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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 가고 싶은 세종시 여중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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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 가고 싶은 세종시 여중생, 왜?
  • 안성원
  • 승인 2015.08.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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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1900만원 들인 엉터리 연구용역, 6개월 방치

‘여중생이 남자고등학교로 진학을 희망한다?’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다면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전문기관에 맡긴 연구용역 보고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17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가톨릭대학교 산학연구팀과 ‘세종시 고등학교 입시제도 변경 요건 충족성 연구’ 용역을 1900만 원에 계약해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진행했다. 

시교육청의 역점 정책인 고교평준화의 기초자료 마련을 위해 진행된 이번 연구용역은 비평준화로 인한 고교서열화 조짐, 현재 세종지역 고입현실에 대한 분석,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식조사 등이 포함돼 있다. 시교육청은 시민들의 고교평준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홈페이지에 고교평준화 배너를 따로 마련하고 이 자료를 관련 자료로 게시해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료 중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발견됐다. 현재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진학선호학교 조사결과 중, 여학생이 선호하는 학교 목록에 남자고등학교인 세종고가 포함된 것.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는 여고인 조치원여고(현 세종여고)가 배제돼 있지만, 공교롭게도 여학생과 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는 남고인 세종고가 버젓이 선택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세종고를 선택한 여학생과 학부모들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조사결과 10개 고등학교 중 세종고를 1순위로 선택한 여학생은 읍·면지역과 동지역을 포함해 7.4%로 나타났다. 한솔고(41.7%)와 조치원여고(19.9%), 도담고(8.8%)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학부모 선호도조사에서도 세종고(5.8%)는 한솔고(49.1%)와 조치원여고(18.3%), 성남고(12.9%)에 이어 네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한 통계오류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조사방법의 착오다. 세종지역 실정을 모르는 외부 연구기관이 세종고를 남녀공학으로 착각해 설문 목록에 포함시킨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오류는 연구주제와 연관성을 떠나 자료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오류를 해당부서와 담당직원 모두가 용역이 끝난 지 6개월이 넘도록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최교진 교육감의 대표 공약을 위한 연구용역인데다, 2000만 원에 가까운 혈세를 들인 용역 결과를 제대로 검수하지도 않고 납품 받은 안이함도 지적받고 있다. 실제 최 교육감은 고교평준화와 관련된 인터뷰나 언론 브리핑에서 이 연구자료 내용을 상당부분 인용한 바 있다.  

세종시 학부모 A(43)씨는 “혈세를 들인 공식적인 연구에서 이런 오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일인데, 공무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진다”며 “역점 사업에 대한 용역이 이정도인데 다른 사업은 오죽할까 생각된다.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연구자료를 납품받을 때 보고회를 갖고 수차례 보고서를 검토하는 등 검수과정이 있었는데 이런 오류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연구기관도 이 부분을 잘 못 챙긴 것 같다. 다만 큰 틀에서는 정책연구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9월말까지 타당성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데, 더욱 자세하고 정확하게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오류를 명심하고 꼼꼼하게 챙겨서 타당성 조사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교육청은 17일 오후 5시 현재 해당 자료 목록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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