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의 창]
▲ 『호질, 양반전, 허생전』(박지원 지음, 2009, 북앤북) |
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기술을 발전시키자는 그의 주장은 당시 유교전통의 사회에선 상당히 앞선 급진사상이었다. 결국 시대에 반영되지 못하게 됐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 깊은 뜻을 이해하기엔 주류의 힘을 넘어야하는 (실학을 위시한) 진보의 힘이 미약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연암은 본인이 양반이었음에도 여러 글에서 양반의 허위의식 및 무능함을 꼬집었다. ‘호질’의 도덕군자로 칭송받던 북곽 선생이 오물을 뒤집어쓰고 호랑이에게 혼나는 장면은 당시 연암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기발하고 통쾌한 모습이었다.
‘양반전’에서는 귀하디귀한 양반감투를 1,000석에 산 부자가 고을군수로부터 양반의 자격을 듣고는 "제발 그만두시오. 맹랑합니다 그려.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시오?" 하며 양반감투를 내던지는 장면에서 당시 민초들이 느꼈을 짜릿한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
얼마나 통쾌한지! 이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효함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허생전’은 계급간의 문제, 독과점의 폐해, 양반들의 위선, 이상향의 동경 등 연암의 사상을 한 작품에 집약시켜 놓은 듯하다. 언제나 시대에 앞선 이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선구적 사상을 가진 연암이 유교적 관습에 매여 모든 걸 통제하는 닫힌 사회에서 살았으니 얼마나 숨막혀 했을까?
오늘 이 땅에 사는 우리도 이리 가슴이 답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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