립영화·예술영화 상영관이 존재할 뿐이고 그래서 더욱 상영 영화들의 폭도 작다.

세종시에서 영화광으로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자면 큰맘먹고 서울로 가는 게 나을 정도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종시에서 여전히 영화다양성에 대한 희망을 접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런 이야기를 다시 허심탄회하게 두루두루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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