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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대 세워야 행복도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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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대 세워야 행복도시 완성”
  • 이충건
  • 승인 2014.11.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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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영인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학장

행복도시 3캠퍼스 의지 확고, 약대가 ‘선발대’
약대 세계 66위, 분교 아닌 BT·IT 중심 대학
“교육부 대학원 정원 안 줘 신약개발 어려워”

 박영인(63) 고려대 약대 학장은 서울대 약학과 및 약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대에서 석(미생물)·박사(생물화학) 학위를 받은 생명기술(BT) 분야 전문가다. 1988년 고려대 유전공학과 교수로 취임한 뒤 1995년 국책대학원사업으로 고려대에 생명공학원을 설립했다. 같은 해 학과 통폐합을 거쳐 생명공학원 산하에 세계 최초의 생명과학부를 창설했다. 2011년 고려대 약대 설립을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세종시 4생활권 산학연클러스터 조성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개발계획 변경, 지구단위계획 확정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산학연클러스터는 말 그대로 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집약돼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대학 설립이 쉽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부가 되레 있는 대학을 퇴출시키거나 정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도시 대학설립이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행복도시 내 대학 설립을 확정한 곳은 고려대뿐이다. 지난 8월 교육부가 고려대 약대를 현재의 세종캠퍼스에서 행복도시 4생활권으로 2017년까지 이전하도록 교사이전을 인가했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과연 고려대가 행복도시에 첫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고려대 제3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생명과학(BT) 분야를 책임졌던 박영인 약대 학장을 만나봤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려는 국가의 목표는 무엇이냐? 국가가 행복도시 4생활권에 어떤 대학을 유치하려고 했느냐? 국가는 지금도 그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느냐?”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 공세를 퍼부은 것은 기자가 아니라 박 학장이었다. “국가균형발전이란 목표를 위해 건설하는 도시이고 세계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도시인만큼 일류대학을 유치한다는 게 행복청의 의지 아니냐”고 답변해줬다.

그러자 박 학장은 “고려대가 일류대냐, 이류대냐?”고 재차 물었다. 기자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하면 일류대로 통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냐”고 답했다. 박 학장은 “그렇다면 행복청이 고려대를 유치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기자는 꼼짝없이 “그렇다”고 했다.

고려대 약대는 현 세종캠퍼스에 지난 2011년 설립됐다. 애초부터 행복도시 4생활권 대학부지 내 고려대 제3캠퍼스가 설립되면 이전키로 예정돼 있었다. 행복청과 LH가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하면서 이번에 교육부 인가를 받은 것이다.

박 학장은 “행복도시가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한다면 세계 유수의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원래의 기본적인 목표대로 가야 한다. 고려대가 그런 대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려대 약대는 세계대학평가기관인 큐에스(QS, Quacquarelli Symonds)의 지난해 학문분야별 순위(약학)에서 66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고려대 약대는 2012년 개교 1년 만에 세계 135위에 오르더니, 다시 1년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 QS의 세계대학 학문분야별 평가는 학교평판도(40%)와 졸업자 평판도(10%)가 전체 평가의 5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 신생 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다. 고려대 약대는 아직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았다.

고려대는 전체 평가에서는 116위를 차지했다. 서울대가 공동 31위로 국내 대학 중 가장 순위가 높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51위, 포항공대 86위, 연세대 106위, 성균관대 140위였다. 고려대가 행복도시에 들어설만한 자격은 충분한 셈이다.

고려대에게 있어 약대는 제3캠퍼스의 선발대 격이다. 현재 토지매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막대한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 때문이다. 박 학장은 “고려대가 돈을 쌓아놓고 있는 대학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명박대통령 시절 제3캠퍼스 설립 계획서를 냈는데, 3.3㎡당 80~100만원을 얘기하더라. LH가 땅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일류대학을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2010년 개교한 연세대 송도캠퍼스를 거론했다. 박 학장은 “인천에 연세대가 갔고 시흥에는 서울대가 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행복도시에 고려대 정도는 와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가 송도캠퍼스를 건립하면서 인천시로부터 온갖 혜택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고려대 대학본부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인센티브로는 많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공동주택용지나 산업용지는 건설해서 분양하면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다.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립대학이란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 사립대학이라고 해도 청산을 하면 재산이 국가에 귀속된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땅을 무상으로 공급받아도 건축비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파격적인 조건이 수반되지 않는 한 행복도시 내 제3캠퍼스 조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학장도, 대학본부 관계자도 “고려대 약대를 행복도시에 설립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제3캠퍼스 설립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다. “당초 계획서를 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도 했다.

고려대는 행복도시 4생활권 내 대학용지 173만 1000㎡(52만 3355평)의 74.5%인 128만 9256㎡(39만평)의 부지에 제3캠퍼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명과학(BT), 정보과학(IT)을 중심으로 공공행정, 국제스포츠(운동부 포함)를 이전하는 게 뼈대 내용이다. 박 학장은 “세종캠퍼스처럼 분교의 개념이 아니라 첨단과학, 공공행정,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학의 개념을 도입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 학장은 행복청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토로했다. “행복청에 대학유치팀이 별도로 있었는데 유치가 안 되니까 팀원들이 원대 복귀했다”며 “정부 철학과 부합하는 대학,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대학을 유치해야 인구유입 효과를 극대화할 있는데 (인센티브 지원을) 큐에스로부터 최근 3년 동안 1회 이상 200위 이내로 선정된 경우 등 장난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에 대해서도 “약대 정원을 학내에서 쥐어짜 30명을 겨우 만들었다”며 “약대 설립인가를 내줬으면 대학생 정원을 줘야 하는데 석사 3명, 박사 5명뿐”이라고 했다. “세계 66위 대학의 연구 시설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면 대학원생이 있어야 한다. 왜 교육부가 대학원 정원까지 쥐고 흔드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지방대학들이 고려대 행복도시 진출을 우려하는 데 대해서는 “어차피 고려대의 현재 정원에서 조정하는 것이므로 영향이 없고, 고려대가 지방대 갈 수준의 학생을 빼앗을 일도 없다”고 했다. 이어 “고려대 정도는 돼야 행복도시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로 유학을 보내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짓거리를 해야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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