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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뒤에 숨겨진 마피아, FIFA
  • 세종포스트
  • 승인 2014.06.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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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피파 마피아’

아벨란제와 스포츠 용품 회사의 검은 커넥션

독일 스포츠 전문기자, 피파 복마전 들여다봐

브라질 출신 주앙 아벨란제의 피파 회장 선출은 지금의 제프 블라터 회장까지 검은 커넥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wikimedia
브라질 출신 주앙 아벨란제의 피파 회장 선출은 지금의 제프 블라터 회장까지 검은 커넥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wikimedia

1974년 브라질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출신인 주앙 아벨란제가 국제축구연맹(피파·FIFA) 회장 자리에 도전한다. 상대는 스탠리 라우스. 1948년 영국 런던올림픽을 이끌었고 1961년부터 피파의 수장이 된 인물이다. 기사 작위를 받았고 제국주의 가치관에 의해 피파를 운영했던 그는 올드 잉글랜드 젠틀맨으로 불렸다. 도전자 아벨란제는 품위 넘치는 라우스와 정반대 인물이었다. 이미 부패한 인사로 브라질에서 악명이 자자했다.

아벨란제는 유럽과 중남미 국가가 양분한 월드컵 참가국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좁은 문을 뚫기 힘들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복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선거를 좌우한 것은 돈이었다. 선거 막판 임원들의 호텔로 돈 봉투가 배달됐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 아디다스의 호르스트 아디다슬러 회장이 ‘실탄’을 댔다. 아벨란제는 아디다슬러의 지원으로 라우스를 누르고 장기 독재의 문을 열었다. 검은 커넥션의 시작을 알리는 투표 결과이기도 했다.

공이 둥글다는 말은 축구의 의외성을 의미한다. 땀의 결과로 이변이 일어날 수 있기에 축구는 정직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월드컵에 지구인이 열광하는 주요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을 주관하고 세계 축구계를 주무르는 피파는 정직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부패와 음모 등의 단어와 조합을 이뤄 입길에 오르기 일쑤다.

그렇기에 독일의 스포츠 전문 기자가 피파의 복마전을 들여다본 <피파 마피아>는 제목만으로는 그리 눈길을 끌 책이 아니다. 어두운 내부 결속으로 막강 권력을 휘둘러온 피파에 대한 부정적 수식이 그리 새롭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래도 책을 읽다 보면 새삼 경악하게 된다. 피파의 추악한 역사와 실체를 대면하고 나면 잠시라도 축구중계방송을 외면하게 될 듯하다. ‘스포츠 조직범죄’ 분야 취재 베테랑인 저자는 20년째 피파의 치부를 캐왔다.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 돌베게 펴냄 | 2만원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 돌베게 펴냄 | 2만원

아벨란제와 유착한 아디다슬러는 마케팅회사 ISL를 설립했다. 2001년 파산하기까지 이 회사는 피파의 마케팅 권리를 독점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만 3억 스위스프랑이 넘는 수익을 남겼다. 막대한 돈의 일부는 뇌물로 받쳐졌다. 저자는 비리와 부패가 아벨란제의 금고지기(사무총장)였던 제프 블라터 현 회장으로 승계됐다고 주장한다. 카타르의 이해할 수 없는 2022년 월드컵 개최도, 러시아의 2018년 월드컵 유치도 뇌물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피파의 비리를 헤집어야 할 인터폴은 조직 역사상 최대 기부금인 2000만 유로를 피파로부터 챙겼고, 피파를 감시해야 할 국제스포츠기자연맹도 50만 스위스프랑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고발한다. 마피아라 불러도 무방한 피파의 범죄행태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이유다.

저자는 서문에서 주장한다. 피파는 월드컵의 흥행 성공을 위해 주최국의 선전을 조장한다고. 2002년 한국의 4강행과 2006년 독일의 4강 진출은 피파의 조종을 받은 심판들의 판정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본문에선 2002년 한국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꺾고 4강까지 간 데는 심판의 오심이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독일과 맞붙은 준결승전 심판은 막판에 스위스 심판 우르스 마이어로 교체됐고 중립적인 심판 덕분에 독일이 1대0으로 승리했다고도 지적한다. 정몽준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블라터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심판들을 위한 고별파티에서 정몽준은 모든 심판의 손을 잡고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다만 우르스 마이어의 손만은 잡지 않았다."(211쪽)

저자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상대하는 국가는 험난한 경기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빈민 보호와 복지는 외면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월드컵을 개최했다는 브라질 국민의 분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비이락이라고 할까.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덕분에 크로아티아를 물리치고 환호성을 올렸다. 브라질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실력에 의해서일까, 아니면 피파의 비호 덕분일까. 아니면 ‘공은 둥글다’는 축구계 속설이 다시 통할 것인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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