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손목에 실을 매어 맥을 짚고도 임신인지 알 수 있나?
상태바
손목에 실을 매어 맥을 짚고도 임신인지 알 수 있나?
  • 박태선(대원당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9.06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맥의 조그마한 변화와 차이에도 인체 상황의 작은 변화가 반영되는 것이고, 그것을 감지해 낼 수 있는 한의사라면 실을 통해 전해오는 작은 맥의 변화만으로도 모든 진단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일반 사람들은 한의학에 대하여 질문할 것도 많은 모양이다. 일단, 지금까지 배운 서양학문과 다르고, 신비로운 의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의사는 모두 ‘돌팔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한의학과 관련된 모든 것은 일반인들에게 항상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한의사만 만나면 물어보게 되나 보다.

그 중에 "맥을 짚고 병이 있는지 어떻게 알죠? 맥에 그런 것까지 다 나와요?"라는 질문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면서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가 참 난감하다. 더구나 "TV 사극을 보니까 전의가 손목에 묶인 실만 잡아보고, 왕비를 진맥하던데 그게 가능한가요? 거짓말이죠?" 이쯤 되면 한의사로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진맥(診脈)’이라는 것에 대해서 일반인의 생각에도 납득이 되게 설명할 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여기서는 맥이 몸 여러 군데서 뛰는데, 왜 하필 손목에서 맥을 볼 수 있는지, 그 손목은 한의학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손목에서 뛰는 맥으로 어떻게 인체 내의 상태를 파악하고 병을 알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맥을 보는 것은 혈맥(心)을 보는 것이다. 혈맥을 관찰해서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심(心)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손목에서 뛰는 맥을 통해 일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심(心)의 상태이다.

그렇다면 왜 심(心)을 관찰할까? 오장육부 중에서 왜 하필 심(心)을 관찰하는 것일까? 답은 바로 심(心)이 모든 장기 중에서 임금의 역할을 하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심(心)은 오장육부를 통솔하는 군주(君主)에 해당하는 장부이기 때문에 오장육부의 상황을 한 몸에 다 담고 있는 것이다.

"군주가 밝다는 것은 지금 장부가 모두 편안한 것이다." 따라서 심(心)의 상태만 보더라도 장부의 상황은 모두 알 수 있다. 혈맥 속에 오장육부의 모습이 모두 담겨져 나오는 것이다.

왜 하필 손목인가? 그것은 경맥을 통하여 기(氣)가 크게 순환하는데,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곳이 바로 수태음폐경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냥 그곳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신하들이 임금 앞에 모여 조회(朝會)하는 시무식이 바로 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무가 병들었는지 그 여부를 살피는 데 땅을 파 뿌리를 살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잎이나 가지를 보면 나무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나무에 바람이 불고 있는지를 살피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나무의 잎을 살펴야 한다.

온 경맥은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인체에 병이 들었는지를 살피는 것은 나무에 바람이 부는지를 살피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심이나 폐 자체를 살피는 것보다는 그것의 가지에 해당하는 경맥을 살피는 것이다.

어디에 병이 있는지는 어떻게 아는 것일까? 맥을 짚을 때 세 손가락을 쓰는데, 각 손가락이 닿는 위치에는 배속된 장부가 있다. 그러므로 그 부위의 맥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서 그 장부에 이상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체 내부의 모든 상황이 반영되는 심(心)의 상태를 심(心)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경맥에 반영된 상태를 보고 병을 파악하는 것이다. 결국 인체 내의 이상을 알기 위해 인체 내부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혈액이나 소변을 검사하는 양방의 진단과 원칙적으로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방법이다. 계곡의 상류에서 내려오는 오염된 물을 자세히 살피면 계곡 위쪽에서 사람들이 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하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국 얼마나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관찰한 것을 심사숙고해서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되는 것이다. 맥의 조그마한 변화와 차이에도 인체 상황의 작은 변화가 반영되는 것이고, 그것을 감지해낼 수 있는 한의사라면 실을 통해 전해오는 작은 맥의 변화만으로도 모든 진단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