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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이게 하는 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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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이게 하는 예술의 힘
  • 이순구(화가, 만화영상학박사)
  • 승인 2014.08.24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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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산책 | 프랑스 파리에서①

휴가철 파리지엥 도시 비우자 세계 관광객 북적
삶의 흔적·손때 묻은 역사 소중하게 여긴 덕분


여기는 프랑스 파리 인근 보쉬르센(Vaux-sur-Seine)이다. 높은 언덕 위에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1904-1989)의 기념관 및 유럽 내 최초이자 유일한 전통한옥인 ‘고암서방(書房)’이 자리한 곳이다. 고암의 작품들이 보관된 보관소 앞에 서면 좌에서 우로 흐르는 센느 강이 나무들과 집들 사이로 유유자적 여유롭게 흐른다. 시대의 질곡을 관통하며 조국이 준 갖은 시련 속에서도 오직 예술만을 위한 열정으로 살다간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그의 채취가 남아있는 것 같은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그간의 모든 직업(?)들을 내려놓고 한 화가로 3개월을 생각하고, 보고 느끼며 머물 예정이다. 그리고 이곳의 일상과 파리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예술품과 그 정신성을 생각하며 음미해볼 계획이다.


예술은 보편적이다. 인간세계에 이보다 보편적인 단어가 있을까. 예술은 인간 삶의 한 부분이며 중요한 핵심이다. 너무 일상적이기에 우리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어나고 숨 쉬며 교육하고, 받는 모든 여정들 속에 예술이 내재한 것이다. 이러한 잠복의 예술성이 좀 더 특별하여 깎고, 다듬고, 칠하고 세우는 것이 예술품이다. 이러한 것들이 유독 많은 곳이 프랑스 파리다. 거기에는 자신들이 만든 것도 많지만 그들이 세계의 다른 국가들을 지배할 때 수탈한 것들도 많다. 곳곳에 이런 물건들을 모아 놓은 거대한 예술품의 무덤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조상들 덕분에 후손들은 몰려드는 세계인들이 가져다주는 경제효과의 덕을 크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8월! 지금 그들은 한 달 동안 휴가철이라 한다. 하지만 시내 곳곳은 관광객들로 차고 넘친다. 파리지앵들이 도시를 비운사이 세계 곳곳의 인종들은 파리 속에 자리한 역사의 장소들과 준비된 상품들을 찾아 둘러보고 소비한다. 여름휴가철뿐 아니라 일 년 내내 이렇다고 하니 관광의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현재를 만든 것은 그들이 사람들의 심리를 일찍 파악한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강자의 욕구를 채운 삶의 흔적들을 소중히 하는 것, 그 손때 묻은 역사들을 고유하게 간직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보존하고 이용할 줄 아는 감각들이 발달한 것이다.


대중들이 관심을 주는 것,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을 잘 설명하는 것과 작은 것에도 세심하게 배려의 손길을 주어 사람으로 하여금 참 보편타당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제도 등은 참 부러운 면이다. 거기에 서양미술사의 주 흐름인 작품들을 한데 모아 놓은 점과 그에 따른 자존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조금 느린 진행들이지만 그 느린 진행은 기획되고 차근차근 완성해나가는 일의 순리로 여겨진다.


지금 열리고 있는 파리시립미술관의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전에서 만난 고령의 등이 굽은 파리의 할머니는 그간 미발표된 폰타나의 도자기법 작품 앞에서 그 내용을 주변사람에게 묻는다. 이를 대답하는 또 다른 할머니의 작품에 대한 식견과 유심히 관찰하는 태도에서 그들의 일상을 보는 듯했다. 유명작품 앞에서 작품 감상보다는 기념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과는 달리 작품에 집중하고 이모저모 생각하는 표정들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자존감으로 비춰졌다.


파리의 미술관 중에 가장 미술사적인 작품을 많이 소장한 루브르박물관은 전시실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다른 나라의 방학기간 중이라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Mona Lisa) 앞은 성시를 이룬다. 마치 인기몰이 물건을 앞에 둔 ‘빤짝 시장’ 같다.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그 작품의 유명세를 인증하는 것이다. 작품은 너무 멀리 있고, 모나리자 작품 앞에는 튼튼한 경계물이 설치되었으며 경비가 둘이나 서있다. 아하, 이처럼 사람을 움직이게 하며 모이게 하는 힘이여! 그것이 진정 예술이란 말이던가.


예술의 힘은 국가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한다. 문화의 척도가 국력이란 말을 절감한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자신들의 정쟁과 이념에 의해 싸우며 투쟁을 하고 주의주장을 관철하려 한다. 물론 코앞에 닥친 아픔을 먼저 치유해야겠지만, 큰마음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면 부대낌이 적어지고 상대의 주장도 포용되어 점점 더 큰 그 무엇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의 첨단에 예술이 있어야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것들이 겹겹이 쌓여 진정한 문화가 형성되고 서로를 북돋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에 빠져 루브르미술관 앞 광장에 앉아 있는데 빵조각을 던져 주는 젊은 여성 앞으로 당당히 걸어오는 통통한 까마귀들을 본다. 저 새가 길조인지 흉조인지는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너무 평범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과 구름이 참 입체적이라는 생각이 처절하게 다가온다. 참으로 입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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