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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음악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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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음악을 느끼다
  •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4.08.30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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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노트 | ‘경과부’는 계절의 ‘환절기’



제1주제 마무리하고 제2주제 예비하는 역할
조성과 화성, 느리거나 빠른 음형 통해 변화
돌발적이고 화려한, 혹은 기괴한 분위기 조성


정신이 없다. 칼럼과 평론, 강좌, 콘서트 기획과 공연, 가을 학기준비로 바빠서다. 계절의 변화는 더욱 혼란스럽다. 가을인가 싶으면 다시 더워지고, 가을비는 장맛비처럼 내린다. 잦은 태풍에 계절을 종잡을 수 없다. 환절기인가 보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은 완연한 계절로 접어들기까지 매우 불완전한 상태다.


음악에서도 은유적으로 이러한 자연의 속성을 가진 특정한 부분이 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앞에서 들었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부분. 문자로 표현하자면 낯선·기괴함·화려함·독특함이라고 할까. 음악의 구조나 형식적으로는 ‘경과구’ 혹은 ‘경과부’라고 한다. ‘경과’라는 단어의 의미, “어떤 단계나 시기, 장소를 거침”에서 느낄 수 있듯이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에서 다른 시간이나 장소로 지나가는 지점으로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작곡가들은 2부(분)형식·3부(분)형식·론도 형식·소나타 형식과 같은 정형화된 형식 안에서 유연하게 곡을 쓴다. 문학과 비교하면 서론·본론·결론이나 기·승·전·결과 같은 글의 구조와 같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소나타 형식을 예로 들어보겠다.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발전부·재현부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시부에서는 음악적 내용, 즉 슬픔이나 즐거움·아련함·희망찬·웅장함과 같은 인상을 결정하는 주제(theme)를 두 개 혹은 세 개를 ‘제시’한다. 제시부에서 경과부는 첫 주제와 두 번째 주제 혹은 세 번째 주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경과부의 역할은 제1주제와 전혀 다른 성격의 제2주제로 진행될 때, 제1주제를 마무리하고 제2주제를 예비한다. 이 과정에서 음악적 분위기는 조성과 화성, 느리고 빠른 음형을 통해 변화를 준다. 이러한 음악의 변화는 ‘돌발적이다’ ‘화려하다’ ‘기괴하다’와 같은 경과부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니까 음악의 형식에서 ‘경과부’는 계절의 ‘환절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2번 바장조 K.332(Sonata for Piano No. 12 in F major K.332), 1악장 알레그로를 예로 들어 보겠다. 앞에서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발전부·재현부의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긴 노래 선율과 같은 제1주제(시작과 함께 29초경까지, 바장조)로 시작한 이 곡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은 경과부(30초~54초경까지, 라단조와 다단조)를 지나, 가볍지만 우아한 제2주제(55초~1분 13초경까지, 다장조)로 진행된다. 그리고 제시부에서 발전부로 넘어가는 경과부(1분 14초에서 1분 59초경까지)를 통해 제시부가 끝난다. 제1주제에서 제2주제로 넘어가는 첫 경과부와 약간은 다른 분위기지만 어둡고 앞으로 달려갈 것 같은 두 번째 경과부의 분위기는 경과부의 음악적 특징을 그대로 나타낸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제시부를 반복한 후 발전부(3분 58초경)가 시작된다. 필자의 설명을 따라 음악을 들어보길 바란다.


소나타 형식은 독주 악기와 피아노 음악뿐만 아니라, 교향곡이나 협주곡과 같은 큰 규모의 곡을 작곡할 때도 사용된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소위 ‘운명’(Symphony No.5 in C minor Op.67),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를 통해 또 다른 경과부를 보자. 1악장은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강력한 제1주제(시작~22초경)에서 몰아치듯 나아가는 경과부(23초~45초경까지)를 지나, 부드럽게 노래하는 제2주제(46초~1분 7초경)에 도달한다. 이 곡에서는 경과부의 음악적 소재를 제1주제를 사용해 전반적으로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경과부에서 제1주제부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음악이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과 자연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절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같은 맥락에서 음악 작품에서 ‘경과부’는 여름(제1주제)에서 가을(제2주제)로 넘어가는 ‘길목’ 즉, ‘환절기’와도 같다. 독자들이 좀 억지스럽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피타고라스의 천체 음악론(음악, 귀로 들을 수 있는 우주의 하모니)과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무질서와 평행상태, 음악이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불안정한 분위기 전환), 종교와 같은 음악(영적인 위안) 즉, 천문학·물리학·수학·화학·종교의 속성이 음악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처럼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마음이 혼란할 때, 음악을 들으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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