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정치·행정 외면한 민원, 시민 스스로 해결”
상태바
“정치·행정 외면한 민원, 시민 스스로 해결”
  • 김재중
  • 승인 2016.10.17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사람] 황준식 고운뜰공원 정상추진위원장

졸속추진 논란을 일으켰던 세종시 1생활권 고운뜰공원이 입주예정자들의 집단민원에 따라 상당부분 제 모습을 찾게 될 전망이다.

 

입주예정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시한 ‘조성예시도’ 모습대로 공원을 조성하라고 촉구해 온 반면 LH는 ‘조성예시도’는 법적구속력이 없는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맞서왔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고운뜰공원 정상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길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왔다.

 

결국 주민들의 끈질긴 대응에 LH도 사업방향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LH는 지난 22일 주민설명회를 통해 정상부 별빛누리전망대 건설 등 주민의사를 상당부분 수용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운뜰공원 정상추진’ 전면에 섰던 황준식 위원장을 <세종포스트>가 만났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운뜰공원 정상추진위원회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면서 보다 전향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 큰 역할을 했는데, 지나온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주변 분들의 반응은 또 어떤가.

 

“LH가 전향적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100% 반영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공원조성 과정을 계속 감시하고, 공원관리 주체가 세종시로 이관되면 시에 요구할 사항도 많다.

 

지나온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고운뜰공원이 1-1생활권에 조성되는데, 인접지역 아파트들의 입주가 이뤄지지 않아 입주자가 아닌 입주예정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했다. 입주예정자 분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다보니 함께 모이기 어려운 점 등 여러 물리적 제약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LH가 내 놓은 청사진을 보고, 위원회 활동을 했던 분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시민들이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시민의 뜻이 100% 반영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겨우 이 정도 밖에 못 해내냐’는 반응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아직 그런 의견은 듣지 못했다.”

 

- 사실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는 여러 곳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보면 고운뜰공원 조성은 충분히 모범사례로 손꼽힐 만하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다고 보나.

 

“고운뜰공원 조성 문제가 공론화되기까지 온라인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했다. 나 또한 다른 커뮤니티 회원의 문제제기를 보고 이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세종시는 새롭게 이주해 오는 시민들이 많은 도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참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고학력의 젊은 층 인구비율이 높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인터뷰 한 <세종포스트> 기사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소외됐던 다수의 발언권이 세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인데, 고운뜰공원 문제가 바로 그런 문제해결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온라인이 시민의 뜻과 의지를 결집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치더라도 결국 황 위원장처럼 오프라인에서 전면에 나서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닌가. 오프라인상의 시민결집엔 어려움이 없었나.

 

“처음엔 많은 분들이 뭐가 문제인지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일단 나부터 그랬다. 그래서 입주예정자들의 동의와 위임을 얻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시민들의 위임을 받아야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데, 극소수지만 일부 시민들은 ‘당신이 뭔데 내가 위임장을 써줘야 하느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냉대를 받았을 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어쨌든 속상하고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잘 참고 버텨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데 만족한다.”

 

- 보통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발생하면, 인·허가 관청이나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 고운뜰공원 정상추진과 관련해서 행복청이나 지역 정치권의 도움이 절실했을 텐데. 그들의 반응 또한 냉담했던 것으로 들었다.

 

“행복도시 건설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행복청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행복청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행복청장에게 여러 차례 면담신청을 했는데 번번이 거절당했다. 주민들과 함께 항의방문을 간 적도 있는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행복청장과 독대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 마주 앉아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정말 아쉬운 점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해찬 지역구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두루 연락을 했으나 누구하나 이 사안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정감사 기간에 맞춰 행복청에 질의할 내용까지 만들어 보냈지만,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보자는 ‘오기’ 같은 것이 생겨나기도 했다.”

-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누군가는 민원을 제기하고 또 누군가는 행정기관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황 위원장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텐데. 경험자 입장에서 어떤 힌트를 줄 수 있나.

 

“일부의 푸념이 아니라 정말로 명분이 있는 민원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시민들의 뜻을 결집시키고 공공기관에 맞서는 과정에 항상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뉴거버넌스’를 제안하고 싶다. ‘뉴거버넌스’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열린 정부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현재 행복도시에서는 입주(예정)자 협의회들이 연합해 세종시나 행복청과 함께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온라인이 매개체 역할을 한다면 정부와 민간이 큰 틀에서 현안을 해결하는데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고운뜰공원 정상추진 위원회’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역할을 다했다고 보고 위원회 활동이 중단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발전적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공식적인 위원회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고운뜰공원이 제대로 건설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계속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1-1생활권 입주가 완료되면, 더 많은 주민들을 참여시켜 고운뜰공원의 발전방향을 그려나가도록 하겠다.

세종시에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전면에 나서지 못한다 해도 세종시가 제대로 건설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 채석장 확장, 수목원 축소 등 여러 논란이 있다. 명분이 있는 일이라면 나부터 나서서 동참할 것이다. 그렇게 세종시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싶다.”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다. 고운뜰공원 정상건설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셨고 나름 성과도 거두셨다. 공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다. 시민들에게 고운뜰공원이 어떤 공간이 되기를 소망하나.

 

“인터뷰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시민들의 요구가 100% 반영된 것은 아니다.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 시설이 세종시로 이관된 후에 해야 할 일도 많다. 여러 가지 콘텐츠를 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둘레길은 지역기업의 후원을 받아 계족산 황톳길처럼 관광명소로 키웠으면 좋겠다. 향후 시에서 예산을 들여 경관조명 등을 잘 설치하면 아침고요수목원처럼 공원 전체가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를 떠나 중부권 주민들이 찾아오는 명품공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