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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반(反)박근혜’ 정서,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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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반(反)박근혜’ 정서, 심상치 않다
  • 김재중
  • 승인 2015.10.1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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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 ‘복지 모라토리엄 시대’를 읽는 눈

‘신중산층’ 대두, 가장 확실한 지역
공무원연금개혁, 反與정서에 치명타 
영·유아복지 논란, 타는 민심에 기름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일고 있는 ‘反박근혜 정서’가 심상치 않다. 임기 중반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공무원연금개혁 카드와 무상보육·급식 등 복지논란을 촉발시키면서 신중산층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무상복지 재검토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던 이유는 반발세력을 파편(破片)으로 몰아세워 힘으로 몰아붙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공무원연금개혁만 봐도 그렇다. 공무원집단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99%에 가깝지만, 국민 전체의 시각으로 보면 공무원집단은 파편에 불과하다. 실제로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일반국민의 65%는 공무원연금개혁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무원들의 연금개혁 반대논리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세울 수 있는 논거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개혁 드라이브를 걸기에 앞서 이런 여론을 살피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나 ‘행복도시’라는 공간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행복도시에서 공무원집단은 파편이 될 수 없다. 아직 공무원 정착률이 저조하긴 하지만, 행복도시는 명실상부한 ‘공무원 중심 도시’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행복도시 ‘反박근혜 정서’ 확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지 예측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행복도시 정치지형에서 ‘反박, 反새누리당’ 정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가뜩이나 이 지역은 반여(反與) 성향이 강했던 곳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행복도시(당시 한솔동 첫마을) 유권자의 68.3%가 야권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올해 치러진 6·4지방선거에서는 야권 후보였던 현 이춘희 세종시장이 79.1% 지지를 얻었다. 지역주의가 작동되지 않는 곳에서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가 이렇게 높게 나온 것 자체가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읽힌다.


다만 ‘反박, 反새누리당’ 정서가 야권 주류정당인 민주당 지지로 직결될 것이라 단언하긴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행복도시에서 민주당 지지자보다 무당파와 무응답층 비율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반대하지만, 야권 주류인 민주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신중산층’의 탈정치 성향과도 맥락이 맞닿아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볼 때, 행복도시 민심이반은 앞으로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무상복지 논란이 신중산층의 타들어가는 ‘反박 정서’에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복도시 거주민의 계층적 특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본보 173호 기고글을 통해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 정치지형에서 지역주의 몰락과 신중산층 대두가 확연하다고 강조했다. 2012년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장 교수는 신중산층의 특징에 대해 ‘가계수입과 직업적 안정’을 전제로 한 경제적 중산층 개념을 뛰어넘어 “기존 교육의 질적 개편, 친환경적 생활환경, 공공정책 결정에 대한 참여욕구, 정치적 표현의 욕구,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옹호, 도시미학에 대한 욕구를 가진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교육과 친환경에 대한 열망, 공공정책 참여 욕구, 도시미학에 대한 관심 등…. 행복도시 거주민의 사회적 욕구, 라이프스타일과 정확히 부합하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중산층 복원’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며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아빠의 달 도입, 셋째아이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0∼5세 보육’ 국가 완전책임제 실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중산층 복원은커녕, 중산층의 반발만 불러 모으고 있는 셈이다.  


사실 행복도시의 ‘反박 정서’를 이해하는데 계층적 개념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인구구조만 살펴봐도 해답이 나온다. 행복도시에서 40세 이하 젊은 층 인구가 70%에 이른다. 영·유아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1000명 안팎 늘어나는 행복도시 인구의 대부분은 이들 젊은 세대가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행복도시 거주민은 박근혜 정부가 촉발시킨 무상보육·급식 논란, 즉 국가가 더 이상 무상복지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복지 모라토리엄’ 선언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영·유아 복지가 중단되거나 축소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3040세대가 주축을 이루는 도시, 이곳이 바로 행복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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