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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봉건사대부 허위의식 통쾌히 꾸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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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봉건사대부 허위의식 통쾌히 꾸짖다
  • 진정숙(연기마을어린이도서관연대 대표)
  • 승인 2012.08.20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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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의 창]

▲ 『호질, 양반전, 허생전』(박지원 지음, 2009, 북앤북)
연암 박지원은 대표적 실학자중 한 분으로 청에 사신으로 가는 사촌형인 박명원을 따라 중국 베이징, 려허(열하)를 돌아보고 『열하일기』라는 걸출한 글을 남겨 당시 조선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기술을 발전시키자는 그의 주장은 당시 유교전통의 사회에선 상당히 앞선 급진사상이었다. 결국 시대에 반영되지 못하게 됐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 깊은 뜻을 이해하기엔 주류의 힘을 넘어야하는 (실학을 위시한) 진보의 힘이 미약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연암은 본인이 양반이었음에도 여러 글에서 양반의 허위의식 및 무능함을 꼬집었다. ‘호질’의 도덕군자로 칭송받던 북곽 선생이 오물을 뒤집어쓰고 호랑이에게 혼나는 장면은 당시 연암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기발하고 통쾌한 모습이었다.

‘양반전’에서는 귀하디귀한 양반감투를 1,000석에 산 부자가 고을군수로부터 양반의 자격을 듣고는 "제발 그만두시오. 맹랑합니다 그려. 나를 도둑놈으로 만들 작정이시오?" 하며 양반감투를 내던지는 장면에서 당시 민초들이 느꼈을 짜릿한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

얼마나 통쾌한지! 이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효함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허생전’은 계급간의 문제, 독과점의 폐해, 양반들의 위선, 이상향의 동경 등 연암의 사상을 한 작품에 집약시켜 놓은 듯하다. 언제나 시대에 앞선 이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한 선구적 사상을 가진 연암이 유교적 관습에 매여 모든 걸 통제하는 닫힌 사회에서 살았으니 얼마나 숨막혀 했을까?

오늘 이 땅에 사는 우리도 이리 가슴이 답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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