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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란, 배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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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란, 배움이란 무엇인가
  • 강수돌(고려대 교수)
  • 승인 2012.10.05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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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꿈의 발견, 실력 증진, 사회 헌신을 향한 행복한 인생여행







지금의 학교는 배움의 기쁨보다 시험의 공포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아이들만 시험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도, 교장도 마찬가지로 시달린다. 작은 성과급조차 시험 결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모는 어떤가? 부모 역시 시험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가 100점이 아니라 60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오는 순간, 부모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가 1등이 아니라 꼴찌 비슷한 등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부모의 피는 거꾸로 솟는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하랴? 오죽하면 줄줄이 자살하거나 학교를 뛰쳐나오는가?

오늘날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이유는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면서도 자신을 알아나가는 가운데 꿈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부모에게 효도하고 선생님에게 칭찬받기 위해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되어버렸다.

학교는 자아발견, 시민의 소양의 장

사실 학교란 이래야 한다. 그것은, 참된 배움의 과정을 체험하면서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친구들과 함께 아무 걱정 없이 어울려 논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수업 시간에 사회와 자연과 언어나 수학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느끼면서도 내가 무얼 잘 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서서히 깨달아 가는 것이다. 그렇다. 자아 발견과 시민 소양, 바로 이것이 교육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아 발견이란 내가좋아하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을 찾으며 나도 이 세상에서 뭔가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시민 소양이란 이 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것이 아니기에 사회와 역사는 어떻게 생겼으며 윤리와 도덕은 무엇인지, 이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나중에는 공동체를 위해 뭔가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게 역량과 태도를 길러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이들은 자아 발견과 시민 소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방향과는 멀게, 오로지 성적 경쟁과 대학 입시라는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이들이 원해서 그런 것인가? 절대 아니다. 그러면 누가 문제인가? 어른들이 문제다. 도대체 어떤 어른들인가? 그것은 "공부를 잘 하는 것만이 잘 먹고 잘 사는 지름길이다."라고 믿는 모든 어른들이다. 아하, 결국은 공부를 잘 해야만 돈을 잘 벌고 대접을 받으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하고 아무리 좋은 강의를 해도 대부분 어른들의 마음은 이로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를 조곤조곤 따져보자.

성적경쟁, 대학입시에 내몰리는 아이들

첫째, 한국에서 공부를 잘 해서 이른바 ‘일류대학’을 나와 돈을 잘 벌고 대접을 잘 받으며 사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혹시 우리 모두는 공지영 작가가 쓴 책 제목인 ‘의자놀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는 탈락할 수밖에 없는 게임인데도 그 게임 자체를 문제 삼고 다른 놀이를 하기보다는 꼴찌가 되지 않으려고 아니 일등이 되려고 옆 사람을 팔꿈치로 밀치는 게임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위만 보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그 아래에 있으니 스트레스 충만한 학교가 되는 것이다.

둘째, 한국에서 일류대를 나와 그럴 듯한 지위를 누리며 사는 사람들 중에서 과연 올바른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사회 정의를 위해 사는 사람이 많은가 아니면 가능한 한 자신의 기득권을 더욱 불리기 위해 돈과 권력에 절어 사는 사람이 많은가? 과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세상이 갈수록 험해지는 건 아닌가?

셋째, 과연 일류대를 나오고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전문직으로 살아가거나 하는 사람들 중에 어느 정도가 진정으로 자신의 적성이 맞아서 신바람 나게 살고 있는가? 혹시 겉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속으로는 "내 진정한 꿈은 이게 아닌데..." 하며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지나 않은가? 어쩔 수없이 생계 때문에 억지로 살다가 인생 마지막에 후회할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내일 종말이 와도 지금까지 후회 없이 살았기에 기꺼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살 것인가?

교육은 잠재력을 뿜어내도록 밑거름을 주는 일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런 말을 꼭 하고 싶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꿈을 어느 정도 세웠다면 당연히 그 방향으로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필요를 느껴서 ‘일류대학’을 간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꼭 일류대가 아니라도 실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류 스승’을 찾는다면 그것도 좋다. 그렇게 실력을 쌓다 보면 생계는 저절로 해결한다. 어른이 말려도 아이가 스스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계에 갇히지 말고 사회 헌신을 하도록 용기를 북돋는 것이다. 요컨대, 꿈의 발견, 실력 증진, 사회 헌신, 바로 이 세 가지 방향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인생 여행을 하는 것, 이것이 곧 건강한 교육이요 배움이다.

전국 여기저기서 청소년이 학업 스트레스에,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시달리다 마지막 저항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부모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 부모가 없다면 이웃이나 마을, 선생님이 부모 대신 ‘조건없는’ 사랑을 베푸는 것, 바로 이것이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학업 스트레스를 없애며, 나아가 장래에 아이들이 신바람 나게 자신의 잠재력을 뿜어낼 수 있게 밑거름을 듬뿍 주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아이들을 선행 학습이나 시험 같은 것으로 닦달하지 않아도 훌륭한 인격체로 잘 커서 자신의 길을 멋지게 살아갈 것이다. 아, 이렇게 올바른 길은 있지만 과연 우리는 ‘옆집 아줌마’와 함께 이 길을 걸어갈 용기가 있는가? 마지막 아이디어는 이렇다. 혼자서 가려면 두렵지만 여럿이 같이 가면 즐겁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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