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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과감하게 아름다움의 파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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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과감하게 아름다움의 파괴를 선택했다
  • 송길룡
  • 승인 2013.03.22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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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모니카 벨루치

여신이라면 이쯤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육감적인 몸매에 신비로운 아우라를 보여주는 이탈리아 태생의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처음에는 그저 알바로 학비를 마련키 위해 모델 일을 시작한 것에 불과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를 넘어서며 일약 유럽의 대표모델로 급성장했다. 영화에도 발을 들여 1996년 <라빠르망>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여배우의 한 명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온세계를 떠들썩거리게 한 초특급 흥행작 <매트릭스>의 2, 3편(2003)은 그녀에게는 커다란 도약대가 되기에 충분했다.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자신의 얼굴을 단기간에 광범위하게 알리게 됐다. 어찌보면 타고난 육체와 행운을 자본삼아 힘들이지 않고 팬들의 사랑을 일거에 거머쥔 것같다. 물론 이것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당한 한 관객이 보내는 질투섞인 숭배의 언사에 다름아니다.

그녀의 억누를 수 없는 관능미가 온몸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그 시기에 그녀는 한편 매우 위험스러운 선택을 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행위가 지나칠 정도로 현실감있게 묘사된 <돌이킬 수 없는>(가스파 노에, 2002, 프랑스)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것. 한껏 기대를 모아 연기자로 성장하며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여념이 없을 여배우에게 그런 이미지를 훼손하게 될지도 모르는 영화에 전격적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과감한 용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이미지 관리는 둘째치고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그 혹독한 고통의 연기를 받아들였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극심한 고통의 공명을 느끼게끔 하는,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진정으로 끔찍하고 처절한 이 강간 장면은 한 번 보면 도저히 잊혀질 수 없는, 논란을 야기하는 문제적 장면의 하나다.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파티장에 들어가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춤추며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있다가 알렉스(모니카 벨루치)는 점점 더 쾌락의 탐닉에 젖어가는 남자친구와 다투고 자리를 떠난다. 자신을 돌보는 데에 소홀한 연인에게 사랑의 불만으로 가득한 표정을 남기고 건물 바깥 거리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간다. 아무도 없는 지하도를 걸어가는데 일순간 섬찟한 느낌이 든다. 여러 번 뒤돌아보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던 누군가의 인기척이 소름끼치도록 가깝게 느껴진다. 성큼 어떤 얼굴이 다가온다. 능글맞게 생긴 사내가 건들거리며 수작을 건다. 알렉스는 공포에 떨며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만 행인들의 시야를 벗어난 지하도에서는 비명소리도 바깥으로 새나가지 못한다. 저항하는 알렉스에게 사내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해 입막음하고 겁탈한다. 그러고도 욕정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고통의 외침으로 목이 메어버린 그녀에게 다시 쉴새없이 구타를 가한다. 피해자의 절규로 가득한 지하도는 먹이를 삼키는 악마의 아가리 같다.

비록 스크린에서 펼치는 것이지만 모든 시선을 압도하는 매혹의 여배우를 인정사정없는 무의미한 폭력으로 철저히 파괴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관객모독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느낌으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면 어떨까? 영화속 과도한 폭력성으로나마 현실속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되짚어보고 느끼게 되는 우리 사회의 무감각은 더욱 참기 어려운 끔찍한 지옥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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