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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에 인생 결판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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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에 인생 결판나는 교육
  • 김기남 교수(대전대 식품영양학과)
  • 승인 2014.06.1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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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이야기 | 연륜과 열정
우리나라 학생들은 19살에 인생이 결판난다는 각오로 평생 해야 할 공부를 다 해버린다. 지친 두뇌는 창의성도, 공부에 대한 의욕과 열정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19살에 인생이 결판난다는 각오로 평생 해야 할 공부를 다 해버린다. 지친 두뇌는 창의성도, 공부에 대한 의욕과 열정도 떨어뜨린다.

지친 두뇌, 창의성↓ 공부 의욕·열정↓

백세 시대 평생학습, 선택 아닌 필수

김기남 교수
김기남 교수

얼마 전 전국을, 아니 전 아시아를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우연히 보게 됐다. 드라마는 여유 있는 우아한 사람들이나 보는 ‘사치’ 쯤으로 여기고 있었건만, 이번에 아주 제대로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주인공은 외계인으로 조선시대에 지구에 와 400여 년째 살고 있다. 현재 직업은 대학 강사. 학생들에게 심리학을 가르친다. 전직은 조선시대 천문학자에서부터 의사, 변호사, 물리학자, 기타 등등. 그게 제일 부러웠다. 진짜 모르는 게 없고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걸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말이 있다. 30대 교수는 모르는 것도 공부해서 가르치고, 40대 교수는 자기 아는 것만 가르치고, 50대 교수는 학생들이 알아들을 것만 가르치고, 60대 교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르친다고 한다. 교수의 연륜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400년이라니. 저쯤 되면 눈빛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지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초능력까지 있다는데….

연륜이란 ‘여러 해 동안 쌓은 경험에 의해 이뤄진 숙련의 정도’로, 글로 배운 공부가 아닌, 실제로 해 보거나 겪으면서 쌓인 지식과 지혜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쉽게 흉내 내지 못할 그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민속학자인 아마두 함파테 바는 유네스코 연설에서 "노인 한 명이 숨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어르신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우리 속담도 이런 세월의 내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부족한 연륜을 메울 방법이 아직은 ‘공부’밖엔 없어 수업 전날이면 매번 동동거린다. 언제쯤 되면 좀 여유가 생길까 한숨이다.

그러던 찰나에 드라마 속 이런 대사가 심금을 울렸다. "나 강의 준비해야 해." 이런, 400년을 살고도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구나. 하기야 전직들도 하나 같이 쉬운 게 없다. 의사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국가고시에,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 시험까지 치러야 했을 것이고, 변호사 역시 사법고시에 재판을 할 때마다 공부를 했을 테지. 이쯤 되니 그 연륜이라는 것이 살아온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의 끊임없는 노력과 지치지 않는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쌓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열정이란 것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나 같은 보통의 지구인들에겐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400년간의 지치지 않는 열정은 초능력이 있는 외계인이니 가능했던 게 아닐까. 젊은 사람들은 연륜이 부족하고, 연륜이 있으신 분들은 열정이 부족하다 얘기한다. 게다가 벌써부터 체력도 떨어지고, 갈수록 기억하는 것 보다 잊어버리는 게 더 많아져 서글프다. 하지만, 선배 교수님들 중에선 새로운 학위에도 도전하시고, 취미 생활이나 낯선 외국어에도 도전하시는 열정 넘치시는 외계인 같은 분들도 많이 계신다. 배움에 대한 열정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한글학교에 다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다. ‘못 배운 것’이 한이 되고 설움이 되어 배움의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알아감이 즐겁다. 진정 공부가 즐거운 분들이다.

최근, 지식의 학습뿐만 아니라 그 연륜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한 ‘평생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평생 교육의 선두 주자이셨던 ‘노인대학’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요즘은 직장인들도 교양을 쌓기 위해, 혹은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자투리 시간을 쓰고 있다. 각종 자격증과 수료증으로 무장한 주부들도 많다. 이런 평생 교육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입학생 수는 감소해도 대학원 입학생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식이 상품이고 경쟁력이고 무기가 되는 지금의 지식 기반 사회에서 백세 시대 평생학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도, ‘스마트’해 진 주변 기계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시대가 와버렸다. 이 세상 지식 총량이 2배가 되는 주기가 1년 이내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한 번 놓치면 따라잡기 쉽지 않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스마트’한 휴대전화는 영 어설퍼 잘 터지는 일반 휴대전화만 못하더니 이젠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아는 것이 힘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면 지금 이 순간 기말고사에 시달리며 졸업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예전 보다 배울 게 훨씬 많은 ‘복 많은’ 학생들은 끔찍해 할런지 모르겠다. 갈 길이 먼데, 멀리 보고 길게 가야 함에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19살에 인생이 결판난다는 각오로 평생 해야 할 공부를 다 해버린다. 지친 두뇌는 창의성도 떨어뜨리고, 공부에 대한 의욕도, 열정도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공부 총량제’란 말도 하던데, ‘학습 가속도’ 법칙도 있으니, 그걸 믿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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